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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4.07.23
  • 588
"잘 대응한 군을 나무라다니, 참으로 한심스런 일입니다."

2004년 7월 14일 서해 NLL에서 일어난 해군의 경고사격과 관련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대응을 두고 한나라당의 김덕룡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이 말을 텔레비전 뉴스에서 듣는 순간, 언뜻 '참으로 한심스런 한나라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다시피 NLL을 둘러싼 남북간 이견과 갈등은 첨예하다. 그래서 6월초에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교신수칙'에 합의했다. 그런데 NLL의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은 이 합의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고, 이 한계가 북한군의 '침범'과 남한군의 경고사격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해군은 '경고 -> 경고사격'으로 이어지는 '교전수칙'대로 잘 대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만 보고 넘어갈 수 있을까? 북한군은 장성급 회담에서 정한대로 '한라산'이라는 호출부호를 써서 우리 해군과 교신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것을 해군은 '기만전술'로 여기고 경고사격을 가했다. 그리고 북한군이 교신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를 보고하지 않았다. '기만전술'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남북 장성급 회담에 따른 북한군의 교신 시도를 '기만전술'로 여긴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것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보고누락'은 더더군다나 명백한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기만전술'이라고 하더라도 북한군이 장성급 회담에서 정해진 대로 교신 시도를 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보고되었어야 한다.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보고 누락'의 방식으로 통수권자가 사실상 '허위보고'를 받게 된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이고 큰 잘못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7월 20일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사건 당시 남북한 함정의 시간대별 송신내용 등이 상세히 보도된 것이다. 기무사의 조사 결과, 이 '기밀유출' 사건은 군의 정보병과 최고위자인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박승춘 중장이 두 신문사의 기자에게 정보를 건넨 '기밀제공' 사건으로 밝혀졌다.

박 중장은 '소신'에 따른 '해명'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은 상식적으로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군의 정보병과 최고위자가 '기밀'을 함부로 '유출'했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군 최고 통수권자를 싫어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보수 언론사에만 '유출'했다는 점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박 중장은 그저 두 언론사가 이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올바른 '정론지'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 뿐일까?

남북한 장성급 회담의 '교신수칙'과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NLL에서 또 다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뻔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한 사이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남한과 북한 안에서의 노력도 중요하다. 이렇게 중대한 문제에서 '보고 누락'을 빙자한 '허위보고'나, '소신'의 '해명'을 위한 '기밀유출'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의 '보고 누락'과 '기밀유출' 사건에 대해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국회 차원에서 그 경과와 원인에 대해 깊이 조사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이런 조사의 요구를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참으로 한심스런 일'인가? 한술 더 떠서 박근혜 대표는 이런 당연한 요구에 대해 '국가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도대체 박근혜 대표가 생각하는 '국가정체성'은 무엇인가?

16대 회기 내내 한나라당에는 '딴나라당'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그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애쓰기는커녕 계속 막 가더니 결국에는 '차떼기당'에 '떼쓰기당'이 되고 말았다. 17대 선거를 통해 '영남당'에 '강남당'으로 쪼그라들자 한나라당에서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기도 전에 한나라당은 다시 '딴나라당'이 되고 있다. 역시 한나라당은 안 되는가?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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