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일반(aw) 2001-12-11   1307

[정기국회 총평] 과열된 재보선, 정쟁과 이권에 먼지쌓인 민생법안

예산은 제대로 심의조차 못하고, 법정 시한 넘겨

(편집자주)지난 12월 8일, 검찰총장 탄핵안 처리 무산을 끝으로 정기국회가 폐회되었다. 9.11 테러, 재보선, 이용호 게이트 등 수많은 쟁점들이 정기국회 기간동안 벌어졌다. 참여연대에서는 민생개혁입법 20대과제를 내놓고, 이를 관철시키기위해 총력을 다했던 기간이기도 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정기국회 평가를 통해 이번 정기국회를 되돌아 본다.

많은 아쉬움과 문제를 남긴 채 제 225회 정기국회가 막을 내렸다. 9·11테러와 미국의 보복전쟁, 각종 비리의혹사건과 재·보궐 선거, 그리고 여소야대 국회의 출현 등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가 넘쳐나는 동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폐회되었다. 특히 정기국회 초반에 진행된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이권개입과 정쟁으로 얼룩진 부실국감이었으며, 산적한 민생·개혁법안은 제대로 심의조차하지 못했고, 2002년 예산안은 예결특위 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해 법정 시한을 넘겨버렸다. 제 225회 정기국회를 국회의 3대 기능을 중심으로 평가해 보고, 동 기간동안 불거진 주요 쟁점과 제도개혁 방향을 모색한다.

1. 과열된 재보선으로 얼룩진 정기국회

지난 10월 25일 치러진 재·보궐선거로 인해 정기국회 초반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우선 재보선 일정 때문에 국정감사가 예년에 비해 보름이상 앞당겨졌고, 이는 결국 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이어져 부실국감의 한 원인이 되었다. 또한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기국회 대정부질의에 여야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근거 없는 폭로경쟁에 나서 국회파행이 잦았다.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기간에 대다수의 현역의원들이 자기 당 소속 후보자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해 국회를 비우고 선거운동에 열중해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했다. 부정선거로 인해 공석이 된 3석을 다시 뽑기 위해 국회를 마비시켜가며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은 국회에 부여된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2. 국정감사 – 정쟁과 이권으로 얼룩진 부실 국감

올해 국정감사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부실한 국감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초반에는 ‘미국테러사건’으로 쟁점형성이 안되더니, 후반에는 ‘이용호 게이트’ 사건으로 초점이 옮겨가면서 국정감사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정쟁으로 얼룩진 부실 국감으로 치달았다. 또한 주진우의원 이권개입 의혹 사건, 엄호성의원의 단란주점 사건 등과 같이 예년에 비해서 훨씬 혼탁한 양상을 빚었다.

국정감사는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예산집행을 적절히 했는지,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따지는 자리이다. 그러나 국감 기간동안 야당은 정확한 근거 없이 각종 의혹과 설로 정부를 공격하기 바빴고, 여당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부를 편들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치달았다. 국정감사 본래의 취지인 정부에 대한 감사를 재껴 둔 채, 여야 간의 정쟁으로 치달음으로써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3. 입법활동 – 정쟁 속에 먼지만 쌓인 민생·개혁법안

참여연대는 11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할 20개의 민생개혁입법 과제를 선정하고 한 달여 동안 집중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민생과제들은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먼지만 쌓였다. 사채업자의 폭리를 제한하자는 “금융이용자보호법”은 오히려 재경위 법안소위에서 개악되어 오히려 폭리제한규정을 삭제하였고, 반전평화를 촉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고 의료지원단·수송지원단 5백 명 내외를 파견하는 “대테러전쟁 파병동의안”을 처리했다.

