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2-09-17   3072

[평화에 투표하자⑬] 민간이 앞장서서 금강산관광 재개의 길 열어야

총선과 대선에서는 평화와 외교ㆍ안보 문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외교ㆍ안보 현안이 갑자기 떠오를 때의 표심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긴장을 고조시켜 표를 얻으려는 시도는 이제 어림도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졌습니다. 그러나 갈등 조장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듯한 움직임은 여전히 있습니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올해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벌어지는 긴장 고조 행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ㆍ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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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앞장서서 금강산관광 재개의 길 열어야

금강산관광 재개와 ‘평화통일정치’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남북관계가 절망스럽다. 북한 수해지원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남과 북의 어긋난 행태와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측 당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고 ‘무엇을 줄 것인지 먼저 읊어보라’고 요구한 북도 그렇지만, 북이 절실히 쌀과 시멘트, 중장비를 갈망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모른 척하면서 북이 안받을 카드를 내민 우리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좀더 대범하게 수해지원에 성의를 보였다면,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의 남북관계 물꼬트기는 또다시 무산되었고, 누적된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부담은 그대로 차기정부로 넘어가게 되었다.


평화통일정치’의 실종


남과 북 사이에는 이른바 ‘평화통일정치’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말은 김상근 6.15남측위 상임대표가 만든 조어(造語)이지만, 일찍이 문익환 목사는 “남쪽의 대한민국에서 되어지는 모든 일에 한 시민으로서 책임있는 생을 살아가는 동시에, 북쪽의 모든 민족(문제)도 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한다든가, “앞으로 통일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입니다…여론 확산노력이 모든 사회운동의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여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정치와 그것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이 ‘평화통일정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명박정부는 북한 주민들에게 계속 업을 쌓고 있는 셈이다.


수해지원 무산 후 북은 이명박 정부에 환멸을 느꼈다며 ‘온 민족의 저주 속에 가장 비참한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북의 이러한 대남 강경자세는 김정은 체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확고한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내내 북은 성전과 사죄의 최후 선택을 언명해왔고, 반면 이명박 정부는 ‘역사적 평가’를 운운하면서 군사충돌 불사의 대북강경 기조를 지속해왔다. 평화통일정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이 걱정되는 것은 당국 간의 노력에 의한 위기 해소나, 북미관계의 변화 등 외부 변수에 의한 남북관계 위기 해소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즉 출구와 전환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차기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단시일 내에 누적된 남북관계의 현안을 정리하고 빠르게 남북관계 정상화 국면으로 전환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남쪽 내에서 보수세력의 반발도 그렇지만, 북도 지금과 같은 대남강경자세를 변화시킬 민심의 변화를 단기간에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현재의 남북관계 위기 해소를 위해 지금까지와 같이 남북 양 당국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상황에 보다 과감히 개입하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지금이야말로 민간통일운동이 ‘평화통일정치의 제3당사자’로서 보다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 굳게 닫힌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의 출경게이트. ⓒ연합뉴스


민간이 앞장서서 금강산관광 재개의 길 열어야


시민사회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과감한 상황 타개의 시도로서 검토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관광 문제다. 주지하듯이, 금강산관광 재개는 남북관계 발전의 핵심문제로서 이를 위한 민간의 노력은 남북관계의 위기 감소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진전의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벌써 4년이 지났고, 그 동안 우리 기업과 강원도와 고성군 주민들이 받은 고통과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도 중요하다.


금강산관광 재개의 핵심사안인 ‘남측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과 재발 방지’ 약속은 사실상 2009년 김정일 위원장이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에게 공개 언명한 것이지만, 정부는 당국간 대화에서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외면하고 있다. 물론 아무런 전제 없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어렵다. 비록 관광 중단이 4년 넘었다 하더라도, 박왕자 씨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마무리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 북은 남의 현대아산과 북의 아태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등에 협의하면 금강산관광 재개에 문제없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당국간 논의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권위있는 민간주체가 금강산관광 관련 3대 현안(진상조사, 유감 표명, 재발 방지)에 대해 사실상 북측 당국의 약속에 준하는 합의를 얻어내고 이를 다시 우리 정부에 전달하며, 동시에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여 당국간 협의에 준하는 효과를 얻도록 하는 해법을 추진해볼 수 있다. 남쪽의 종교계와 시민사회 등 권위 있는 주체들이 북과 협의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남북 양 당국 모두 금강산관광 재개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없어질 것이다.


지난 9월 5일 출범한 ‘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러한 취지에서 출범하였다. 필요하다면 이 운동본부 차원에서 민간조사단을 꾸릴 수도 있으며 북과 진상조사 등을 통해 북의 재발 방지 확약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박왕자 씨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국민정서 해소와 함께 당국간 관계를 우회하는 금강산관광 재개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내년은 한국전쟁이 정전으로 마무리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60년을 이어온 전쟁상태를 마감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평화통일정치’의 복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당국이 이런 평화통일정치를 수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면 민간이 나서야 한다. 꽉 막힌 당국관계에 절망하며 차기정부 등장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국관계를 우회하여 시민사회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제3당사자’ 역할에도 적극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차기정부도 빠른 속도로 남북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 시민사회의 금강산관광 재개 노력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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