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05-17   631

<안국동 窓> 돌아온 대통령의 선택

2002년 대선 이후 불과 1년여만에 다시 치른 대선이 끝났다. 누가 ‘왕의 귀환’이라고 했나. 선거가 끝난 지 꼭 한달만인 5월 14일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취임했다. 헌법이 정한 5년 단임제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 심판과 총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최근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둘러싼 무성한 논의는 1년 전 조각 당시를 연상시킨다.

반세기만의 의회 권력의 교체와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16년만의 선거를 통한 단독 과반 여당 탄생, 3김 시대의 종식, 지역정당의 부분 몰락 등 이번 총선의 결과는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 의미와 파장이 크고 깊다. 이를 반영하여 개혁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한편으로 민노당을 비롯한 개혁세력이 대거 정치권에 진출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정책적, 정치적 기능이 제도정치권으로 흡수될 것이고, 이로 인해 시민사회의 위상과 역할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과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혁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두 번의 선거를 통해 수구냉전세력의 지배구조는 결정적으로 균열하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강력하다. 재벌과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한 수구기득권 세력은 벌써부터 어려운 경제상황을 빌미로 국민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며 개혁에 대한 정치적 저항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간단없이 개혁을 추진하기에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보수와 자유주의 개혁세력, 극소수의 진보가 뒤섞인 가운데 국정운영의 기조를 둘러싼 내부의 힘겨루기가 개혁기조의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상당수의 운동권 출신과 개혁적 인사가 원내에 진출했지만 당선자 개개인의 전력과 성향에 기대기에는 88년 운동권 출신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진출하기 시작한 이후 반복된 좌절과 실망감이 너무 크다. 과반수 여당의 책임론이니, 민생우선론이니, 속도 조절론이니 하는 개혁을 발목 잡는 목소리가 소위 개혁적 인사라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오는 마당이다. 386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성장주의 담론과 한미동맹론을 극복할 만큼 내공이 쌓여 있는 것 같지 않다.

지난 1년간 참여 정부와 시민사회와의 관계는 노무현 정부와 수구세력간의 관계 못지 않게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개혁에 대한 기대가 실망과 분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촛불 집회를 통해 탄핵의 정치적 의도를 좌절시킨 시민사회는 참여정부에 대해 87년 6월 항쟁으로 완결 짖지 못한 민주개혁의 완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대와 요구가 좌절될 때 참여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는 지난 1년보다 훨씬 더 갈등적이고 대립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불화가 그나마 이루어 낼 수 있는 개혁마저 좌초시킬 뿐만 아니라 몰락해 가는 수구기득권세력에게 회생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공은 돌아온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의 혼란도 대통령이 국정운영기조를 어떻게 잡아가느냐에 따라 정리될 것이다. 더 이상 소수 정파로서의 한계를 이유로 개혁의 지체를 변명할 여지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든 국민들이 왜 대통령을 지켜주었는지, 총선에서 왜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의 의석을 주었는지, 돌아온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는 지를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누구도 참여정부가 시민사회의 개혁 요구를 온전히 실현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시민사회도 참여정부 하에서 이룰 수 있는 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할 것이다.

필자는 돌아온 대통령의 선택과 관련하여 두가지 점에 주목한다.

첫째는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다. 집권 2기를 맞이하여 어떤 성향의 사람을 쓰느냐는 대통령의 선택에 대한 일차적 판단 근거가 될 것이다. 보수적 현실주의자와 관료들을 내세워 개혁을 추진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두번째는 이라크 파병과 경제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다. 냉전체제가 붕괴한 조건에서 성장주의와 한미동맹론이 우리사회 지배담론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두가지 사안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철학을 읽을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정희 개발독재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성장주의 담론을 답습할 것인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시장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는 참여정부의 개혁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김기식(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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