이번 225회에서 원안가결(40개) 혹은 수정가결(54개) 된 법률안은 총 94개였고, 이중 의원발의 법안(혹은 위원회 대안)이 가결된 것은 총 44건, 정부제출 법안이 가결된 것은 50건이었다. 또한 이번 225회 정기국회에 의원발의 224건, 정부제출 98건 등 총 322건의 법률안이 제출되었으나, 이중 총 82건의 법률안이 가결되어 25.5%의 가결율을 보였다. 한편 의원제출법안의 가결율이 21.4%로 정부제출 법안의 가결율(34.7%) 보다 낮았다.

225회 정기국회에서 가결된 94개의 법률안 중 80개의 법안(85.1%)이 225회 회기중에 제출된 법안이었다는 것은, 가결된 대부분의 법안이 긴급하게 성안되어 제출되어 국회의 충실한 심의를 거치지 않은 법안이 가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정기국회 전까지 제출되어 처리되지 못해 정기국회로 넘어온 법률안은 총 371건이었고, 이중 단 14개의 법률안만이 가결되어, 정기국회 시기에 제출된 법안의 가결율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의원발의 법안이 정부제출 법안에 비해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리율에서 정부제출 법안의 거의절반수준인 것은 그만큼 날림법안이 많았음을 의미하고, 정부의 전문성에 국회가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예·결산 활동 – 제대로 심의조차 못하고, 법정 예산처리 시한 넘긴 예결특위

이번 225회 정기국회 회기동안 예결산위원회 회의가 총 22회있었다. 또한 지난 1년 동안 예결위 전체회의는 29회만을 개최하였을 뿐이다. 이는 월평균 2.4회의 회의를 개최한 것에 불과하다. 예결산특위 회의는 대부분 11월(총 19회, 65%)에 개최된 것으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총 13회) 및 결산안(총 5회), 그리고 추가경정예산안(총 6회)을 심의한 것이다. 상설특위로 연중운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집행되고 있는 예산에 대한 심의라든가 제출될 예산안에 대한 사전 논의는 없었다.

또한 예결위는 예산안의 구체적인 조정작업을 위한 계수조정회의가 소위 위원배분 방식에 대한 여야간 의견대립으로 열리지 못해 헌법(제54조 제2항)상 규정된 예산 심사의 법정기일(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정기국회는 예산안처리를 못하고 폐회되었다. 정쟁으로 인한 예산안 처리의 지연은 해마다 12월 말이 되어서야 예산안이 처리되는 잘못된 관행이 예결위 상설화를 통해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며, 각 정당이 나라살림보다는 정쟁을 더 우선시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5. 다음으로 이번 정기국회 기간 동안 불거진 주요 쟁점을 짚어보도록 하자.

① 국회의원 이권추구 행위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과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동료 의원들이 주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사조산업의 노량진 수산시장인수를 위해 국정감사를 통해 경쟁상대인 농협을 추궁해 입찰을 방해한 사건은 국회의원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이용, 노골적으로 이권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와 같은 이권개입 의혹이 계속 재연되는 것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전직이나 겸직, 혹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 부동산 등을 통해 재산상의 이권을 챙기려는 유혹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②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를 무시한 선거법 개정

국회는 지난 10월 4일 현행 국회의원 선거기탁금 2,000만원을 1,500만원으로, 반환조건을 유효투표 총수의 20%에서 15%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지난 16대 총선을 앞두고 기탁금을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었고, 헌재의 위헌결정이 있자 500만원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위헌결정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기탁금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한 근본적인 취지는 “돈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므로, 관련법을 개정해 기탁금을 대폭 낮추라는 것이었다. 재·보궐선거 직전 정치권이 별 이견 없이 2,000만원을 1,500만원으로 낮춘 것은 헌재의 위헌결정과 국민을 기만한 행위이다.

