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0-04-16   1171

[시론] 준법 1인시위까지 가로막는 2010년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경찰이 연행하고 나서자 정당한 공무집행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경찰이 집시법 등 관련 규정을 남용하고 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현행법 규정대로 하는 것이기에 문제없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

9년전, 법원은 1인 시위가 집시법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무려 9년 전으로! 2001년 한 사람이 국무회의 회의록을 작성하여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 사관 복장을 하고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자 곧 근처에 있던 경찰이 몰려들어 그 사람을 근처의 경찰서로 강제연행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정당한 표현행위를 경찰이 방해했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국가로 하여금 그 사람에게 무려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 사람이 시위한 장소가 대통령 경호실의 경비구역이었음에도 말이다.

법원은 왜 이런 판단을 했을까?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시위에 대해, 사전적 의미와 집시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에 비추어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①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함으로써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와, ②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하면서, 1인 시위는 위 두 가지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즉, 시위라 하려면 어떤 경우에든 ‘다수인’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들이 행진을 하면서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가하거나 제압을 해야 하고, 혹은 행진하지 않더라도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앞의 결과를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 판결 이후 1인 시위는 집시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표현수단으로 널리 인정되어 왔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표현통로가 보장된 것이다.

9년 후, 경찰은 준법1인시위마저 막아서는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

이제 9년이 흘러 너무나 선진화된 2010년. 현재 경찰이 막고 있는 1인 시위는 혹시 ‘다수인’이 ‘공공장소’를 행진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제압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수인’이 위력이나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가하는 것인가? 기사를 통해서만 사안을 접했지만 그런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원의 판단에 비추어 보면 경찰의 최근 1인 시위에 대한 행위는 위법이며,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

물론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너무나 사랑하고 이를 위해 전심전력하다보니 1인이 ‘다수’로 보이고, 스파이더맨 복장의 1인 시위자를 진짜 스파이더맨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위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의 안전과 기본권을 지키는 역할을 부여받은 경찰이 법을 정확하게 집행하고, 시민의 기본권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기 위하여 하루빨리 위와 같이 노심초사만 하는 심리상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허용된 모든 표현 수단을 최대한 보장하고,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

이제 선거가 다가온다. 국민은 민주주의 최대의 참여의 장에서, 법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인 시위를 비롯하여 허용된 표현 수단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2001년부터 9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이러면 곤란하다.

박주민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
※ 이글은 경향신문 시론에 게재(4/16)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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