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지난 8월, 검찰은 정당에 소액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1600명이 넘는 교사, 공무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개정 요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 4일, 교사 공무원의 후원회 가입 허용과 중앙당 후원회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참여연대가 참여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에서는 시민들에게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3회에 걸쳐 경향신문을 통해 ‘정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속기고’를 게시하였습니다.

 

이에 경향신문에 게시되었던 기고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도 동시 게재합니다. 참여연대는 향후 교사,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정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속기고②] 공무원·교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나라 공무원과 교사는 정치적인 금치산자(禁治産者)다. 정당에 가입할 수도 없고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또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시시비비를 밝힐 수도 없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가차없이 처벌을 받고 심할 경우에는 일자리까지 잃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에게는 근무 중에는 물론 퇴근 후에도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업무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직업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일반국민이나 민간기관 노동자와 똑같이 공무원과 교사들에게도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보장한다. 

특히 교사에게는 거의 무제한적이다. 민주시민 없는 민주주의나 민주교육 없는 민주시민은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파시즘을 경험한 독일의 경우 유별나다.

10년 전 독일에 갔을 때, 필자를 초청한 교수의 15세 중학생인 딸이 국제공산주의정당에 가입했고 수업시간에 자신의 정책적, 정치적 입장을 발표한 뒤 다른 학생들과 토론을 했다고 얘기해줬다. 중학생의 정치적 자유가 이 정도로 보장되니 교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인 공무원이나 교사가 정부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아니면 정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으니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 국가이구나 하는 자괴감이 생긴다. 

더욱 갑갑한 것은 우리나라 공무원이나 교사는 근무 중에는 물론 퇴근 후에도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근무 중에 자신의 직무와 관계없는 정치활동을 하거나 당파적 이유로 국가정책을 충실하고 공정하게 집행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제한되고 처벌받아야할 것이다. 앞서 인용한 나라들에서도 직무수행 중에는 정치활동을 제한한다. 하지만, 업무시간이 끝난 뒤 직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입장을 밝히거나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업무시간이 끝난 뒤 정치활동을 한다고 해서 직무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은 법의 형평성(fairness)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우선, 헌법상 공무원과 교사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와 함께 종교적 중립의 의무도 지켜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나 교사의 직무상 중립을 유지토록 하기 위해 퇴근 후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면, 종교활동도 당연히 금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특히 업무가 끝난 뒤의 종교활동은 무제한으로 보장되지만, 정치활동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공무원이나 교사와 똑같은 임금노동자(봉급생활자)인 민간기업 노동자에게는 정치활동이 보장되지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임금노동자인 공무원과 교사에게는 보장되지 않는다.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의 위헌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법조계는 아직도 비민주적이고 ‘후진’ 국가의 상징인 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금지법을 합헌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공무원과 교사는 신분상 국민전체의 이익에 봉사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중립적으로 집행해야할 대부분의 법이나 정책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공무원이나 교사가 정치활동을 하면 실제로 국민전체의 이익에 피해를 입혔다는 사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공무원이나 교사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면 국민전체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현실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무원과 교사들을 계속 처벌하여 당사자는 물론 국민이나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불편과 손실을 주는 현행법이야말로 국민전체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영태 | 인하대 교수·사회과학부

 

2011.08.28에 경향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