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7-05-10   685

<안국동窓> 2007년 대선과 ‘진정한 선진화’의 과제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가장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가 대단히 컸다. 어떤 기대였는가? 다시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민주화의 심화를 이루고 ‘좋은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성장과 민주화의 성과를 잘 살려서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아주 좋지 않다. 사회구성의 4대 영역에 조응하는 민주화의 4대 영역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민주화, 문화적 민주화, 생태적 민주화가 그것이다. 어느 영역에서도 노무현에 의해 민주화의 심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 지구화, 노령화, 양극화에 대한 대처에서도 실망은 크다. 주거, 교육, 의료로 대표되는 민생도 엉망이다.

한국적 사회문제의 핵심인 투기사회와 학벌사회의 문제는 노무현 정권에 의해 더욱 심하게 악화되었다. 국가의 정책결정과 재정구조를 왜곡하고, 산업구조와 고용구조의 개혁을 가로막고, 부패를 만연하게 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망국적 ‘토건국가’의 문제는 노무현 정권에 의해 최대의 확장기를 맞게 되었다. 지역주의도 약화되기는커녕 개발주의와 결합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노무현 정권은 인물이나 세력에 대한 ‘선험적 기대’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가르쳐주었다. 이 교훈에서 시민운동은 두가지 과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첫째, 부패ㆍ무능력ㆍ반민주 등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둘째, ‘좋은 사회’의 전망과 정책을 잘 세워서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추진해야 한다.

민주화는 중요한 변화이지만 그 자체로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민주화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독재에 시달리면서 마치 민주화 자체가 궁극적 목표인 것처럼 민주화를 신비화했다. 우리는 이러한 ‘민주화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민주화를 주도한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그것으로 곧 사회개혁이 완수될 것처럼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화 자체를 궁극적 목표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민주화 착시’가 아닐 수 없다. 민주화를 개인적 영달의 기회로 삼은 사람들도 분명히 적지 않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자면 더욱 더 그렇다.

반독재 민주화와 정권의 민주화는 정치적 민주화의 시작일 뿐이었다. 그것은 정당의 민주화와 정부의 민주화로 이어졌어야 하며, 나아가 경제적 민주화, 문화적 민주화, 생태적 민주화로 발전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권의 민주화를 넘어서 민주화의 과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여전히 낡은 사회체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박정희의 개발독재가 확립한 낡은 사회체계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정권만을 바꾸는 것으로는 결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노무현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낡은 사회체계를 올바로 파악하고 개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 목표부터 명확히 설정하고 사회 전반으로 퍼트려야 한다.

우리가 실현해야 하는 목표는 ‘복지국가’이다. 개념이 낡았다는 둥 하는 반론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내용적으로 ‘복지국가’는 우리가 실현할 수 있으며 실현해야 하는 ‘진정한 선진국’의 목표이다. 2007년의 대선은 ‘복지국가’ 정책과 ‘반복지국가’ 정책이 전면적으로 대결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낡은 사회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자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핵심에 ‘토건국가’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매년 수십조원의 혈세가 불필요한 대규모 파괴적 개발사업으로 탕진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막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의 ‘복지국가’는 ‘생태적 복지국가’가 되어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토건국가’의 개혁은 막대한 혈세를 탕진해서 재정을 왜곡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주체인 개발부서들과 개발공사들을 통폐합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감사원에서 폐지를 권고한 ‘한탄강댐 건설사업’을 사실상 원안대로 강행하고 있다. 이것은 1조 900억원의 혈세를 탕진해서 한탄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사업이다.

2007년 대선에서는 낡은 사회체계를 개혁하고 한국 사회의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정책이 실제적 쟁점이 되어야 한다. 그 핵심에 개발독재 시대에 형성된 정부조직의 ‘진정한 선진화’가 자리잡고 있다. ‘노무현의 교훈’을 잊지 말고 이 중대한 역사적 과제를 올바로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홍성태 (상지대 교수, 부집행위원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