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12-17   756

<안국동窓> 한국사회의 발전과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눈치를 보며 한심스러운 기회주의적 행보를 계속하는 가운데 또 다시 한나라당이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한나라당의 주성영, 박승환, 김기현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이철우 의원을 ‘간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간첩이라면 그 나라의 안보가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그러나 다행히도 이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성영 의원은 자신의 잘못을 ‘정치적 수사’라는 말로 인정했다. 다시 말해서 이철우 의원은 간첩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간첩이어도 큰 문제이지만, 한 국회의원이 다른 멀쩡한 국회의원을 간첩이라고 주장한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멀쩡한 국회의원을 간첩이라고 주장해 놓고는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 얼버무릴 수는 없다. 이것은 이철우 의원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명백한 정치적 음해이며, 나아가 국민을 기만하고 협박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성영, 박승환, 김기현 의원이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제멋대로 떠벌리기는 했지만, 우리가 여기서 정말로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이 한나라당 지도부의 승인을 받아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간첩 주장’이 아닌 ‘간첩 공작’이라고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뒷덜미를 잡고 국가보안법을 살리기 위해 열린우리당의 의원을 간첩으로 모는 망국적이고 반국가적인 ‘간첩 공작’마저 서슴없이 저지른 것이다. 또한 여기서 더욱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이번의 ‘간첩 공작’은 그 동안 한나라당이 수도 없이 저지른 ‘색깔 공작’의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대표와 중진들은 모두 ‘색깔 공작’의 베테랑이다. 초선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한나라당의 대표와 중진들은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이라며 기뻐하지 않았을까?

‘색깔 공작’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의 핵심적 정치전술이었다. 독재정권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이적세력이나 간첩으로 몰아서 탄압했다. 심지어 일반인들도 그 탄압의 칼날에 희생되기 일쑤였다. 강제연행해서 고문하여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어 죽이거나 옥에 가뒀다. 그 법적 기초가 바로 국가보안법이었다. 제헌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이승만은 10년 뒤인 1958년에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여 더욱 악랄하게 만들었다. 이에 항의한 경향신문은 폐간당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반인권법인 국가보안법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더니 결국 ‘간첩 공작’을 저질렀다. 한나라당의 뿌리가 반인륜적 독재정권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준 것이다.

말 그대로 민중의 피땀을 통해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경제성장이다.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이 수립되었을 때, 이 나라는 대단히 가난한 농업사회였다. 그러나 민중이 피땀을 흘려 애쓴 결과 점차 상황은 나아졌고 50-60년대의 이륙기를 지나 마침내 70-80년대의 비약기를 맞게 되었다. 박정희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민중이 이런 놀라운 결과를 이루었다. 오늘날 이 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기술도 문화도 모두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 문화적 다양화를 진척하고 생태적 전환을 추구하여 우리는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의 지체’이다. 정치는 구성원의 의사를 모아서 강제력을 행사하여 사회를 운영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수구세력이 정치를 장악하면 사회가 발전하기는커녕 제대로 운영될 수조차 없다. 부패하고 무능한 수구세력에게 사회는 한갓 먹이감일 뿐이기 때문이다. 수구세력은 부패하고 무능한 자신들에게 맞서서 사회를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을 ‘국가의 적’이라고 주장한다. 국가보안법은 그들의 방패이자 창이다. 경제와 문화는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건만 정치만이 후진적이어서 우리는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자신의 정체성이라며 부패하고 무능한 수구세력의 전위대 구실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바로 그 주범이다.

한나라당이 이 나라의 제2당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말로 가련한 것은 한나라당이다. 부패할 대로 부패한 차떼기당에, 국회를 악용할 대로 악용한 떼쓰기당에, 이제는 반국가적인 ‘간첩 공작’당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온갖 악랄한 정치공작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2002년의 대선에서, 2004년 3월의 탄핵정국에서 우리는 이런 사실을 분명히 확인했다. 이 나라의 미래는 밝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미래는 깜깜하다.

홍성태(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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