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한미정상회담을 기대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한미정상회담을 기대한다

 

다가오는 5월 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정상이 만나는 첫 번째 회담입니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중단된 남북,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고 멈춰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더없이 중요한 기회임을 강조하며 양국 정상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어렵게 맺은 남북, 북미 합의를 존중하고 실질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

2018년 어렵게 맺은 남북, 북미 합의는 한반도 핵 문제를 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한미 정부의 귀중한 결실이다. 양국 정부는 2018년의 남북, 북미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화 재개와 관계 개선을 말하면서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공격형 무기 도입에 열을 올리는 모순적인 모습만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군사비 지출 세계 10위인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선 지 오래다. 더이상의 국방비 증액은 필요하지 않다. 군비를 축소하여 단계적 군축을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정신을 지키고 군사적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남북이 합의했던 교류 협력 사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 역시 이에 협조해야 한다. 특히 남북, 북미 이산가족 상봉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인도적인 문제다. 

한편 북한은 바이든 정부 출범 때부터 ‘선 적대시 정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지난 북미 협상의 역사는 미국 정부가 제재와 압박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협상 전략의 중심에 두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던 시기에 관계 개선과 협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성과 없이 끝난 하노이 회담을 타산지석 삼아 북미 협상을 진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북 제재 완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의 합의와 이행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신뢰가 구축되면 더 어려운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말하는 대북 정책의 ‘조율되고 실용적 접근(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은 바로 이런 것이 되어야 한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북한 인권은 북한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 차원의 문제이다.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과 조화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역시 2020년 보고서를 통해 “한국전쟁의 평화적인 종식을 모색하는 것이 비핵화, 협력, 인권 개선 등을 논의할 여건과 공간을 열어 줄 것이라 믿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재와 압박보다는 평화와 협력이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둘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라.

대화와 군사행동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양국 정부는 올해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상호 간에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남북 판문점 선언과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한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반한다. 북한은 2018년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당시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를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한국 정부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등을 포함한 공격적인 한미 작전 계획이 변경되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는 대화가 중단되는 순간 불신과 적대감이 다시 증폭되어 결국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을 수차례 경험해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각국 정부는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을 위한 행동보다는 서로를 향한 비난과 군사훈련, 군비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 시급한 것은 갈등을 불러올 군사행동이 아니라 관계 개선을 위한 행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대화에 나서길 촉구하며 “다시 한번 더 마주 앉아서 협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북한이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행동을 바꾸지 않은 채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2018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했던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셋째, 조건 없이 전작권을 전환하고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 

한미 정부가 합의한 ‘전시작전권 전환 조건 충족’은 조건 자체가 모호하고 안보 환경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오히려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는 구실만 되고 있다. 전작권 환수를 이유로 전력 증강에 끊임없이 투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명백해졌다. 게다가 전작권 환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또다른 빌미가 되어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권 국가인 한국의 당연한 권리인 전작권은 조건 없이 한국이 돌려받아야 하고, 한반도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한국의 독립적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MD(미사일 방어체제)를 강화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를 철거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성주 소성리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기 등 사드 장비, 공사 자재 반입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이 작은 마을에 들어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고령의 주민과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한국 주민을 탄압하는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은 사드 체계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미 정부는 ‘임시 배치’ 상태인 사드의 정식 배치를 사실상 강행하고 있다. 미국 MD 편입의 중요한 핵심축인 사드는 즉각 철거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중단된 남북, 북미 대화를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데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아가 2021년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국전쟁 종식,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계기를 만드는 한 해로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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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원문보기 /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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