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09-01-14   3750

유엔 사무총장이 팔레스타인에게 희망이 아닌 이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유엔 사무총장
그리고 유엔 중동평화특별조정관 Alvaro De Soto의 <End of Mission>보고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4일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를 시작으로 아랍지역 정상들과 만나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휴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겔 데스코토 브로크만 유엔 총회 의장은 “유엔 안보리가 가자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으리란 생각은 환상”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현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하고 있는 집단학살을 보면서 국제사회는 유엔이 이 같은 인도적 재난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유엔안보리 결의안조차 무시하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는 만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유엔, 특히 유엔사무총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관련해서 지난 25년간 유엔 외교관 경력이 있는 Alvaro De Soto가 공직을 마무리하면서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End of Mission>는 유엔과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왜 유엔과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중재에 실패했으며 지금과 같은 재앙을 막는데 무기력한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보고서는 그가 2005년 당시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에 의해 중동평화 프로세스의 특별 조정관(special coordinator for the Middle East Peace Process)와 관련한 미국과 EU, 러시아 그리고 유엔사무총장으로 구성된 Quartet (이하 4자회의)의 특별 중재자로 임명되었던 시기부터 2007년 5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던 시기까지 다루고 있다. 그의 보고서는 2007년 5월 유엔에 제출되었는데, 당시 영국 가디언지에 유출되어 그 해 6월 가디언지에 보도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집권세력 하마스를 실패한 정부가 되게 하라

보고서는 코피아난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리고 유엔 헌장에 부응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 해결을 진전시키기 위한 활동에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담고 있다. 그는 유엔의 역할 변화의 근거로 몇 가지 중요한 사례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것들 중에는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 이후 지도부 교체,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하마스의 승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 EU, 러시아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으로 구성된 4자회의(Quartet)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을 2개 국가 건설로 보고 있는 미국의 목표를 지지하는 모임처럼 행동했다. 2003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제시했던 ‘로드맵’의 조치 중 하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하마스가 선거에 진출하여 의석의 다수를 차지한 것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4자회의가 장기적이고 일관된 방향을 채택하도록 노력하였고, 당사자간의 대화를 진작시키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한 우려 목록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당국을 대신하여 팔레스타인 수입업자와 수출업자들로부터 판매세와 관세 명목으로 돈을 걷었는데,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러한 재정을 팔레스타인에 풀지 말 것을 독려했고, 4자회의는 이러한 미국을 지지했다. 이 돈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팔레스타인 당국의 주요 소득원을 빼앗아 버렸다(pulled the plug)”고 전하고 있다. 이 말은 곤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마스가 정부로서 실패했다고 보게 될 것이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4자회의에 의해 취해진 이 같은 조치들은 4자회의를 “로드맵에서 제시된 협상을 촉진하는 기구가 아닌, 수용하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만들 뿐만 아니라 점령하에서 자유롭게 선출된 정부에 제재만을 가하는 기구“로 바꿔 놓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가 사임해야겠다고 생각한 때가 바로 2007년 3월 25일 반기문 사무총장이 팔레스타인 압바스 대통령을 만나러 갔을 때였다. 반면 그의 자문과는 반대로 반기문 사무총장은 하마스 측인 팔레스타인의 이스마일 총리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정부의 조건과 행동”, 즉 비폭력, 이스라엘 인정, 이전 협정과 의무의 수용이라는 조건을 걸었다고 전하고 있다.


유엔의 중립성? 이-팔 협상 촉진보다 미국과 이스라엘 반응을 우선 고려하는 유엔


보고서에서 그는 가자 국경 봉쇄와 같은 민간인들에 대한 집단적 처벌은 국제법에 반한다는 국제협약도 어기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4자회의가 어떻게 이스라엘을 보호해왔는지 기술하면서, 반면 팔레스타인 당국이 로드맵에도 나오지 않는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그들과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이 4자회의의 입장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이 하마스 측인 팔레스타인의 총리나 시리아와의 대화가 어떻게 허락되지 않았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위기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유엔 중동평화 프로세스 특별 조정관에게는 먼저 모든 당사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긴장을 완화시키고 정치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고위급과 직접 접촉을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유엔은 어떤 입장을 취할 때 바람직한 입장이 무엇인가 보다는 먼저 이스라엘과 워싱턴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묻는 관행에 젖어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유엔헌장 100조는 어떤 국가도 사무총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사무총장도 특정 국가가 그에게 지시를 내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도 이러한 원칙에 서약을 한 바 있다. 유엔 사무총장의 독립성은 그가 훌륭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갈등 상황에서 벌어지는 협상은 편파적이지 않은 중재자가 필요하다. 사무총장이 편파적이라고 인식되면, 그의 능력은 문제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엔이 한 쪽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중립성 의무를 위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실패가 “유엔 직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유엔이 공정성을 유지하는데 실패한 결과로서 그는 2003년 8월 이라크에서 있었던 유엔본부에 대한 공격 사례를 들고 있다. 그는 유엔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격대상의 대리인으로서 유엔이 공격받았다고 보았다.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 지원하는 미국과 EU 방패막인가

이에 Soto는 사무총장이 4자회의가 취하는 입장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사무총장은 “더 이상 미국과 EU가 하는 일에 방패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4자회의에 대한 참가수위를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또한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나 동시에 팔레스타인 장벽 건설을 중단하지 않는 이스라엘을 비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정착촌을 늘려왔는지, 그리고 분리장벽이 불법이라는 국제형사재판소의 권고적 결정을 거부해왔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점령지나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들, 심지어 이스라엘 좌파들까지 사실상 두 국가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믿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영토와 정부를 필요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데 그 토대가 매우 약한 상태에서, 결과적으로 이들 당사자들이 “분쟁을 종식시킬 유일한 장기적 방안은 영토를 분리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대신, 그 땅에 살고 있는 유대인과 아랍인들의 시민, 정치적, 민족적 권리를 존중해주는 것이다”라고 점차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 명의 유엔 사무총장과 일을 했던 Soto는 유엔 사무총장이 “상상력과 기민함을 바탕으로 포위에 맞서면서 완강하게 나아가는 것”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유엔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유엔 헌장이 명시하고 있는 사무총장의 또 다른 의무는 안전보장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무총장이 안보리에 상정될 필요가 있는지 판단내릴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힘은 어떤 문제가 국제사회 안전에 유해한지 판단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안보리 이사국들이 스스로 발의하길 꺼린다고 해도 이 문제를 안보리 의제로 상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스라엘의 범죄행위 막을 수 없다면 유엔 사무총장 Quartet에서 탈퇴해야


유엔 인권이사회의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인 존 두가드(John Dugard)의 최근 코멘트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4자회의의 공정성 부족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4자회가 뭔가를 할 수 없다면 반기문 사무총장은 4자회의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한 하마스와 파타와의 싸움에서 유엔이 중재자 역할을 하는 데 실패했다며, “대신 국제사회(유엔)는 한 분파, 즉 파타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것은 유엔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의 중요성은 모든 당사자들과 대화하고 귀 기울이는 것과 같은, 유엔 헌장의 요구에 일치하는 원칙과 행동들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유엔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글은 Alvaro De Soto 보고서와 관련한 Ronda Hauben 기사(2008. 1. 27. 오마이뉴스 영문판 http://english.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400&no=381562&rel_no=1)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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