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03-12-24   650

<수요논객> 정치개악, 국민주권 발동으로 맞서자

『사이버참여연대』는 매주 수요일,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수요논객>이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참여연대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논리성과 합리성을 갖춘 글이라면 주제와 자격의 제한 없이 소개할 것입니다. 논객으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성함과 신분, 연락처를 명기해 desk@pspd.org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번 주 수요논객은 채진원님의 글입니다. 편집자 주

23일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내년 17대 총선거에 적용될 국회의원정수 및 선거구제 등 정치관계법을 ‘정치개악’으로 막판 굳히기에 들어간 현재,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이 중대한 위기에 빠졌다.

왜냐면, 16대 대통령 선거 1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500억원, 노무현 대통령선거캠프가 76~126억 가량의 불법대선자금을 수수한 것이 밝혀져, 정치권 전체가 부패정치의 주범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석고대죄와 정치개혁은커녕 파렴치한 정치개악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정치권은 국회 정개특위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이 최소한이자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선거구제안인 지역구대 비례대표 2대1 비율을 거부하고 난도질하고 있다.

정개협이 제안했던 개혁안은 의원정수를 15대 국회수준인 299석으로 부활하되 지역구를 199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자는 안으로 돈안드는 선거제도 도입의 취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이자 정치권이 수용해야 할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후안무치한 정치권은 비례대표는 늘리지 않은 채, ‘고비용부패정치’를 양산하는 주범인 ‘지역구’를 현행보다 16석 이상 늘려 5대1 이상 비율로 철저한 ‘지역구 챙기기’를 시도하거나 이에 맞서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등 여야가 서로 ‘짜고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

지역구를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가 아니고 철저한 ‘지역구 챙기기’에다 ‘현행유지’가 정치개혁(?)으로 둔갑되는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참으로 경악하고 분노할 일이다. 현행유지가 정치개혁인가? 지역구 늘리기가 정치개혁이란 말인가?

정치개혁의 대상들이자 정치개악의 주범들인 정치권에게 정치개혁을 맡겨놓았으니, 어찌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겠는가? 진작에 원칙대로, 기득권으로 가득차있는 현 정치개혁특위를 해산하고 제정당과 제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정치개혁안을 만들고, 이 안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안을 의결했어야 했다. 유감스럽지만 진보정당과 제시민단체 그리고 국민들이 반성할 일이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국민들이 정치인의 불법정치자금수수에는 크게 분노하고 경멸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요한 선거구제(선거제도)와 그 개혁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비용부패정치의 주범은 현 지역구 중심의 ‘소선거구제도(선거제도)에 있다. 이 문제는 고비용정치의 해소를 위해 정치권이 합의했던 ‘지구당 폐지’가 실효성없는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는 지를 밝혀준다. 왜냐하면 돈 먹는 하마는 ‘지구당’이 아니라 ‘지역구 관리비용’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현역의원들에게 다음 선거를 겨냥해 자신의 표밭인 지역구를 관리해야 하는 지역구관리비용으로 한달에 3천만원씩 들게끔 한다면, 완전 선거 공영제가 도입 되더라도 선거제도 자체가 유권자를 계속해서 관리해야 승리하는 제도라면 필연적으로 막대한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이 막대한 돈을 재벌과 유착해서 불법으로 사용하고 부패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비용부패정치를 근본적으로 척결하기 위해서는 돈 많이 드는 현행 선거제도를 돈 안드는 제도인 ‘독일식정당명부제나 정당투표식 대선거제도’로 바꿔, 지역구를 대폭 축소하거나 근본적으로 폐지해야 옳다.

민주노동당의 당론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임에도, 정개협의 안을 지지한다. 그 이유는 정개협의 안이 지역주의와 부패정치 청산 및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자 정치권이 수용해야 할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지역주의와 부패정치의 주범인 ‘지역구’를 전면 폐지하거나 대폭 줄이지 않는 정치개혁은 사이비 정치개혁이며 언어도단에 불과하다. ‘지역구’를 전면 축소하는 대신에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하여 전국적인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원정수를 배분할 때, ‘지역구 관리’중심의 ‘고비용정당구조’가 사라지고, 정당의 정치노선도 지역주의가 아니라 정책과 이념구도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좋은 이야기는 더 이상 기득권으로 철갑을 두른 정치권에겐 안 통한다. 왜냐면 이들은 자기 자신을 죽이는 선거제도 개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선거제도에 관한 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여 변화를 수행하는 주체가 아니라 변화의 걸림돌이란 이야기다.

결국 이 말은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이 주권을 발동하여 풀 문제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곧 헌정의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부패정치기득권세력의 척결을 위해 국민주권을 발동하자면 국민의 의사형성이 절실하다. 그것도 기성 정치권의 저항을 압도할 만큼 큰 덩어리로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1987년 국민주권을 발동할 때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주권을 어떻게 발동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자. 지금이 국민주권을 발동할 때다.

* <수요논객>에 실린 글은 사이버참여연대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채진원 (민주노동당 정당명부제운동본부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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