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6-04-21   753

<안국동窓> ‘여성’ 넘어선 총리되길

한명숙 총리 체제가 탄생했다. 대한민국의 첫 여성 총리라는 이유 때문에 세간의 보다 큰 관심과 호기심 대상이 되는 듯이 보인다. 여성일 뿐만 아니라 온화하고 부 드러운 인상 때문에 한 총리에게 이전과는 달리 통합과 포용을 중시하는 국정 운영 스타일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우려 뒤에는 물론 첫 ‘여성 총리’라는 점도 고려됐겠지만 남성ㆍ여성을 떠나 한 총리가 국정을 이끌고 가기에 앞에 놓여 있는 현실 여건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이기 때문 이다.

우선 한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후반부의 국정을 담당하게 되었다. 대통령 임 기 초에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도 크고 새 정부가 일하도록 한번 도와주자는 공감대도 널리 퍼져 있다. 관료들 역시 긴장하고 새 정부가 제시한 변화에 적응해 가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임기 후반이 되면 상황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아마도 5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차기 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에 따라 국민과 언론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몰릴 것이다. 이미 노 대통 령의 지지도는 30%를 밑돌고 있지만 그 때가 되면 더욱 일반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 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단임제 하의 임기 말 현상이 나타나면서 각 행정 부서의 긴장감도 느슨해지고 이에 따라 정책추진력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유력 후보군에 줄서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이다. 이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 한 총리가 조직 장악력과 업무 조정 능력을 발휘해 각 행정 부서를 효 과적으로 관장하고 노무현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레이스가 시작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여야가 본격적인 대 결 구도로 나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여야 각 정파가 사실상 ‘올인’하는 차기 대권 경쟁 국면에서 한 총리는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는 일도 종종 생길 것 같다.

대선 경쟁 과정에서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노 대통령과 차별성을 부각해야 하는 여당 후보 역시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비판하는 일이 자주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총리가 국회 인준 후 ‘야당과 여당, 국민과 함께 타고 가는 어울림의 항해’를 강조했지만 이러한 현실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한 총리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대 처럼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난관을 헤치고 한 총리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신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위임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자주 거론되어 왔지만 대통령제에서 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정도 는 사실 ‘대통령 하기 나름’이다.

총리 위상은 제도적인 것보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실세 총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노 대통령이 그에게 그런 정도의 커다란 신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 노 대통령과 ‘천생연분’이라는 표현까지 했고 ‘임기 말까지 함께할 것’으로 생각 했던 이 전 총리에게 주었던 믿음과 애정이 실세 총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과연 노 대통령이 한 총리에게 어느 정도의 믿음을 갖고 역할을 맡길 것인 가 하는 점이 한 총리의 성공적 업무 수행을 위해서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이런 점은 임기 후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중요하다. 과거 대통령들의 모습을 돌 이켜보면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대통령은 공식 조직보다 자신의 측근에게 크게 의 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 총리는 의전 총리, 대독 총 리의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미 두 차례 장관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지만 한 총리가 이번에 총리로 지명되는 데에는 여성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총리 한명숙’의 업적과 공과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이뤄질 때가 되 면 싫든 좋든 다시 ‘여성 총리’였다는 점이 고려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 한 총리의 역할은 이제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 이 글은 매일경제에도 실렸습니다.

강원택 (의정감시센터 소장,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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