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업무관계상 부당한 정치자금 기부 알선 금지 조항’ 완화해선 안돼


‘고용·업무관계상 부당한 정치자금 기부 알선 금지 조항’ 완화해선 안돼  


3/4(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현행 정치자금법의 3개 조항을 개정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구성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행안위가 몇 개 조항만 땜질식으로 개정한 것은 ‘성급한 처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개정안 중, ‘고용·업무관계상 부당한 정치자금 기부 알선 금지’ 조항(제33조)을 대폭 완화한 것은 사실상 기업 내에서 위계관계에 의한 억압적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한 것으로서, 정치후원금 제도 중 일부 불합리한 조항의 개선이라고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 조항은 원상복귀 되어야 한다.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우회적으로 허용하는 행안위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현행 정치자금법 제33조는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기업과 같이 고용관계로 구성된 조직에서, 개개 구성원들이 본인의 정치적 선호와 무관하게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납부하도록 강요받지 않도록 규제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행안위는 해당 조항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용해 강요하는 경우에 한해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로 개정하여 통과시켰다. 현실에서 부당한 기부에 대한 억압이 ‘고용·업무’ 등 특정한 관계에서 비롯됨을 감안하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라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방식으로 조항을 개정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강요하는 경우에 한해’라는 구절은, 기부 요구를 받은 대상자의 ‘인식이나 의사’에 초점이 두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으로 확인 가능한 ‘행위’로 입증요건을 까다롭게 전환함과 동시에, 그 외의 알선은 가능하다는 해석의 여지를 둠으로써, 고용·업무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부당한 정치자금 기부요구의 규제 근거를 사실상 없애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만약 행안위의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고용·업무관계로 묶인 조직에서 정치후원금에 관한 개인의 정치적 자율성은 심각한 침해를 받을 것이다. 과거 S-OIL 김선동 회장이 직원들의 기부를 동원한 사건과 같이 고용주의 부당한 기부 요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길도 막히게 될 것이다.


물론 정치자금법의 일부 조항이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를 포함하고 있어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이른바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이 불거졌을 때,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치후원금을 ‘대가성’의 잣대로 사법처리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유권자들의 후원을 통해 국회의원이 입법활동에 나서는 것은 효과적인 대의과정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후원금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유권자’와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을 ‘매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정치후원금은 유권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수행하길 기대하며 정치인에게 재정적 후원을 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대가성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법기관이 후원자나 정치인의 ‘의도’를 통해 후원금의 적법성 여부를 포괄적으로 규제할 경우, 유권자들의 정치참여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이 제약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후원금은 적법한 회계절차를 통해 처리되지 않거나, 음성적인 경로를 통할 때에는 엄중히 처벌하되, 기부자의 신원공개 확대를 통해 투명성을 확대하여 ‘특정 정치인이 누구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요컨대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자금을 차단’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치후원금 제도의 의의를 살리는 방안인 것이다.


땜질식 개정은 국민의 불신 초래,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거쳐야


이번 행안위 법안 처리 과정에 대한 논란은, 국회의원들이 정치관계법 처리 원칙에 대해 다시 자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치관계법(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은 정치후원금은 물론이고, 선거구제 획정과 같이 입법 당사자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는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입법 과정보다도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속에서 논의되고, 처리되어야 한다. 정치후원금 제도의 입법적 보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번과 같이 땜질식 처방과 성급한 처리는 국민적 비판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정치개혁특위가 ‘제 잇속 챙기기의 장’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개혁방안을 깊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에 앞서 이번 정치자금법 제33조 개정안과 같이 폐해가 명백히 예견되는 독소조항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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