③ 이용호 사건에 대한 한시적 특검제

국회는 이용호씨 주가조작 사건 관련 의혹에 대해 “상설적 특검법” 제정이 아닌 “한시적 특검법”을 의결했다. 한시적 특검법에 그친 것은, 우선 특검제 상설화를 요구해 온 국민의 바람과 정치권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아울러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있어서도 과거 특검제의 한계와 시행착오를 평가하고, 그 문제점들을 개선하려하기 보다는 정치적 타협이 우선해 특검제가 바라는 소기의 성과를 온전히 거둘 수 있을지 우려를 갖게 한다.

④ 검찰총장 국회출석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둘러싼 법률적·정치적 논란이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의 출석의결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 검찰이 계속해서 총장의 국회 출석 거부하였고, 이에 따른 한나라당의 검찰총장 탄액안이 개표가 되지 않아 폐기되었다. 검찰의 출석거부 이유는 총장이 출석할 경우 검찰의 중립성을 해치고 사건수사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이 의회의 출석요구에 응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은 검찰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에 대해 그 책임을 회피해 보겠다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신승남 검찰총장은 국회에 출석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검찰총장의 국회 불참을 이유로 탄액안을 발의한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으며, 여당이 탄액안 처리를 편법적으로 무산시킨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⑤ 교원정년 연장 시도

거대야당이 된 한나라당이 교원의 정년을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교육공무원법개정안”을 무리하게 처리하려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교육위원회에서 야당은 수의논리를 앞세워 여야 합의 없이 교원정년연장안을 통과시켰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여당이 퇴장한 상태에서 통과시켰다. 이로 인한 여야의 대립으로 산적한 개혁·민생입법을 논의해야 할 국회 본회의가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교원정년연장 반대 여론을 의식해 법안을 유보했지만, 여야가 ‘무엇이 우리나라 교육을 위한 길인가’라는 원칙에 입각해 정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정치적 세력 불리기’ 또는 ‘여론 눈치보기’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현 정치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6. 정기국회에 주어진 본래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개혁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 국회의원 이권추구에 대한 제도적 예방

우선, 의원의 겸직 등 이해관계 상황을 구체적으로 작성·신고하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어 실행하고, 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국회법에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는 겸직금지조항(제29조)을 좀더 명료하게 제척(除斥)·회피(回避) 조항으로 바꾸고, 위반시 징계위 회부를 의무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재산등록 및 취업제한만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전면 개정해 이권개입 제한을 추가하고, 국회 공직자윤리위에서 징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미국과 같이 국회의원이 사적 이익을 위해 겸직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혹은 원외소득을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독일의 경우처럼, 국회의원의 변호사 사건 수임 내역을 국회의장에 신고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부당한 개입의 여지를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② 입법보좌기능 강화

국회사무처의 입법보좌기능을 대폭확대하고, 국회 심의과정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활성화해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회 사무처는 인적·제도적 한계로 인해 국회의원의 부족한 전문성을 충분히 보좌해 주지 못하고 있다. 행정인력과 입법 지원체계의 불균형성의 시정하고, ‘법제실’, ‘예산정책국’ 등 입법·정책 지원 부서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회의원 각자가 입법기관인 만큼, 스스로 충실한 의정활동 수행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사무처는 의원들을 체계적으로 입법 보좌할 수 있어야 한다.

③ 실질적인 예결특위 상설화

예산결산특위를 상설화한 것은 국가예산의 편성과 그 집행의 전 과정을 국회가 상시적으로 심의, 감독하게 하려는 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었다. 그러나, 제도가 이처럼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예결위 소속 의원들의 잦은 교체와 전문적인 예결산 심의 보좌시스템의 부실, 그리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에 급급한 특위 운영이 결국 예결특위 상설화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예결위 소속의원의 임기를 현행 1년에서 다른 상임위와 마찬가지로 2년으로 늘리고, 사무처의 예산결산 심의 관련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예산회계법을 개정해 정부의 예산안의 국회제출 시한을 현행 “회계년도 개시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앞당겨 보다 내실 있는 국회 심의를 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예산편성지침 작성부터 시작해서 모든 예산편성과정에 국회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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