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5-09-23   633

<안국동窓> 2005 국감, 20일 간의 여정에 거는 기대

국회가 내달 11일까지 20일간 461개 정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에 돌입했다. 국정감사란 정부가 한 해 동안 나라살림을 제대로 살았는지 따져보고 이를 고쳐나가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국감은 정부가 국민의 돈을 가져다가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국정수행의 문제는 없었는지를 점검하는 시간이며, 내년도 각 부처의 예산안이 과연 적정규모로 책정되었는지를 따질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자들로서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처럼 이번 국감을 맞이하면서 각 정당의 포부는 실로 대단하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여름부터 ‘국민참여형 국감’을 만들겠다며 사이버 국회의원을 모집하고 실생활에 밀접히 연관된 정책들을 점검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참여정부 전반기의 실정을 철저히 평가하겠다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또한 ‘양극화 해소, 사회 공공성 실현’을 핵심과제로 삼은 민주노동당도 정책국감을 위해 초기 증인채택 문제부터 맹렬히 여세를 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기국회가 중요하니 이 기간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정치적 사안은 제기하지 않겠다’는 반가운(?) 제안을 내놓은 상태이다.

올해 국정감사는 무엇보다 참여정부 절반을 평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여정부 전반기 국정운영의 공과, 실정의 원인과 한계를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묻고, 남은 기간의 방향과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국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국감의 하나의 키워드는 사회양극화문제가 될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이 과연 심각한 지경에 와있는 사회적 양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부동산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등 민생현안을 국정감사 과정을 통해 단단히 따져주길 바랄 것이다. 안기부 X파일과 관련해서도 삼성의 불법정관계 로비의혹이 증폭되는 만큼 검찰수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며, 안기부 국정원으로 이어지는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도청문제는 안심해도 좋은 것인지 점검하는 것 역시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국민적 현안은 쌓여있다.

매년 국회의원들은 입을 모아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부르짖지만 막상 국감이 끝난 이후에 시민단체와 언론의 평가는 ‘함량미달’ ‘구태답습’이라는 것에 의견일치를 봐 왔다. 물론 준비 부족으로 수준 이하의 질의를 하고, 속기록에 남기기 위해 중복질의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순서만 지나가면 자리를 비우고, 무책임한 폭로와 정쟁 유도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만 받으려 하는 등 수준 낮은 의원들에게 일차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정부의 무성의한 자료제출과 심지어 자료제출 거부, 허위 자료 제출 등도 부실 국감의 원인으로 지적해볼 수 있겠다. 매번 똑같은 평가와 원인진단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국감을 돌이켜보면, 몇 개 상임위가 정쟁과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비례대표, 여성, 초선의원 등을 중심으로 정책 국감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분명히 있었다. 상당수의 의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등 긍정적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정치공방과 정쟁의 그늘에 가려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됐다. 오히려 말싸움과 공방의 현장만을 쫓는 선정주의적 보도와 리포트로 진저리나는 정치권의 구태 행태만 집중 부각되면서 국민들은 더더욱 정치를 불신하고 냉소하게 되었을 따름이다. 수준 낮은 정쟁과 불필요한 이념 공방 등 낡은 행태에는 눈길도 주지 말고, 국민을 대신하여 성실하게 준비하고 충실하게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의원들을 찾아 박수를 쳐주는 것이 오히려 국감을 바꾸는 지름길이 될 것 같다.

물론 매년 ‘함량미달’ ‘부실국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은 불과 20일 동안 450개가 넘는 정부기관의 1년 치 정책을 평가, 검증하고 대안까지 모색한다는 것에 있다. 국회 스스로 국감제도를 바꾸기 위한 진지한 모색과 노력이 없다면 국감이 개선될 여지도 없다.

추석을 맞아 지역구를 찾은 의원들이 싸늘한 지역 민심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한다. 이제 정치권은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것처럼 국민의 심정으로 민생을 돌보고,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05년 국정감사가 진정 국정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과 함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국감이 되길 바란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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