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7-03-15   1097

[칼럼] 대선주자들에게

대선주자들에게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안녕하십니까? 문재인 전 대표님과 안희정 도지사님, 그리고 안철수 의원님, 유승민 의원님. 물론 이재명 시장님과 남경필 도지사님께도 인사드립니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으시죠? 얼마 전에 대선정책자문단 참여를 제안한 언론사로부터, 이번 대선의 중요 의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도 당연히 떠올랐습니다. 

 

대선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이니, 이 모든 것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겠노라고 말씀하느라 바쁘시겠습니다. 어느 분이든 국민의 직접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되실 수 있으니, 당선된 후에 할 일을 꼼꼼히 밝혀주시는 것은 고맙습니다.

 

그런데 대선에 나오겠다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지 않는 게 있더군요. “내가 출마할 이번 대통령 선거가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말하고 참여하는 정치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이상 반대 또는 지지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보장한 상태에서 선거를 하자는 말은 왜 아무도 하지 않나요?

 

우리나라 선거는 이미 유권자들이 충분히 자유롭게 말하고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고 믿어서 그런가요?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진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제부터 선거법이 적용되니 국민들이 입후보 예정자를 거론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말이 부드러워서 그렇지, 단속하고 처벌한다는 엄포입니다.

 

4개월 반에 걸쳐 광장에서 자유롭게 정치를 이야기하고 비판했던 국민입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었으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서 이야기하라고요? 선거가 다가왔으면 선거에 관계된 이야기를 국민들이 더 많이 하는 게 당연한데, 그걸 하지 말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지난 2월 초에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비례민주주의연대 등이 결성한 선거법개혁공동행동에서 질문지를 보내드렸죠. 유권자 입을 막는 선거법 개정에 대해 찬성하는가 아닌가를 묻는 질문지였습니다. 여태 답변서를 보내주지 않은 유승민 의원님을 제외하곤 찬성한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권자 입을 막는 선거법을 개정하는 데 찬성한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부터 고치는 게 맞지 않습니까? 특히 이번 대선이 어떤 선거입니까? 주권자인 국민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와 만든 대선 아닙니까? 그 대선을 만든 주역인 국민들에게 이제는 집에서 TV토론 방송만 보고 있으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국민들이 선거에 나올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표현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선거법을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합니다. 나 혼자서는 못한다고요? 선거법 90조, 93조 등을 대선 전에 조금이라도 개정하자고 여러분이 속한 당의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주세요. 국민의 입과 손을 묶지 말자고 선거캠프에 속한 대변인이 말하게 해보세요. 그래서 3월 국회에서 조금이라도 손보고 대선을 맞이합시다. 지금 안 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당선되면 그때 노력하겠다는 립서비스는 거절하겠습니다. 

 

 

이 칼럼은 2017년 3월 15일, 경향신문 오피니언에 게재되었습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