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9-08-14   1381

핵군축을 향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들 vs 핵억지력이라는 망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7월 31일 ‘핵무기 없는 세상’에 도달하기 위해 핵군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칼럼 “My Plan to Drop the Bomb(핵무기 포기를 위한 나의 계획)”을 가디언(The Guardian) 등의 언론사에 기고하였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과거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인 동시에 쌍방 파괴라는 위협에 기반한 위험한 평화의 냉전시대의 시작을 의미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핵무기가 평화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이 무너지고 있는 반면 군축이 다시금 글로벌 아젠다로 등장하여, 군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새로운 이니셔티브(initiative)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다가오고 있다고 반 사무총장은 주장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에 따르면 20년 전 냉전의 종식은 평화배당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대신에 심각한 핵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협의 일부는 2만개가 넘는 핵무기와 핵억제라는 전염병의 존속에서 비롯되었으며, 다른 일부는 냉전 시대 이후에도 12차례가 넘는 핵실험과 끊임없는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서 비롯되었고, 또한 더 많은 국가들이,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 획득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고 반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최근 수 년 동안 우리는 핵무기의 끔찍한 영향이 핵무기 사용을 방지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강대국들은 첫 공격이 자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병 안에 든 한 쌍의 전갈과 같았지만,  오늘날 전갈들의 보금자리가 확대되고 있고 그 결과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고 반 사무총장은 비유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에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중요한 변화로써 최근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 후속논의 합의에 동의한 것(→자세히 알아보기), 군축회의에서 핵물질 관련 논의(FMCT)를 비롯해 활동프로그램에 합의한 것(→자세히 알아보기), 호주와 일본이 핵 비확산과 핵군축에 관한 국제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을 예로 들었다.


이와 더불어 반기문 사무총장은 ‘WMD- We Must Disarm!’이라는 유엔 캠페인을 소개했다.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는 원래 대량살상무기를 의미했었는데 ’우리는 반드시 군축을 해야한다‘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반 사무총장은 WMD 캠페인이 군축을 요구하는 이전 성명서들과 ‘Global Zero’와 같은 풀뿌리 캠페인에 힘을 실어줄 것이며 이러한 핵군축 캠페인은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 최고조에 달하는 동시에, 핵군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시민사회가 유엔이 후원하는 핵군축과 개발에 관한 컨퍼런스를 위해 멕시코 시티에 집결할 때 더욱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또한 앞으로 일련의 군축논의 회의 일정에 주목했다. 다음 달(9월) CTBT(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유엔에 모여 CTBT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 5월에는 5년마다 열리는 NPT(비확산조약) 검토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 군축, 비확산,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대협상(grand bargain)”에 대해 협의할 것이다. 반 사무총장은 만약 CTBT가 발효되고 NPT 회의에 진전이 있다면, 세상은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의 여행에 좋은 출발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성취하기 위한 5가지 계획, “My Plan to Drop the Bomb(핵무기 포기를 위한 나의 계획)을 제시했다. 세계안보에의 도전은 핵무기 비보유 국가나 다른 비국가 단체가 핵무기를 획득할 위험이 없더라도 충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략적 안정, 국가간 신뢰, 지역분쟁 해결도 군축을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지만 군축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고유한 기여를 가지고 있으며 군축이 지연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My Plan to Drop the Bomb(핵무기 포기를 위한 나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① 군축은 반드시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Disarmament must be reliably verified) : NPT 참가국들은 새로운 협정을 통해서든 검증을 위한 신뢰할만한 시스템이 구축된 단위를 통해서든, 핵군축에 있어 신의(good faith)를 가지고 협상을 추구하기를 요청한다.

② 군축은 반드시 안전을 향상시켜야 한다 (Disarmament must enhance security)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군축 과정에 있어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핵무기 비보유국들을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를 촉구한다.

③ 군축은 반드시 법적 의무에 기반해야 한다 (Disarmament must be rooted in legal obligations) : 핵무기 없는 지역과 핵물질에 관한 새로운 조약처럼 다자 조약의 보편적 멤버십이 핵심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CTBT 가입 지지를 환영한다.

④ 군축은 대중에게 가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Disarmament must be visible to the public) : 책임과 투명성이 중요하다. 핵무기 보유국들은 핵군축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핵무기 보유국들이 그들의 핵프로그램에 관한 일부 정보를 공개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 몇 개의 핵무기가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유엔 사무국은 이러한 정보의 보고가 될 수 있다.

⑤ 군축은 다른 무기로 인해 도래하는 위험을 예측해야 한다 (Disarmament must anticipate emerging dangers from other weapons) : 핵무기 없는 세상에 필요한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미사일, 우주무기, 재래식 무기를 제한하는 데에도 진전이 있어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뿐만 아니라 엘바라데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관리와 전문가와의 회의(7/7)에서 NATO 회원국들에게 핵군축을 촉구했다. 엘바라데이는 핵이 최고의 억제력을 가진다는 주장은 세계에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라는 절대적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NATO 회원국들이 잠재적 위협 저지를 목적으로 하는 핵무기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NATO 사무총장 Jaap de hoop Scheffer는 엘바라데이의 이 같은 요청을 단칼에 거부했다. Scheffer는 NATO가 계속해서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 전부를 보유할 것이라는 점은 명명백백하다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뿐만 아니라 Sceffer 자신은 그러한 변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NATO의 현재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은 10년 전 1999년 워싱턴에서 합의된 것으로 ’핵무기를 필수적 억지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NATO의 Strategic Concept에 과연 변화가 있을지는 내년 리스본에서의 정상회담에서 밝혀질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적했듯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핵군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열망은 이미 큰 파도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올해 마지막인 군축회의 회기가 현재 열리고 있으며, CTBT 발효 촉구 회의가 다음 달 곧 열린다. 전체 핵무기의 95%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START 후속협정에 합의하고 미국이 CTBT 가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핵억지력이라는 망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NATO처럼 핵억지력을 여전히 중요한 전략으로 간주하거나 북한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핵군축과 비확산 논의에 역행해 핵재처리가 평화적 핵 이용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 하지만 곳곳에 핵억지력이라는 망령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를 비롯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은 핵군축의 당위성을 이해하고 핵군축 캠페인에 함께 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핵재처리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사회가 아닌, 과감히 핵우산을 포기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책을 설파하는 사회를 상상해본다.



 


박수현(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인턴), 김희순(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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