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장막 안에서 이루어진 틀린 계산, 잘못된 거래




군사주권 환수 미루는 대가로 경제적 권한도 양도하나?
 



토론토 G20회의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2015년으로 3년간 연기하기로 하고, 한미 FTA 합의안 등을 ‘조정’하여 올해 중 미 의회 비준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주기로 한 것은 분명한데 얻어낸 것은 무엇인지 불투명하다.


한미 FTA는 자동차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른 대다수 분야가 미국측에 유리하게 합의된 포괄적인 시장개방안이다. 게다가 FTA의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스크린 쿼터의 폐지 등을 미국에 약속해야 했던 불평등한 협상이었다. 더구나 쇠고기 문제는 불과 2년전 이명박 정부가 30개월 이상 연령의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에 반대해 전국에서 촛불집회가 일어났고, 그 결과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미국과 재협상하는 일까지 벌어졌던 국민 중대관심사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미간 이미 합의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는 대신, 그나마 엇비슷한 조건에서 합의된 자동차 협상안마저 후퇴시키고 쇠고기 수입개방안도 후퇴시킬 수 있는 ‘조정작업’에 합의한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우리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인가?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쉽지 않다. 천안함 사건이 한미 대비태세 강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 선정성에 비해 현실성을 갖지 못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 당시 한미연합군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전제로 한 독수리 연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연습에는 대잠훈련과 북한내 대량살상무기 제거 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종류의 훈련 개념은 한미연합군이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을 때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한미간 합의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그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고, 작전계획도 발전시켜왔고, 훈련도 진행해왔었다. 이 모든 걸 떠나서 세계 6-7위 수준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가 주권 사항인 전시작전통제권을 타국에 양도하는 이유로 군사능력을 탓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이 협상이 국민의 눈을 속이고 밀실에서 이루어져왔다는 것도 큰 문제다. 그동안의 협상과정도 철저히 감추어졌고, 심지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보도조차 제한(엠바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라는 주권의 환수를 미룬 것뿐만 아니라, 외교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또 다른 주권도 양도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의 구체적 요청과 통제 아래서 FTA 조정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이지만, 한국 대통령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20여년 동안 추진해온 숙원사업인 군사주권 환수를 미루는 대가로, 덤으로 국민의 가장 구체적인 이해와 안전이 걸린 자동차 수입안, 쇠고기 수입안을 사실상 재협상하는 것을 허용하는 선물까지 주기로 하였다. 정부는 한미지간이 유별나게 친밀하다는 상징성을 얻는 대신 너무 많은 실익과 주권을 내주고 말았다. 또한 지난 2008년 쇠고기 협상과 마찬가지로 외교에서의 민주주의도 포기해 버렸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의 밀실 외교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 불합리한 합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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