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1-30   1196

“9.11의 교훈은 전쟁이 아닌 평화와 공존”

9.11 희생자가족단체 창립자, 데이빗 포또띠 씨

▲ 데이빗 포또띠 씨

“미국 내에도 부시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화운동가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기업들까지 부시 정책에 본격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은퇴한 CIA요원들이 단체를 만들어 부시반대 운동을 하고 있을 정도다. 대표적인 온라인 행동단체인 ‘MoveOn.org’ 는 이라크 전쟁 반대와 이라크 후원기금으로 하루에 백만달러 이상을 모은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도 부시반대운동에 써달라고 500만달러를 내놓았다. 대규모 시위와 집회가 많이 열리고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9.11테러 희생자 가족단체인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 : September 11th Families for Peaceful Tomorrows>의 창립자이자 공동간사인 데이빗 포또띠(David Potorti) 씨는 미국 내에서 점점 거세지는 부시 대통령 반대 움직임을 이렇게 말했다.

11월 29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방한한 포또띠 씨의 첫 일정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의 간담회. 이 자리에는 민가협의 임기란 공동의장과 조순덕 회장,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박순성 소장 등이 함께 했다.

포또띠 씨는 전쟁 상황이 악화되어가면서 미국이 고립되고 있는 지금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운동을 소개하고 국제적 반전운동에 미국민들도 동참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이라크에 파병된 군인 가족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지금 그들(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와라! 이 전쟁은 위법, 위헌, 비도덕이며 애초에 필요도 없었던 전쟁이다. 이런 전쟁 더 끌어봤자 우리 아들들만 죽어간다. 빨리 중단하고 군인들을 철수시켜라”고 주장한다고 전하고, “여기에 시민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은 철수방법과 원조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포또띠 씨가 전하는 평화공존 메시지와 미국 내 반전운동 확대흐름에 대해 박순성 소장은 “부시 대통령과 미국의 자정노력이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다”며, 가족을 잃은 슬픔을 평화운동으로 승화시킨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격려로 답했다.

포또띠 씨는 “911테러의 교훈은 전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언한 뒤, “폭탄과 무기, 장벽은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할 수 없으며, 이제는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 9.11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유가족들이 분노하며 이라크 전쟁을 원한다고 말하는데, 유가족의 의견은 물은 적도 없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전쟁은 아직 아니라고 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했다. 국민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라며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고, 그로 인해 커져 가는 미국의 파시즘 경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미국 언론들이 파시즘 경향을 부추기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 언론들이 “미국인들이 진실을 알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기란 민가협 상임의장은 “우리는 전쟁광인 부시 대통령을 아주 싫어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터에 가기를 원치 않는다. 포또띠 씨가 미국에 돌아가 한국에 대한 파병요구를 말려달라. 특히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을 어서 멈추라고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는 9.11 사태 직후인 2001년 11월 발족한 단체로 9.11 희생자 가족 300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 단체의 창립취지는 “테러리즘에 대해서 비폭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9.11의 경험처럼 전 세계 많은 이들도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정의를 위해 평화적인 수단들을 찾아야 할 것이며 전쟁에 의한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들과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포또띠 씨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방문하여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정책결정자들을 만나거나 언론매체 등을 통해 테러와 전쟁에 대한 비폭력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도 29일 열린 이라크파병반대 제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와 여중생추모 촛불시위 1주년 행사에 참석해 반전평화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은 30일 ‘전쟁과 폭력을 넘어, 평화와 화해를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포또띠 씨의 강연초록이다.

테러희생자가 전하는 반전평화와 화해의 메시지

David Potorti

September 11th Families for Peaceful Tomorrows

친애하는 한국시민 여러분,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이 처음 한국방문으로, 여러분의 환대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통해 여러분에게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하게 되어 기쁘며 또한 여러분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 돌아가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세계무역센터 9.11 공격으로 저의 큰 형을 잃은 사람으로서 여기에 서 있습니다. 또한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분개하는 한 시민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또 저는 자신들의 부모, 자식, 형제자매를 잃은 슬픔을 평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승화하려는 모임인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 : September 11th Families for Peaceful Tomorrows>의 창립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폭탄이, 무기가, 장벽이 우리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21세기가 왔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공존의 길을 찾지 않으면 우리는 공멸할 것입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더 이상 인류의 현실을 외면한 채 그들만의 행성에 살고 있는 척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지구상에서 가장 힘있고 순수하며 절대 실수를 저지르거나 의도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양 살 수는 없습니다. 미흡한 역사의식, 언론의 왜곡 등으로 많은 미국인들은 진실을 알기를 두려워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미국인은 아프가니스탄의 폭탄투하를 지지했고 또한 미국인들은 9.11공격과 관련이 없는 이라크에 대한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침략을 지지했습니다.

우리는 테러리스트 공격의 폭력성을 그보다 더한 폭력성에 대한 핑계로 사용해왔고, 그 결과 우리를 둘러싼 폭력성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정당화시키는 변명으로 이용해 왔고 그 결과 미국인들의 죽음이 증가된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이 실제로 깨닫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인간의 말, 생각, 개인사들은 모두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테러리즘과 전쟁의 비인간성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가 더 인간다워지는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9.11의 진실은 어느 시간, 어느 곳에서든 살상은 옳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비행기납치범에 의한 테러든,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든 간에 세계무역센터의 무고한 사람들이나 아프가니스탄의 무고한 어린이, 또는 이라크의 무고한 아버지의 죽음은 항상 옳지 않습니다. 그것은 항상 비극입니다. 그리고 테러리즘과 전쟁에 의한 죽음은 그 파장이 세대를 건너서 오랫동안 지속되기 마련입니다.

(중략 : 사망한 형과 가족들의 이야기, 아버지의 전쟁경험)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그들의 역사를 죽이는 것입니다. 그들의 전통과 그들과 부모 손주 증손주로 이어지는 가족들간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나의 어린 아들은 죽은 내 형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죽음은 우리를 과거, 현재, 미래와의 연결로부터 끊어놓고 있습니다.

9.11 이후에 우리는 미국전역과 전 세계에서 우리와 뜻을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그들도 전인류의 이익이 그들 자신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지요. 그리고 우리들처럼, 그들도 자신들의 고통과 상실의 경험을 산증인으로서 다른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야 하고 그를 통해 미래에 있을 또 다른 상실을 막아야 할 책임을 깨달은 사람들입니다.

(중략 :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가족들 만난 이야기, 평화를 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의회 창립자 Yitzhak Frankenthal 씨를 만난 이야기, 살인 피해자 가족들의 모임으로 가해자에게 사형이 내려지는 것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Murder Victims Families for Reconciliation’의 Bud Welch씨를 만난 이야기 등)

적이 누구인지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친구인지 아는 것입니다. 테러리즘은 문제의 한 증상일 뿐이지 테러리즘 자체가 정말 문제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문제는 군사주의, 제국주의, 국가주의, 물질주의, 다른 이들의 생명의 경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개선해야 하는 문제들과 잘못된 개념들이 있다면 우리는 먼저 그것들을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자유는 선택을 갖는 것입니다. 어디서든 전쟁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하기 전에 우리가 가진 모든 선택들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9.11이 남긴 교훈을 기억해야 합니다. 폭탄과 무기, 장벽은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공존의 길,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도덕과 윤리, 영혼과 법, 전통과 역사의 힘으로부터 우리는 테러리즘과 전쟁으로 인해 흩어져 있는 세계를 다시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의 계속되는 사명입니다. 다시 한번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이 중요한 여정에 함께 하시기를 환영하는 바입니다.

2003. 11. 30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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