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03-11-03   1111

레이니, “미국의 배타적인 양자주의 시대 끝났다”

참여연대-SBS 공동 주최 국제평화회의

참여연대와 SBS가 공동주최한 ‘한반도 위기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국제평화회의가 11월 2일 오후 1시 30분 한국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 국제회의는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의 ‘한반도 핵 위기와 평화적 해법’이라는 기조연설로 시작되었다. 이삼열 유네스코 국제이해교육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1부 ‘북미갈등을 둘러싼 쟁점과 한반도 평화의 전망’에서는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이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가 ‘아시아 지역의 미국의 역할 변화: 지배가 아닌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나란히 주제 발표를 했다.

페리 전 미 국방장관, “6자 회담 방식, 동북아의 안보돌파구”

▲ 페리 미국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기조연설에서 “6자 회담을 통해 핵문제 해결방안을 만들면 동북아 지역의 안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동북아시아 6개국이 안보와 관련하여 서로 협력하는 선례를 만들어 지역안보포럼으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이룬 성과를 대북 정책의 근간으로 활용하지 않아 위기상황이 도래했다”며,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상황에는 부시 행정부의 강경노선에 많은 책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순성 소장은 “북-미 갈등해소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 △한반도 및 동북아의 비핵화 및 안보협력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남북의 노력지속과 강대국의 지원 △대북 경제제재 해제 및 경제지원을 통한 북한사회 발전도모 등 4가지가 기본 원칙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북한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총체적인 불신과 위협을 고려할 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포괄적·단계적·다자적 협상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이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북-미 갈등관련 사안에 대한 포괄적 협상 및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1단계, 신뢰구축을 위한 실행방안을 협상하는 2단계,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3단계”의 해법구상을 제시했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는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며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주체로 부상하게 된 변화”를 먼저 지적하며 “미국의 정책이 아시아 안보의 중심에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종합적인 비전을 개발해야 하며, 그것은 바로 지배가 아닌 중재역할을 하는 리더십으로의 변화”라고 주장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사이에는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이어 “북핵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미국이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라는데 대해 낙관적”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최근 미국이 북한에 서면으로 안전보장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점이나, 중국이 6자 회담을 추진하도록 미국이 막후에서 노력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선제공격이나 일방주의가 정책적 효력을 잃고 있다는 비판과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군사적·경제적인 부담, 반전 여론 등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가 새로운 전략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미국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건영 교수 “파병요구 할때는 동맹국이라면서, 북핵 정보는 왜 공유하지 않는가”

1부 토론자로 참석한 오재식 월드비전 아태지역본부 북한사업본부장은 “6자 회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관점이 중요하다” 면서, 특히 6자 회담에서 한반도의 역할이 제고될 수 있도록 압력을 넣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6자 회담이 열릴 때 6개국 시민사회도 공동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인도적 지원 등의 구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동북아 평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른 토론자였던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페리 전 국방장관에게 “2002년 북한의 개방노력과 태도변화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북-미 수교가 이뤄지지 못한 데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이 드러났기 때문인데, 미국은 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는가. 그렇다면, 왜 이 정보를 한국 정부와 공유하지 않았는가, 이라크에 파병을 요청할 때는 동맹국이라고 하면서 한국정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건영 교수의 토론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도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의도, 특히 북핵으로 인한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상태를 이용해 군비경쟁을 통한 이익을 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또, “미국이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적대적 파트너로 북한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레이니 전 대사 “동북아 다자간 협의 잘 되는 만큼 미국 패권 줄어들 것”

이에 대해 페리 전 장관은 “본인은 부시정권의 아시아 정책에 동의하지 않으며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먼저 밝히고, “부시정권은 북핵이 주변국, 특히 미국에게 있어 위협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토론 참석자들의 시각에 반대되는 의사를 표했다. 페리 전 장관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야 경제, 외교적 관계 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레이니 전 대사 역시“본인이 부시의 지지자가 아니며, 그의 대외정책을 수긍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미국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 많은 질문이 쏟아진 것에 대해 “전체적으로 미국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이 많은 것 같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강대국이 힘의 균형을 위해 한반도 분단을 더 낫다고 여기는 것 같은가”라고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진 뒤 “그렇지 않다. 대립관계로 얻는 것보다 경제협력을 통해 얻을 것이 더 많다”고 답하고 중국의 예를 근거로 제시했다.

박건영 교수의 질문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한국정부와 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라고 답한 뒤, “부시정부가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추측은 했지만 실질적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에 대해 캐물었는데 북이 시인해 알게되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내 국방부와 국무부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레이니 전 대사는 “최근 국방부 강경파에 대해 국무부가 힘을 얻어가는 것은 미국인들이 전쟁에 대해 지치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워싱턴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힘이 많다고 강압적·일방적으로 요구해서는 안되고 해결할 수도 없으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워싱턴이 깨달아 가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레이니 전 대사와 페리 전 장관은 6자 회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레이니 전 대사는 “다자틀 내의 협의가 잘 되면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패권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통일된 한국이 과거 틀에서 벗어나 이 협상테이블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우메바야시 일본 평화운동가 “한반도 만이 아니라 동북아가 비핵지대가 되어야 한다”

이 국제평화회의는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2부에서는 ‘부시행정부의 동북아 전략과 대안적 동북아 협력안보방안’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이 이루어 졌다.

히로미치 우메바야시 일본 피스 데포 대표는 ‘일방적 양자주의를 넘어서 동북아 협력안보체제를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동북아 비핵지대의 중요성과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을 강조했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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