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야 말 좀 들어!③] ‘촛불 정치’, 이렇게 가능하다

‘촛불 정치’, 이렇게 가능하다

[정치야 말 좀 들어!③] ‘민의가 그대로’ 지방선거법 개정을 위하여

유창복 정치개혁 서울행동 활동가

 

 

이 글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정치개혁 공동행동의 공동기획 연재 기사입니다. [원문 바로가기]

[정치야 말 좀 들어!①] 예산동결-의석확대로 선거제도 개혁해야

[정치야 말 좀 들어!②] ‘촛불’이 특정 정당 반대? 문제는 선거법이다

 

▲ 서울행정법원이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 대규모집회를 앞두고 청와대 100m 앞 집회와 행진을 허용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수의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조형물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지난겨울 우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탄생시켰다. 올해 3월 국민 76%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5.9대선에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합하면 76%다. 이번 대선은 촛불연합의 승리다.

 

작년 10월 29일부터 올 3월 10일까지, 20주 133일 동안 연인원 1600만의 시민이 참여한 ‘촛불연합’은 정권을 교체했다. 

 

이제는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치혁신의 마개로 적폐 온상을 틀어막아야 한다. 정치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정권 내내 기득권세력의 끈질긴 저항으로 청산과 쇄신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 정치혁신이야말로 적폐청산과 국정쇄신 목표이자 수단이다. 정권교체 이후, 촛불명예혁명의 명령은 정치혁신이다. 

 

[정치혁신 방향]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정치

 


▲ 수많은 시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공범처벌과 적폐 청산의 날-8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안 인용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정치혁신의 방향은 주권자인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정치’를 만드는 것이다. 헌법이 정하는 주권자로서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서는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민의가 국정에, 의회와 정당에 반영되고, 민의가 가리키는 대로 정치가 따라가는 대의정치제를 실현해야 한다. 주권자의 일상적인 정치(정책) 참여를 보장하고 촉진하는 협치(민관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87년 직선제 쟁취로 확보한 대의정치의 시스템은 이제 ‘시스템 체인지’의 운명을 맞고 있다. 하지만 민의 정치를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은 지나친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이다. 둘째는 관주도의 하향식(Top-Down) 통치체제이며, 셋째는 하향­중앙집권 통치를 가능하게 하는 기득권 정치이다. 이 장애물을 걷어낼 정치혁신의 첫번째 방법은 분권화이다. 둘째 시민주도 협치 체제이며, 셋째 시민주도 정치, 다양성과 합의의 정치이다.

 

[분권] 문재인 대통령도 연방제 수준으로 

 

우선 중앙집권적인 정치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정권의 적폐는 극소수 권력계층의 극단적인 권력독점에서 비롯되었다. 중앙행정 중심의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으로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마디로 무능하다. 무능한 곳에 과도한 권력을 놔두면 부패가 자라난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그 무능과 부패의 정점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분권을 통한 권력분산으로 소수 엘리트 관료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휘두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광역정부로, 시도 광역정부에서 시군구 기초정부로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형편에 맞고,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정책이 생산된다. 

 

지금은 지방정부의 재정이 열악해서 현장의 형편과 필요보다는 중앙정부의 기획과 요구에 맞추기 급급하다. 분권적 특성화가 가능하도록 자치입법, 자치재정, 자치조직·인사 등 지방행정의 자치권을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했고, 김부겸 행자부장관은 자치분권을 최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분권의 전제] 시민에게 권한 이양하는 ‘제 2의 분권’

 

권한이 이양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2의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시민‧주민에게로의 권한 이양이다. 지방정부로 이양된 권한을 단체장에게 맡겨둔다면, 공공정책을 직업적 관료제 안에만 가둘 수 있다. 융합적 행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늘어난 지방정부의 권한을 이용하여 지방의 기득권 토호세력과 밀착하면, 중앙보다 더 심각한 적폐 온상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가 권한을 이양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분권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마다 중앙정부 관료들이 들고 나오는 이런 반대논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시민이 광역 및 기초 지방정부의 행정에 참여해야 한다.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해 권한을 행사하고, 정책 집행과정에 결합해야 한다. 시민 참여가 동원으로 그치지 않도록 시민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시민들이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권한을 이양하기 어렵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분권을 거부하는 논리와 아주 닮아 있다. 

