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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국제분쟁
  • 2003.11.03
  • 578
이 글은 참여연대와 SBS가 공동 주최한 국제 심포지움 '한반도 위기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향하여'에서 이 날 주제 발표를 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James T. Laney, President Emeritus, Emory Univ / USA)의 발표요약문 입니다. 편집자주

부시 대통령은 얼마전, 아태 경제협력체(APEC) 포럼을 중심으로 한 6일 간의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의 대통령들은 APEC 연례회의에서 최대 관심 대상이었으나, 부시 대통령은 방콕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다른 정상들과 대등한 입장에 서야 하는 새로운 입장에 직면했다. 그 이유는 APEC의 21개 회원국 대표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만큼이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동일한 관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바뀐 부시 대통령의 위상은 지난 60여년간 아시아 지역을 주도했던 미국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바로 중국이 아시아의 강국으로 부상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무역 규모만 보도라도 이같은 변화는 명확해진다. 세계 2위 규모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오늘날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을 능가한다. 또한 세계 12위 경제국인 한국에게도 중국은 최대 교역 파트너가 되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향후 2년 내로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 간의 교역이 미국과 ASEAN 간의 교역량과 같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이 같은 경제적 변화는 큰 중요성을 띤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게 있어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다.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중국이 두 나라의 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맞서지 않는다면, 동북아시아 내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정학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와중에 경제대국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주목할만하다. 계획적인지 아니면 위험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의도인지는 몰라도, 중국은 북핵 위기의 해결에 있어 중요한 주체로 부상하였다. 미국 정부가 강경했던 초기 대북정책에 대해 지지를 얻지 못한 사실에서 보듯, 미국의 정책이 아시아 안보의 중심에 있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오늘날 아시아 지역의 안보는 미국의 인풋(input)을 받은 상태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직접 수립한 정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경제 및 안보 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이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비전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APEC과 일련의 쌍무 무역 협정을 통해 경제 관련 논의에는 가담하고 있으나 안보, 그 중에서도 특히 동북아의 안보에 대한 기반은 아직 구축하지 못한 상태이다.

역설적이기는 하나, 아시아의 천덕꾸러기인 북한은 동북아에 초점을 맞춘 안보 기구 창달에 촉매제 역할을 함으로써 부지 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북아 안전을 논의하는 미래의 포럼은 북학 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국가들, 즉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을 중심으로 발족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어쩌면 북한까지도 이 포럼에 동참할 수 있다. 이 포럼은 군비통제, 위기 관리, 분쟁의 예방 및 해결 및 신뢰구축방안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으며 동북아 지역에 중점을 둠으로 ASEAN 지역포럼(ARF)이 미처 다루지 못한 사안들을 다루는 자리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같은 기구의 설립은 이미 우리의 목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관해 중국, 일본, 한국 및 러시아의 요구에- 마지 못해서 이기는하나 -따르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또한 북한이 핵 야욕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의 안전보장을 서면화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 내용이 담긴 성명서에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한국 모두가 서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명은 북핵 문제 해결 외에도 동북아 안보포럼 발족을 위해 국가들을 회합시키는 역할 또한 할 수 있다.

미국은 결국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 십년간 미국의 지배로 인해 수동적인 역할을 해야 했던 중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려 할 것이다. 길고도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역사를 지닌 동북아 국가들은 미국의 지시와 명령을 따르는 데 이제 지쳤다. 안보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타국의 의존성을 키우던 냉전 당시 미국의 배타적인 양자주의의 시대는 끝났다.

오늘날 아시아에서는 섬세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경제와 안보라는 두 요소를 모두 고려한 포괄적 비전을 제시하고 아시아의 핵심 국가들을 하나로 엮는 지역 기구를 수용 및 강화해야 한다. 이에 실패할 경우, 미국이 동맹국들로 하여금 미국과 아시아 중 양자택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분명 중국, 일본, 한국은 궁극적으로 해소되어야 할 역사적 라이벌 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은 균형를 이루는 중재자 역할을 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 세 국가들의 관계에 과거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그것을 이들의 미래 협력을 불가능케 하는 요소라 해석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편에 서거나 지역 국가들끼리 협력하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직은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최근 미국이 초기 대북정책에 대해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사례에서 보듯, 미래의 상황은 지금과 현저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이 새로운 안보 기구를 이루는 토대가 되어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의 몇몇 국가들 서로간, 그리고 이들과 미국이 관계가 한 차원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이 같은 기구야말로 북한의 고립을 끊고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제임스 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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