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03-17   651

<안국동 窓> ‘탄핵정국’ 100배 즐기기

한나라당과 민주당(‘한민’당)의 탄핵발의 가결로 이른바 ‘탄핵정국’이 조성되었다. 국민들은 이 황당한 상황을 반민주 부패세력이 국정을 대혼란 속으로 밀어넣고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일으킨 쿠데타로 보고 있다. 참으로 중대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에 맞서는 국민들의 모습은 밝기만 하다. 국민들은 이 정국을 반민주 부패세력을 쓸어내고 민주주의의 정착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몰려나온 수많은 시민들은 탄핵무효, 부패척결, 민주수호를 외치며 반민주 부패세력에 맞서고 있다. 월드컵 때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던 수많은 시민들이 이제는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응원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거리에 모여든 시민들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대단히 엄중한 정치적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정의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 황당하고 엽기적인 ‘탄핵정국’을 즐기자는 말이 아마도 이상하게, 아니 크게 잘못된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민’당의 이어지는 행태를 보면서 화를 낼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라리 사람을 웃기기 위해 온갖 저질적인 짓을 다 하는 엉터리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떤 코미디들인가?

첫번째. 탄핵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듣고 한나라당사 앞에 모여 있던 일군의 사람들은 춤을 췄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되찾게 되었다’며.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한나라당의 별명이 ‘딴나라당’인데, 이 사람들 혹시 ‘딴나라 사람들’이었나? ‘한민’당이 폭력적으로 탄핵안을 가결시켜서 국정을 대혼란 속에 빠뜨리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기에 몰아넣은 순간에 ‘민주주의를 되찾게 되었다’며 춤을 춘 이 사람들의 국적과 정신상태가 정말로 궁금하다. 그런데 분노한 시민들이 여의도로 모여들자 이 춤꾼들은 시나브로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렇게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그 기쁨을 국민들과 나누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한나라당사 앞에서 춤을 췄던 그 사람들, 엄청 이기적인 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

두번째. 수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서 탄핵무효, 부패척결, 민주수호를 외치자 ‘한민’당은 노사모가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꼬드겨 분탕질을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사모가 그렇게 엄청난 조직이었던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광화문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딴나라 사람’이라도 말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여든 그 수많은 시민들의 공통점은 탄핵무효, 부패척결, 민주수호라는 사실을. ‘한민’당은 노사모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 반면에 반민주 부패세력의 발호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의 의지는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민’당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국민의 엄정한 심판을 받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세번째. 노사모를 향해 쏜 화살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자, 이번에는 언론을 향해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한민’당의 두 대표가 하루 간격으로 방송사를 찾아가서 거칠게 따따부따했다. 그 내용인즉슨, ‘탄핵 관련 방송이 너무 많다’,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하루에 한번만 보도하라는 것인가? 더 큰 문제는 뒤의 주장이다. ‘한민’당은 거리에 모여든 시민들이 방송에 속아서 거리로 몰려나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말이지 엽기적이지 않은가? 시민들은 ‘떼강도가 주차위반한 사람을 사형에 처하겠다’고 나선 것에 분노해서 거리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한민’당은 이 엄연한 사실을 시민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잘못될 수 있을까? ‘한민’당은 언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기에 앞서서 시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시민을 언론의 보도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 바보로 여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한민’당은 자신들이 ‘반시민당’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과연 누가 바보인가?

네번째. 색깔론의 황제 이문열. 그는 ‘홍위병’ 주장으로 단박에 색깔론의 황제 자리에 올랐다. 역시 잘 나가는 글쟁이답다. 월요일에 방송된 문화방송의 인터뷰에서 그는 거리에 모여든 시민들을 보며 ‘개인숭배주의의 위험을 본다’고 했다. 역시 색깔론의 황제답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에 모인 사람들을 모조리 ‘노무현 숭배자’로 몰아붙이고, 그 시민들이 반민주 부패세력에 맞서 싸우는 것을 ‘김일성 숭배’와 같은 현상으로 비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문열은 언제나 ‘빨갱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서 그의 이름대로 ‘문열’이 될 수 있을까? 정말이지 그 이름이 아깝다. 그의 시대착오적 궤변을 듣노라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반민주 부패세력의 대변인 아닌 대변인이 되어 좋은 재주를 엉뚱하게 쓰고 있으니.

다섯번째. 한나라당은 전여옥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요상한 제목의 책으로 인기를 얻어 아직까지도 잘 나가는 사람이다. 대선 때는 정몽준과 친하게 지내더니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입이 되었다. 그 입당의 변이 대단히 재미있다. ‘침묵하는 다수 위해 입당’했으며, ‘최 대표 보고 한나라당의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전여옥이 말하는 다수는 누구인가? ‘한민’당은 국회에서 자신들이 ‘다수’이므로 탄핵발의 가결은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다수’는 이런 ‘한민’당에 반대하고 있다. 전여옥이 말하는 ‘침묵하는 다수’는 과연 어떤 ‘다수’일까? 아주 궁금하다. 뒤의 말은 앞으로 여러 개그 프로에서 적극 패러디되지 않을까? 학살자이자 단군 이래 최대 도둑인 전두환의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서 ‘최틀러’라는 더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한나라당 내에서도 소장파의 거센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민정계 대표인 최병렬에게서 한나라당의 희망을 보다니? 전여옥이 아주 기이한 머리와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일 거라고 추측해 본다. 앞으로 많이 웃겨줄 것 같다.

엉터리 코미디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의 김경재 의원은 ‘어리석은 백성이 이해를 못한다’며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몰려든 시민들을 비난했다. 같은 당의 추미애 의원은 ‘노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책 한 권으로도 모라랄 정도’라고 우기고 나섰다. 그렇다면 ‘한민’당의 탄핵사유는 도서관을, 그것도 국회도서관을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압권은 강금실 장관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수사의뢰하겠다는 민주당의 발표일 것이다. 작년 가을에 강금실 장관을 웃겼던 이런 엉터리 코미디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

4월 15일은 ‘대청소일’이다. 더 이상 엉터리 코미디를 볼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므로 반민주 부패세력이 반전을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크게 열고 반민주 부패세력을 지켜보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정착을 향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미 힘차게 돌기 시작했다. ‘대청소일’까지 이 수레바퀴를 힘차게 밀고 나아가자.

홍성태(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