 

시민은 권한을 책임감 있게 행사해야 한다. 이는 경험이 쌓여서 생기는 능력이다. 시민의 공공적 역량(시민력)이 성장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지원해야 한다. 법제도로 보장되어 공무원이 위험부담(정책실패와 감사) 없이 시민과 협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은 분권의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이 충족되려면 시민‧주민에게로 권한을 이양시키는 민관협력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게임의 룰을 바꾸자] 대결정치 부추기는 선거법 개정

 


▲ 정치개혁 경남행동은 26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종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 윤성효

 

‘분권과 협치’가 실현되려면 시민을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민관협력을 촉진하는 협치제도를 만들 정부와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최소한 주권자인 시민의 의지에 반하지 않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2018 지방선거는 민의가 반영되는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민의에 따라 움직이는 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다. 

 

지방선거 룰을 바꾸어야 한다. 현행 선거법은 거대 기득권 정당의 정치독점을 보장하고,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으로 이어지는 세습권력을 용인하는 구태정치의 낡은 룰이다. 거대정당이 50% 남짓 득표율로 90%가 넘는 의석을 싹쓸이 하는 비정상적인 독점정치를 고착시키고, 다양한 목소리는 소수라고 배제되고 ‘사표(死票)’라고 무시된다. 

 

결국 거대 기득권정당의 적대적 공존의 대결정치가 당연시되고, 국민들은 정치혐오를 털어내지 못한다. 유권자 득표율에 따라 지방의회의 의석수가 결정되고, 다수파와 소수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협치와 상생의 정치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촛불이 명령하는 정치혁신, 즉 민의로 움직이는 정치가 가능하려면 선거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광역의회 비례성 강화] 연동형비례제 도입 

 

광역의회 의원 선거에서 득표율-의석 간 비례성과 유권자 1표의 등가성을 높여야 한다. 득표율에 따라서 의석을 배분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정안에서 검토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된다. 지역구 의원 선출 투표와 정당 선택 투표를 1인 2표 방식으로 하되, 광역의회 의석을 정당 득표율로 배분한다. 각 정당들은 할당받은 의석 수 범위 내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채우고,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법이다. 

 

비례의원과 지역구의원의 구성비는 현행 1:2의 비율을 유지한다. 이 비율을 확보하려면  지역구 의석을 줄이든지, 전체 의석을 늘리든지 둘 중 하나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의원의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에 이번 개정안에서는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안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려면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 1개당 2명의 광역의원을 선출하는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 광역의원이 국회의원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므로, 국회의원 선거구를 쪼개서 광역의원 선거구를 만들 필요가 없으며, 광역의회 나름의 선거구 획정이 필요하다.

 

[기초의회 비례성 강화] 연동형 비례제 및 전면 비례제

 

기초의회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두 가지로 검토할 수 있다. 1안은 광역의회처럼 지역구투표와 정당투표를 동시에 하는 1인 2표 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비례의원과 지역구의원 간의 비율을 최소 1:2를 유지할 수 있다.

 

현행 기초의회 의원 정수는 최소 7인에서 최대 43인(경남 창원시)까지 다양하며, 최소 7인 규모의 의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어렵다. 따라서 7인 규모의 의석을 최소 9인으로 증석하는 것을 전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 중선거구제-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시, 지역구/비례 정수(예시)

 

1-가, 1-나 식으로 기호를 부여함으로써 거대 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기호만 보고 투표하도록 조장하는 기호부여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교육감선거처럼 기호 없이 투표용지에 기재되는 순서를 순환시키거나, 아니면 추첨으로 정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2안은, 기초의회는 지역(동)별 대표성의 의미가 광역에 비해 크지 않고, 단순한 방식으로 득표율-의석 간 비례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전면비례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비례후보에 대한 국민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개방형 명부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단, 소수자의 대표성이 훼손될 수 있기에 여성, 청년, 장애인 등 소수자 할당을 보장한다. 한편 전면비례제는 무소속 출마가 불가능하고 정당에게만 의석을 배분하기에 지역정당 허용을 전제해야 한다.

