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03-24   1120

<안국동 窓> ‘한민’당의 경험지평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난 국민의 뜻에도 불구하고 ‘한민’당은 ‘닭짓’을 계속하고 있다. 먼저 ‘한민’당이 왜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닭짓’을 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민’당의 정치꾼들이 머리가 나빠서 이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머리가 좋더라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무용지물인 법이다. ‘한민’당의 정치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자리에서 몰아내면 노무현 대통령으로 말미암아 흔들린 정치지형이 복구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영남표는 더욱 단단히 뭉칠 것이고, 떠나간 호남표는 돌아올 것이다.”

지역주의의 구도 속에서 따져 본다면, 그들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더욱이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낡은 지역주의의 구도 속에서 이루어진 최선의 선택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진 시대적 상황에서 그들은 죽어가는 낡은 지역주의를 되살려 자신의 썩은 몸을 가리고 권력을 움켜쥐려고 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사실을 국민들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잘못이 드러나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상식이다. 이 점에서도 ‘한민’당은 역시 상식 밖이다.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두가지 행태이다.

첫째, 황당한 탄핵에 분노해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노사모’라거나 ‘동원된 군중’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한민’당은 정말 진실을 몰라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주장은, 그것이 당황해서 내뱉은 억지이건 계산된 술책의 산물이건, 두가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하나는 시민들을 특정인의 지지세력으로 몰아 주춤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지지세력에게 단결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이번에는 ‘한민’당이 당했다. 계속되는 상식 밖의 행태에 대해 ‘한민’당의 전통적인 지지세력마저 분노를 보이고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너무나 나빠지자 한나라당의 기회주의적 소장파들은 여의도 한켠에 천막을 치고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늦어도 한참 늦었거늘, 단순히 ‘사과’로 이 엄혹한 상황을 넘기려 하다니. 사과나 깍아 먹고 속 차리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니면 소장파답게 낡은 당을 박차고 나오거나.

둘째, 국민들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한민’당의 몰락이 갈수록 분명해지자 ‘한민’당은 언론을 욕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번갈아 가며 떼를 지어 방송사로 찾아가서 항의를 가장한 압력을 행사하더니, 그것도 잘 통하지 않자 허리를 굽히며 ‘잘 봐 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는 ‘대중 지식인’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민’당이 무슨 짓을 했는가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다 잘 알고 있다. 지역주의와 정경유착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다. 또한 오늘날 우리는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국민들은 자유롭게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으며 ‘한민’당이 무슨 짓을 했으며 하고 있는가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하느니 언론 탓이라. ‘한민’당의 낙후성에 국민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민’당은 방송사에서 자신들의 행사를 방송해 주면 떠나간 민심이 돌아오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상식 밖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거늘, ‘한민’당은 여전히 상식 밖이다. ‘한민’당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국민들이 소상히 알고 있는데, 그렇게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뻔뻔스레 ‘구국의 결단’ 운운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행사를 방송해 준다고 민심이 돌아오겠는가? ‘한민’당은 정말로 국민을 ‘바보’로 여기고 있는가?

우리가 사물을 보고 판단할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의 경험지평 안에서 그렇게 한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고 사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한민’당의 잇따른 상식 밖의 행태를 보노라면, 자신들이 살아오던 방식대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역주의, 정경유착, 대중 동원, 언론 조작.

지난 번 글에서 전여옥 대변인이 앞으로 많이 웃겨 줄 것 같다는 기대를 밝혔다. 역시 그랬다. ‘최대표에게서 한나라당의 희망을 보았다’는 말로 대변인이 되면서부터 국민들을 웃겨 준 그녀는 강금실 장관과 문재인 수석이 호텔에서 만난 것을 두고 ‘불륜관계’냐고 해서 역시 국민들을 웃겨 주었다. 나는 여기서 다시 경험지평이 떠올랐다. 전여옥은 혹시 ‘불륜’을 위한 목적으로만 호텔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홍성태(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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