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1-26   737

파병반대국민행동, “국민의견 직접 수렴” 방안 모색

국민투표 방식도 고려, 오늘 시국회의 통해 확정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이 “파병여부에 관해 국민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지난 주 있었던 운영위원회에서 “파병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으며, 이에 대해 오늘 있을 제3차 비상시국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 운영위원회에 이어 열린 실무진 간담회에서 ‘국민여론 직접 수렴을 위한 국민투표 방안’ 등이 검토되었으며, 이는 오늘 오후 1시 제3차 비상시국회의와 3시 지역대표자회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이런 방안을 모색하게된 것은 사실상 이라크 파병에 필요한 수순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는 정부를 압박할 방법은 최종적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 물어서 여론의 힘으로 막아내는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여론이 압도적으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파병을 추진하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함과 동시에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직접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

파병은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0월 18일 ‘이라크에 2차로 한국군을 파병하겠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고 난 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방한때는 구체적으로 ‘3천명 규모의 비전투병 파병’ 계획까지 밝히고, 이어 4당 영수회담을 추진하는 등 파병을 밀어 부치고 있다. 이에 370여 개 단체가 모인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연이은 대규모 집회와 1인 시위 등으로, 국회 반전평화모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파병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측 주장의 핵심은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파병은 재논의되어야 한다”는 것. 정부가 ‘치안유지와 재건 등을 위한 2차 파병’을 결정했던 10월 18일 이후 현재까지 이라크 상황은 악화일로를 거쳐 이제 3차전 양상으로까지 번져있는 상황이고, 그 사이에 파병계획을 밝혔던 모든 국가들은 이미 결정을 철회하고 있으며, 파병한 국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조사단까지 테러위험에 빠지는 상황이므로 당연히 파병논의는 원점에서 재논의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파병문제를 결정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최근 들어 파병반대 여론이 압도적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밀어 부치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관계자는“12월 초로 예정된 청와대와 4당 영수회담에서 정부는 파병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서로 피하려는 4당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국민여론 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파병을 결정했던 모든 국가들이 파병철회로 돌아선 상황에서 ‘한국의 추가파병’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압력에 대항할 수단으로 파병에 반대하는 압도적인 국민 여론 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신력 있는 국민의견 수렴이 관건

그러나 ‘국민의견 직접 수렴’을 통해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기대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공신력과 대중참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부터가 그렇다. 공신력 있는 의견수렴을 위해서는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신력을 위해 엄격한 절차를 밟을 경우 광범위한 대중 참여를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겪고 있는 가장 어려운 점은 재원과 인력. 수차례에 걸친 대규모 집회와 각종 포스터, 유인물 제작 등으로 인해 이미 1500만원 이상의 빚을 진 상태다. 그뿐이 아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핵폭탄급 시국사안들도 현실적인 부담이다. 인력이 한정되어 있는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각각 부안사태, 노동현안, 정치개혁 등 이라크파병 정도에 해당하는 굵직굵직한 사안들에 매달려 있다보니 인력투입과 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수개월 째 싸움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반대국민행동 측은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일 터지는 테러 등으로 이미 우리 국민 대부분이 파병반대로 돌아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난 10월에는 파병반대가 2-30% 가량이었는데 11월 들어서는 60%가 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공식적인 형태로 수렴해 내기만 하면 정부의 파병추진을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절차상 아직 국회비준이 남아있음을 지적하며 “국회의원들도 달라진 이라크 상황과 국제정세는 물론, 국민의 뜻을 제대로 알고 파병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한다. 당리당략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하길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여중생 촛불시위 1주기인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여론전 돌입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오늘 있을 제3차 비상시국회의 등을 거쳐 ‘국민의견 직접 수렴’ 방침과 구체적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오늘 확정할 국민의견 수렴 방안 외에도 이번 주말인 11월 29일에 또 한차례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미군궤도차에 압사 당한 효순이, 미선이의 촛불추모집회 1주기를 맞는 시점이어서, 이번 주말을 계기로 파병반대 여론이 다시 폭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각계 저명인사 1000인 선언’등 다양한 방식으로 파병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직하여 ‘국민의견 수렴 운동’을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한편, 특검 거부와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극한 투쟁으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이 파병문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12월 초로 예정되어 있던 4당 영수회담조차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길게 끌수록 정치적 부담을 갖게될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쉽사리 파병방침을 철회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파병반대국민행동 등 시민사회가 ‘국민의견 직접 수렴’을 무기로 공세를 취할 경우 시민사회와 청와대의 한판 격돌이 예상된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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