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12-15   1081

[기고] 미국언론과 비교한 한국의 정치보도 “정쟁과 가십, 지나치게 많다”

“4대 법안 처리”, “명운걸고 저지.여야 본격 대결”, “마이크 껐던거 사과하세요”

17대 국회 중 대정부질문에 대한 신문기사 제목들 중 일부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정부질문 기간인 10월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 구독률 1,2위를 자랑하는 국내신문 2곳 즉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59건의 기사로 관련 내용을 전했는데, 이 중 45건에 해당하는 76%가 정당간의 정쟁이나 그로 인한 국회 파행에 관해 다뤘다.

또한 이들 1,2위의 신문들은 정기국회 기간 중 열린 국정감사에 대해서도 488건의 기사로 보도했는데 이중 46건의 기사가 정쟁과 국회 파행에 관한 것이었다.

비정상적 정당정치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언론의 현재와 같은 정치보도 방식이 과연 우리의 정치 발전과 국민의 정치참여 의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 배경과 정치상황, 그리고 언론구조 등의 차이로 우리 언론과 미국 언론의 정치보도 방식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황의 차이는 있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언론에서 연일 접하는 정쟁보도가 미국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 정쟁보도가 날이면 날마다 신문의 지면을 가득 채우고 정쟁 당사자들의 감정적인 말 한마디나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낱낱이 보도되는 경우는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는 추수감사절 직전 상하 양원에서 통과된 내년도 세출예산안 관련 기사를 많이 싣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세출예산안 통과로 내년에는 수백만 명의 대학생들의 등록금 대출이 삭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기사(11월 21일자, Bill Clears Way for Government to Cut Back College Loans)를 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월스트리트와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정부의 빚 상한성 인상안이 통과되어 미국경제에 심각한 파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기사(11월 19일자, Debt Limit to Rise to $8.18 Trillion; Tax cut, spending caps are rejected)를 내놓았다.

한국의 정치보도와 그나마 비슷한 기사를 <뉴욕타임즈>가 실었는데 그것은 “예산안에 끼워 넣어진 낙태 반대 관련 조항이 쟁점사항으로 떠올랐다”는 정도다. 이 기사는 “낙태 관련 조항 삽입에 대한 항의로 한 야당 의원이 의사진행 과정에서 고의적인 시간끌기를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하고 그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도 초점은 ‘법안에 삽입된 낙태 반대 관련 문구가 일반 국민에게 미칠 영향과 앞으로 이와 관련된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있다. 그에 대한 양당간의 입장 차이는 기사의 일부로 큰 비중없이 다뤄지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간의 정치 공방이 전에 없이 심해졌다는 것이 미국 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이 의정활동을 보도하는데 있어서 정당간의 정쟁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설사 정당간의 대립을 보도할 경우에도 감정적 대립보다는 이들의 입장 차이를 조명하거나 법안 자체의 문제점 제기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한국 언론에 두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우선 정치보도를 함에 있어서 언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국회에서 다루는 정책 입법이나 예산 심의 등 정책현안에 대한 분석과 비판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길 바란다.

두 번째는 시시콜콜한 정당간의 정쟁에 대한 보도는 지양하길 권한다. 그런 방식의 보도는 국민의 정치 피로증을 가중시킬 뿐이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윤영민 교수(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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