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03-15   662

[기고] 그들은 그들 자신의 묘지를 준공했습니다

원로 법조인 최영도 변호사의 격문

아래는 원로 변호사이자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최영도 변호사가 지난 13일 참여연대 10주년 총회에서 행한 연설내용입니다. 현 시국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되어 옮깁니다

참여연대 10주년 총회에 즈음하여

참여연대 회원 여러분! 저는 오늘 참으로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원래 참여연대의 총회는 우리 회원들이 축제처럼 치르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나와서 덕담이나 하려고 했었습니다.

우리 참여연대가 창립된지 10년이 지난 오늘 회원은 1만 3천명으로 불어났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시민단체로 성장했다든지, 그동안 우리 목표의 상당 부분에 있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룩했다고 자랑도 하고, 이는 모두 회원 여러분의 사심없는 지원과 상근간사, 임원들의 희생적인 봉사의 덕분이라고 고마움도 표시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의 마음은 너무 무겁고 사회분위기도 침통합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긴급사태를 맞이하여, 그런 한가한 덕담이나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2004년 3월 12일은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우리역사에서 오래오래 슬픈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바로 그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학살되고, 국민주권은 말살당했습니다. 이른바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가 사소한 허물을 빌미삼아 폭력으로 대통령을 끌어 내렸습니다. 이는 떼강도들이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자를 사형시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러분! 쿠데타가 무엇입니까. 폭력으로 국가권력을 찬탈하는 것 아닙니까? 박정희, 전두환은 총칼을 가지고 쿠데타를 했습니다. 총칼갖고 하는 쿠데타는 차라리 노골적이고 솔직합니다. 그런데 민의를 빙자하고 합법을 가장하여 저들이 이번에 감행한 쿠데타는 총칼을 가지고 하는 것 보다 열배 백배 더 교활하고 악랄한 것입니다.

이번의 의회 쿠데타는 비록 탄핵소추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그 본질은 재작년 실시된 대통령 선거결과에 대한 불복입니다. 저들이 내세운 탄핵사유는 한갖 구실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적법한 탄핵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다 압니다. 저들은 작년 여름부터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싶지 않다”고 줄곧 말해왔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상업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사람을 저들 기득권 세력은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싫었던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뽑은 대통령인데, 적법하게 치뤄진 선거결과에 불복하여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이 바로 쿠데타인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참여연대가 지난 10년 동안 추구해 온 가치가 무엇입니까. 저는 민주주의의 확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를 위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룩했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어제 하룻만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우리는 패배했습니다. 바로 어제 패배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절망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절대로 절망하지 마십시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저는 그들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때 그들 스스로 자신의 묘혈을 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어제 그들 자신의 묘지를 준공했습니다. 이제는 역사와 국민들이 그들을 심판할 차례입니다. 이제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은 4.15 총선을 통하여 국민들은 표로써 그들을 심판할 것입니다. 의회 쿠데타를 감행한 193명 전원을 낙선시켜 그들이 다시는 정치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영원히 추방해야 합니다. 그들이 파놓은 묘혈에 그들을 쓸어넣고 흙을 덮어버립시다.

저는 여러분께 꼭 한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 이 사태에 대해 결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십시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우리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됩니다. 여러분! 폭력을 사용해서도 안됩니다. 오로지 투표로서 합법적으로 그들을 심판합시다.

우리가 자축해야 될 참여연대 10주년 총회를 맞이하여 살벌한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2004년 3월 13일

참여연대 공동대표 최영도

최영도(변호사, 참여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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