 

[결선 투표제] ‘20% 단체장’에게 맡길 수는 없다

 


▲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결과 ⓒ 고정미

 

현행 지방선거제에서는 불과 20-30%대의 득표율로 단체장에 당선되는 민의 불일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 과반수 지지를 받아 당선돼 명실상부한 대표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결선투표제는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소수정파가 다수정파와 협상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렇게 하면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과 정치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나 정치적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정치의제를 현실정치에 관철할 수 있기에  정치발전에 기여하고 승자독식의 기득권 정치문화를 극복할 수 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두 차례의 투표에 따르는 비용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1차 투표와 2차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보완투표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2000년 영국 런던시장 선거 사례 참조). 투표시 유권자가 제1선호와 제2선호를 차례로 표시하고, 제1선호 후보자 중에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없을 경우, 제1선호 득표율 3위 이하의 후보자 투표용지에서 제2선호로 선택한 수를 제1선호 1, 2위 후보자에 합산하여 최종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지역정당] 정당 설립요건을 완화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정치는 독점적인 거대기득권 정당에 예속되어 있다. 지역사회의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정치활동이 어렵다. 지역이 각기 다른 형편과 특성에 따라, 지역의제에 충실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정치구조와 정치 문화가 절실하다. 지역 사정에 밝고 문제해결 경험과 실력을 인정받는 후보가 선출되도록 하는 정치시스템이 민의를 반영하는 정치제도이다.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방안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정당법 개정이다. 5개 이상 시도에서 각각 1000명 이상 당원을 모집하도록 한 현행 정당 설립요건을 완화하면 된다. 1개 이상의 시도에서 5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하면 정당이 설립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두번째는 선거법 개정이다. 지역의 정치결사체(local party)인 유권자단체 설립을 인정하되, 총선이나 대선이 아닌 지방선거에 한하여 후보공천이나 선거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이 두 방안은 각기 필요하므로 동시에 허용되어야 한다.

[정치자금법] 정치신인들의 문턱을 낮추자

 

정치신인들의 정치 참여 문턱도 낮춰야 한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 토양이 튼튼해진다. 정치자금법을 개선해 기탁금 및 선거비용 보전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만18세 이하로 하향하고, 청소년들의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확대 보장하고,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투표시간 연장, 선거일 법정 유급휴일로 지정, 사전투표소 확대, 장애인 투표소 접근권 보장 등의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혁신의 대장정] 정치를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

 


▲ 사상 첫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 첫번째 날인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촛불명예혁명은 3.10탄핵과 5.9정권교체를 기점으로 시스템 전환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민주적인 대의정치의 기틀을 잡은 87년 체제가 30년 만에 전환의 시기를 맞았다. 대의정치의 허점이 드러난 이상, 그것도 세월호의 아픔에 이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까지 이른 마당에 새로운 시스템 체인지가 절실하다. 대장정의 도달점은 정치혁신이다.

 

선거제도의 개혁은 정치혁신의 전제조건이다. 선거제도의 혁신 없이 정치혁신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선거제도의 개선이 정치혁신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많은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여 정치적 행동(활동)을 해야 비로소 정치는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오랫동안 정치혐오와 정당 불신이 만연해 왔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정치다. 정치는 정당의 틀에서 작동한다. 정당을 통한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 주권자 시민들이 지역사회에서 민주적인 지방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권력을 만드는 과정에 개입해야 권력이 통제된다는 상식을 지역에서 동네에서 증명해야 한다. 2018 지방선거는 상식을 증명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클릭)에 참여해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 국회정치개혁특위에 청원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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