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시2기 대외정책 방향과 한국의 외교정책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은 한미동맹과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LA와 APEC에서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한미관계에 어떤 요소로 작용할 것인가. 김준형 교수(한동대, 국제어문학과 국제정치학 전공)의 기고를 통해 파월의 퇴임과 라이스의 발탁 등 외교팀 인선을 통해 부시행정부 2기의 대외정책 방향과 그에 따른 한국외교의 대응방향을 가늠해 본다. -편집자 주-

부시의 대선 승리 후 외교팀의 인선방향에 대한 많은 예상과 소문이 있었는데, 파월의 퇴임과 라이스, 헤들리, 빅터 차의 발탁으로 부시 2기의 방향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워싱턴 정가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2가지 입장이 있었다.

인선과정으로 본 부시2기 대외정책 방향, ‘위임파’가 우세

하나는‘역사적 업적파(legacy school)’로서 부시가 1기에는 전쟁을 일으키고 일방주의의 강경한 정책을 휘두른 이미지를 일신하고 보다 평화적인 대통령으로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보다 전통적이고 온건한 사람들이 주로 이런 입장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추인(validation)’ 또는 ‘위임파(mandate school)’로서 대법원에 의한 판결과 50만표가 뒤진 지지율로 당선된 1기에서도 강경한 정책을 수행해왔는데,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이번 선거는 미국의 국민들이 부시의 대외정책노선을 확실하게 추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라크가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든 시점에서도 당선되었다는 것은 다소의 희생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옳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정해주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화당 내외의 강경파와 네오콘, 그리고 기독교 우파들이다. 눈에 띠는 것은 민주당계열의 진보파들도 역설적으로 부시의 강공드라이버를 전망하고 있다는 점인데, 현 부시행정부의 성격상 아무리 평화의 제스처를 내세워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좌절감이 그 이면에 있다.

현재까지의 인선과정을 보면 확실히 후자인 위임파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 것 같다. 이들은 일찍부터 새 인물을 등용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자리를 바꾸는 개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인선은 물론 부시의 앞으로의 정책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이다. 그러나 단순히 바뀌는 인물들의 성향만 놓고 이 문제를 바라볼 수는 없다. 파월의 퇴임으로 럼스펠드가 잔류여부가 관심거리지만, 아직은 유동적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의 중심이 누구냐 하는 것인데, 바로 체니 부통령이다. 그가 계속 대외정책의 중심을 잡고 있는 한 큰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 역대 부통령과 비교해서도 대외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더욱이 다음 대선을 의식하지 않는, 다시 말해서 차기대권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

부시2기 대외정책 대략 완성되었다 해도, 부분적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

이렇게 생각하면 부시의 2기 대외정책의 그림퍼즐은 아주 작은 조각 몇 개만 남겨놓고 거의 완성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게임으로서의 흥미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의 눈은 좀 더 밝아져야 한다. 전체그림은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특히 우리의 대책에 따라 달라질 부분이 있다. 지난 2년간 우리의 대미정책은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특히 기존의 대미외교라인이 붕괴되었지만 새로운 네트워크로 대체하지 못한 채 양국 언론과 국민들의 반응에 의해 크게 흔들려 왔다. 새로운 신뢰구축은커녕 오히려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고 부풀려진 채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다. 이는 북한 핵, 이라크파병, 그리고 한미동맹의 재조정과 맞물리면서 더욱 나빠졌다.

여기에 덧붙여 정부여당은 야당과 언론 탓만 했으며, 야당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듯한 이런 구도를 이용했다. 과거의 외교라인을 통해 한국정부의 실책을 오히려 강조함으로써 이간질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상대에 따라 말이 바뀌는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미국정부는 자연히 과거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하면서 정부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더 많이 귀담아 들었다.

이렇게 미국이 한국을 보는 창과 듣는 귀는 변하지 않았고, 이들은 주로 미국의 정책적 입장과 같은 사람들이므로, 당연히 미국사람들의 구미에 맞고,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다.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 내에 대외정책 전문가들이 부족한 점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야당이나 한국 내의 보수적 지식인들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움직일 게 아니라, 문제가 생겼으면 자신의 외교라인을 동원해서라도 한국정부와 미국의 강경파 사이를 중재하고 풀어주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의 비판대로 이 정부가 외교를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가를 입증하기에 바빴다.

참여정부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외교 이제는 정말 구태벗고 중심잡아야

미국의 대외정책라인의 변화와 더불어 다시 여야가 바빠지고 있다. 어떻게든 줄을 대려고 미국을 방문하고 있고, 미국의 의도에 대한 온갖 섣부른 예측과 전망들, 그리고 자기가 아는 실무자들의 단편적인 말만 가지고 미국의 정책인양 발표하기 바쁘다.

참여정부 2년이 지난 지금 한국 외교는 이제 정말 구태를 벗고 중심을 잡아야할 시기이다. 미국의 대외정책라인이 강경일색으로 채워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이들의 득세에 대해 공화당 내부의 온건파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이라크전쟁도 반대하고 일방주의정책에도 불만이 많다. 우리는 앞으로 이들이 당내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외교도 해야 하고, 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가야 한다.

대외정책추진에 대한 대국민설득과 합의를 끌어내서 외교에 힘을 실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과 APEC 회담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주문했고 일단은 미국의 수용도 얻어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미국과의 직접적인 논의보다는 발표하고 미국은 반응해 보라는 식의 접근법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수용이 자신들은 뒷짐 진 채로 한번 잘해보라는 식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문제를 풀겠다는 의도보다 미래의 압박정책을 펴기 위한 명분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적인 자세와 동시에 미국정부를 설득하고, 미국 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또 그들에게 한국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오늘의 한국외교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국제어문학과 국제정치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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