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0-06-22   1115

[기고] 한국일보 ‘참여연대의 진실’ 칼럼에 대한 반론 “거짓말보다 더 나쁜 곡필(曲筆)”



다음은 미디어 오늘에 실린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처장의 기고문입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112


한국일보에 묻는다, 누가 더 순진하고 유치한가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이 한국일보 6월19일자 30면 강병태 논설위원실장의 <참여연대의 진실>이라는 칼럼에 대해 반론 형식의 칼럼을 미디어오늘에 보냈다. 참여연대는 사실 관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면서 칼럼을 전해왔다. 한국일보 쪽에서도 반론 형태의 칼럼을 미디어오늘에 보낸다면 ‘열린 토론‘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해당 칼럼을 실을 계획이다. / 편집자


한국일보 강병태 논설위원실장은 6월 19일 ‘참여연대의 진실’이라는 그의 칼럼에서 “그(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는 지난해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 보고서가 ‘북한에는 공격형 잠수함이 없다’고 밝혔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은 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헤리티지 재단 보고서(Submarine Arms Race in the Pacific)에는 북한은 재래식 공격형 잠수함 22척(몇 척이 운용 가능한지 모름)과 많은 소형잠수정이 있다고 돼 있다”면서 그 보고서의 북한 부분 서술 중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


이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헤리티지 재단 보고서의 길지 않은 원문을 살펴보자.


북한은 22개의 오래된 재래식 공격형 잠수함을 가지고 있고(몇 척이 운용 가능한지 모름), 많은 소형 잠수함을 가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 잠수함들이 상선과 소박한 수준의 해군함정을 공격할 수 있지만, 북한의 잠수함들이 제해 작전에서 의미심장한 경쟁자(행위자)로 보이지 않는다.


“North Korea. North Korea has 22 old conventional attack submarines (how many are serviceable is unknown) and numerous mini-submarines. While its submarines could theoretically threaten merchant shipping and unsophisticated naval combatants, North Korea’s submarines are not viewed as serious contenders in sea control operations.”


강병태 논설위원실장은 자기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보고서 설명부분의 일부만, 그것도 북한의 잠수함 능력에 대한 평가진단 부분 서술을 생략한 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강병태 논설위원실장은 이 보고서의 핵심인 도표를 보지 않은 것 같다.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의 이같이 모호한 설명의 실제 의미는 도표에 나와 있는데도 강씨는 클릭을 한 번 더 해서 그래프를 보는 수고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재단은 도표에서 북한 공격함 잠수함 개수를 0개로 결론 내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교묘하게도 ‘old’라는 매우 결정적인 형용사를 생략한 채 인용하였다. 북한이 최근 개발하여 한미가 2005년 이를 연어급으로 명명해서, 누구나 돈만 있으면 볼 수 있는 제인 연감에도 나온다(?)는, 그리고 천안함을 침몰시켰을 것으로 추정하는, 북한제 신형 공격형 잠수함의 존재에 대해 헤리티지 재단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또 북한의 소형 잠수정인 유고급 잠수정도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내가 거짓말을 했음을 입증하려 한다. 그런데 그것은 내게 반박하지 말고 책임 있는 당국자인 국방부에게 해주기 바란다. 국방부는 유고급 잠수정의 중어뢰 발사 능력을 회의하는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얘기는 내가 코리아연구원에 기고했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그 글에 모두 나와 있다. 


언론인인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내 글도 숙독하지 않았고, 내가 인용한 해리티지 재단 보고서도 숙독하지 않았고, 그 동안 국방부의 발표 내용들도 숙지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잊을 만치 내게 대한 불필요한 적의를 지녔거나….













   
  ▲ 한국일보 6월19일자 30면.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또 참여연대의 보고서를 보니 “물기둥, 희생자 상처, TOD 동영상, 절단면 등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을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이다. 겨우 이 정도인가 싶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권위 있는 과학자의 견해 등 ‘진실을 찾는 시민사회의 노력’을 대표할 만한 게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5월 20일 정부의 발표를 직접 보거나 읽지 않은 것 같다. 참여연대의 보고서는 정부 발표 자료의 순서에 따른 비판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읽어보니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도 대체로 그러한 순서대로 되어 있다.


따라서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이 문제로 시민단체의 문제제기 수준을 비난하려면 국방부에 대해 고작 본 것 같기도 한 물기둥, 모호한 전달면, 1번 매직 같은 것으로 사건 결과를 발표 하냐고 따지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또한 그 단순한 것조차도 일개 시민단체도 아닌 책임 있는 당국이 여러 차례 번복해서 발표했었고 게다가 국회 앞에서도 여러 차례 보고를 번복했다면, 언론인은 마땅히 정부에 무언가 의혹이 있는 것 아니냐고, 왜 국민의 대표인 국회 앞에서 위증에 해당하는 행위를 그토록 손쉽게 하냐고 비판적 질문부터 먼저 던져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참여연대 보고서에 실명 인용된 전문가 수가 4명 정도로 적다고 주장하면서 ‘순진하고 유치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사람이라도 국방부 주장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제기를 했다면 언론은 그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방부가 제시한 ‘결정적 증거’인 북한산 어뢰부품과 천안함 침몰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설명하는 유일한 근거로 군이 제시한 증거는 이른바 ‘알루미늄 산화물의 검출’인데, 참여연대 보고서는 “국방부가 증거로 제시한 알루미늄 산화물이 어뢰폭발로 생겼을 가능성이 없다”는 물리학자의 ‘전문적 견해’를 인용하고 있다. 이 논문이 관련 학회에까지 제출되어 국제적 논쟁거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방부가 이 논문의 학술적 주장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는데, 이게 과연 유치하고 사소한 문제인가?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지진파만으로도 수중폭발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참여연대와 거기에 인용된 전문가들과 국회의원들의 견해, 그리고 상식적인 시민들의 의문들을 싸잡아 ‘잡다한 의혹’ 수준으로 폄하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강씨가 ‘지진파’를 대표적인 반증으로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 강씨조차도 그 외에 다른 근거들에 대해 주장할 엄두는 나지 않는 모양이다. 강씨도 잘 알겠지만 지진파만으로는 어뢰에 의한 공격인지 다른 폭발물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지진파만으로 공격의 주범을 찾는 것은 더더욱 가당치 않다. 나는 강씨가 지진파 외에 다른 ‘잡다한 의혹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게다가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참여연대 보고서에 전문가 의견뿐만 아니라 여러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행한 질의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실장은 국회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언론인마저 국회의 문제제기를 이토록 하찮게 생각하니까, 국방부가 국회의원들에게 몇 쪽짜리 보고서만 보내거나 국회에 대한 보고의 번복을 능사로 여기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일보의 논설위원실장이라는 이가 이렇게 무르니, 군이 언론에 허위 브리핑을 하는 것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