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0-06-21   2119

남북정상회담은 통일의 길에 시작이다

참여사회연구소, 경실련 통일협회,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통일, 그리고 시민운동의 역할’ 심포지엄 개최

이제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남과 북 정상이 손잡던 날, 감격해 마지않는 국민이 있었으랴.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말했듯이 한번의 만남은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길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이지 끝은 아니었다. 6월 20일, 동국대 90주년 기념 문화관에서는 참여사회연구소, 경실련 통일협회의 주최로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통일, 그리고 시민운동의 역할’이란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철기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김동민 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장희 경실련통일협회 운영위원장 등이 발제를 하고, 10명에가까운 통일문제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한 이날 심포지엄은 이제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회담성과를 점검하고 향후과제를 논의해야 될 때라는 사회자의 말로 시작되었다.

실질적 평화구축방안이 빠진 것은 큰 아쉬움

첫 번째 정상회담의 성과와 향후과제에 대해 발제를 한 이철기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은 남북회담의 성과로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 및 경제협력을 통한 공존공영관계 마련, 한반도문제에서 기존 북미협상위주의 방식을 벗어나 남북주도의 자주적 해결 계기를 마련한 것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비경쟁의 중단 등 실질적 평화구축방안이 빠진 것은 큰 아쉬움이며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는 의구심을 표명하였다.

향후과제로는 체제불안을 느끼고 있는 북한의 체제를 보장함으로써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냉전수구세력의 냉풍,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약화를 우려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의 미풍, 대북강경노선으로 정부시책에 딴지를 거는 야당의 야풍, 이 삼풍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북한에 대한 공적투자야말로 모든 길의 출발점

두 번째로 정상회담후 남북경헙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발제한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협력은 남북한이 상호호혜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지적하면서 경협으로 북한 경제가 활성화될 때 북한이 보다 자신감있게 평화정착에 나설 것이며 내부적으로도 효율성 추구 및 실용주의적 분권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며, 남한 역시 노동집약산업 부흥, 육상교통로 확보를 통한 물류비인하와 대륙경제권과 해양경제권의 연결을 통해 동북아 경제의 중추로 부상하는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남한의 전략물자 반출제도가 486이상의 컴퓨터를 북한에 반출할 수 없게 하는 등 대북투자확대의 걸림돌이 되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며 또한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주체적인 노력 또한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또한, 당분간 북한의 낮은 신인도로 재원조달에 있어 남한이 중요하므로 공적투자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도출해야 함을 지적하고 이는 분단비용보다 평화정착의 편익이 훨씬 크다는 인식이 일반에 확대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권위주의적이고 냉전수구적인 사고에 물든

언론보도에 대한 감시필요

1부 마지막으로 정상회담 보도와 언론감시의 필요성에 대한 발제에 나선 김동민 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과교수는 이번 정상회담보도에서 추측성 기사의 남발, 북한에 대한 고려 및 배려의 부족, 냉전적 사고에 의한 깍아 내리기 등의 모습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하였다. 그 중 조선일보가 유난히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정상회담 연기에 과열보도경쟁에 대한 반성은커녕 김빼기에 여념이 없었던 점, 회담 끝까지 건설적 비판 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이고 가시돋친 비난에 열을 올렸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지적하였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화해와 통일의 대장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막중한 만큼 권위주의적이고 냉전수구적인 사고에 물든 언론보도에 대한 감시가 요청된다고 주장하였다.

한쪽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승리하는 방향으로

이어진 토론에서 이종석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 연구실장은 ‘자주’의 의미에 미군철수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하고, 상호협력에 있어서 한쪽이 손해를 감수하는 쪽이 아닌 윈윈전략을 통해 모두가 승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이원섭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피상적 이해를 넘어 명확한 세부논의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윤황 국제재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관계진전에 비판적이면 무조건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며 서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였다.

남북평화의 근본인 군축논의 없이 평화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

한편 정해구 성공회대교수는 남북평화의 근본문제인 군축에 대한 논의없이 평화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하고, 경제협력에 있어서 어떤 경제모델로 남북이 균형발달을 이룰지, 시장통합에 대한 후유증은 무엇인지에 대한 예상이 필요하며,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논의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남북경협을 그간 추진해온 유완영 IMRI 회장은 그 과정에서 느낀 실제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정일용 연합뉴스 북한부기자는 일부 언론의 편향으로 언론 전체를 매도하기 보다 공정한 언론을 선택하여 편향된 언론이 자연도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제적인 연대로 주변국이 함부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해야

2부는 현단계 통일정세와 시민단체의 과제라는 주제로 이장희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이장희 교수는 정상회담이 냉전문화에 길들여진 우리사회와 주변열강에 혼란을 주고, 통일정책과 실정법 사이에 괴리가 일어났으며, 주변국은 정세변화와 자국의 이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이때 시민단체들이 내적인 의식전환과 통일교육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NGO연대를 통해 주변국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함부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계파간 주도권잡기를 초월한 연대체 구성으로 보수와 진보간의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민족무제의 정치적 이용, 대북진출기업의 부정행위 감시, 언론감시, 냉전법령 개폐 등 민족화해와 통일을 저해하는 세력을 감시하고 조화를 도모해야함을 지적하였다.

김대통령이 미군비행장인 서울공항에서 출발한 것은 유감

이어 토론에 나선 김귀옥 한국여성평화연구원 부원장은 분단원인 제거와 평화정착에 필수적인 군축, 미군철수가 빠진 것이나 김대통령이 미군비행장인 서울공항에서 출발한 것은 유감이며 이산가족논의 또한 30∼100만으로 추정되는 월북 실향민을 침묵하게 하는 편향적 논의임을 지적하였다. 한편 법륜 좋은벗들 이사장은 보수주의자, 반통일주의자라는 매도보다는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주가 반미감정등으로 왜곡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승환 민족화해협력위원회 사무처장은 시민단체가 보수주의자를 설득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합리성에 주목해야한다며 친북은 진보고 반북은 보수로 이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매향리사격장과 SOFA 개정논의는 우리권리찾기문제

한편, 박기학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분단의 원인도,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장애물 역시 외세이므로 외세배격없이 진정한 통일은 어렵다며 매향리 사격장도 폐쇄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성토하였다. 이에 주종환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매향리사격장 문제나 SOFA 개정논의는 우리권리찾기문제이고 미군문제는 국제적인 문제이므로 같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조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시민단체가 민간통일단체를 이끌어갈 역량이 충분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으나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위해 이를 대변해야한다고 지적하고, 통일관에 있어 꼭 1민족 1체제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날 시민단체 관계자의 모습에서는 6월 1일 발표한 ‘올바른 정상회담을 위한 300인 선언’의 요구사항들이 6·15선언에 거의 포함되어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음에 대한 확인을 받아 자랑스러워하고 활기찬 모습이 느껴졌다. 이러한 활기를 바탕으로 앞으로 남은 과제들을 정력적으로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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