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09-07-17   3323

[2009 평화학교] 평화학교 참가자가 제안하는 ‘평화 만들기’


무슨 일이든지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매주 월화수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11시 넘어 도착해 침대에 쓰러질 때는 ‘이거 언제쯤 끝나나’ 푸념도 했지만, 마칠 때가 다 된 지금은 그저 아쉬운 마음뿐이다. 정말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가 지나 다음 주 월요일부턴 집에 일찍 간다니 시원함보단 섭섭함이 크다.


지금까지는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전문가 분들의 강연을 듣고, 우리가 질문을 하는 식으로 진행 되었다. 그분들의 치열한 고민과 현장의 생생함을 전해들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듣고, 필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데 그쳤기 때문에 단순한 ‘관객’으로 머물렀던 것 같다. 오늘 진행되었던 토론과 발표 수업은 우리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시간이었고, 그만큼 더 의욕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나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 겁이 나 발표 조를 지원했는데, 살벌한 토론을 보고 나니 내가 매우 현명한 선택을 했음을 느꼈다. 우리 조 발표 주제는 ‘국제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과 시민 제안’이었다.

우리 조는 지난주부터 강연 전후 틈틈이 모여 평온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발표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처음에는 역외/역내, 정부/민간 등 포괄적인 범위로 나눠 조사하기로 했지만,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방향을 수정해 보다 더 구체적인 주제를 정하기로 했다. 결국 ‘한반도 문제’, ‘파병과 국내 군수업체’, ‘평화 교육’ 등의 내용을 각자 준비해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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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이랑 다정언니가 준비한 ‘한반도 문제’ 부분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사회적 분석에서 출발했다. 현재 PSI 전면 참여, 개성공단의 위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경직적인 접근 등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가 직면한 과제를 언급했다. 더 나아가, 사회적 편견을 씻기 위한 평화 캠페인과 평화교육 등을 시민사회가 담당해야 할 역할로 제시했다.

나와 버들 선생님이 담당한 ‘역외 평화’ 부분은 나의 준비가 부족해 PKO 파병 현황과 파병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공론의 장이 필요함을 언급하는 정도로 그쳤다. 버들 선생님께선 국내 군수업체의 무기수출이 다른 나라의 국가폭력에 이용되는 사례를 지적하면서, 무기수출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며, 타국에 원조를 할 때에는 우리가 아닌 그들의 언어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셨다.

마지막으로 ‘평화교육’을 담당한 동은 언니와 혜빈, 해인이는 네이트온으로 작은 설문조사까지 하는 열의와 정성을 보였다. 개인적인 경험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내 평화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현재 각종 시민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화교육 사례들을 소개하며 새로운 평화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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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은 질문보다는 발표 내용에 대한 날카로운 반론과 지적이 많이 들어와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기관의 자료를 무리하게 찾아와 내용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고, 신속한 파병의 필요성과 파병 이전에 분쟁의 원인과 정세 등에 대한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반론과 반론도 이어졌다. 또한, 평화교육에 대한 내용이 현실성이 떨어지며,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순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토론 조가 우리의 발표를 주의 깊게 들어준 덕분에 준비과정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미흡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우리의 발표 내용과 개선점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각자의 생활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평화학교에 참가한 지난 3주 동안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세계는 여전히 분쟁에 휩싸여 있음을, 타인의 비참한 삶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그리고 우리 개개인도 이 거대한 혼란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마음으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방관자가 아니라고 안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되든지, 평화학교에서 배운 교훈을 가슴에 안고 열심히 공부하고, 행동할 것이다.


이 글은 평화학교 참가자인 곽은비씨가 8강 ‘국제평화를 만들기 위한 한국정부의 정책방향과 시민 제안’이라는 주제로 모둠발표를 한 후 쓴 후기입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6월29일부터 7월 15일까지 개최되는 ‘인권과 평화의 관점으로 국제분쟁 톺아보기’ 평화학교에 참여한 분들의 후기를 올립니다.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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