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잡힌 오만한 미국, 참을 수 없었다

139인의 사진가가 카메라를 내려놓은 이유

사진가들이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중생 사망사건 현장과 국민들의 분노를 카메라에 담아온 그들의 이러한 반란은 미국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저항이다. 이런 행위는 더욱더 철저히 그들의 실상을 고발할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

여중생사건과 관련한 각계각층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주·월간지를 비롯 프리랜스 사진가 등 139명이 개별적으로 참여해 이번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 이제껏 카메라 뒤에 서 있던 사진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12일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누구보다 가까운 현장에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목도하며 참담함을 느꼈던 우리들은 여중생들의 죽음이 우발적 사건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며 “근본적 해결없이는 제2, 제3의 효순 미선이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진가들은 일제히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여중생 사건에서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우리들의 경고”라고 밝혔다. 이들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방법은 부시 대통령의 공개사과, 재판의 무효, 불평등한 소파개정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이제껏 촬영한 여중생사건의 관련사진들에 대한 저작권을 포기한다고 밝히고 그동안 촬영한 사진을 모아 제작한 CD를 여중생 범대위에 전달했다. 프랑스통신사 라포(RAPHO)의 성남훈(40)기자는 “사진가들은 카메라로 역사를 기록한다. 이 기록물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도 관련 사진들을 계속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공동선언에 참여한 한 기자는 “우리도 현장에서 울분을 느꼈고 따지고 싶었다. 직업상, 위치상 객관성을 유지하느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가 똑같이, 당연히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작지만 잠시나마 우리의 의지를 표출할 수 있는 자리였다. 모두가 우리나라를 사랑하니까 참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기자는 “카메라를 내려놓는 것은 우리들로서 가장 강력한 저항이다. 우리는 앞으로 더욱 철저히 지켜보고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바닥에 내려놓아진 카메라들. 사진가들의 가장 강력한 저항의 뜻이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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