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2-12-05   988

[오피니언칼럼] 20대의 선택이 가장 순수하다

20대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젊은이들이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투표여부는 자유이며 투표를 안하는 것도 정치적 선택이자 명백한 의사표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지방선거 때 20대인 두 아이와 전쟁을 치렀다. 아침부터 투표하러 가자고 성화를 했지만 꿈쩍도 안 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어쩌고 설득하려했으나 무조건 정치판은 왕짜증 난다고 했다.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 투표로 의사표시를 해야 할 것 아니냐 하자 고만고만하게 형편없는데 어떻게 투표를 하냐고 했다. 최고의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나은 후보를 뽑는 게 민주주의고 선거라고 해도 그게 그건데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큰 아이는 투표를 하러 나갔으나 작은 아이는 투표 안 하는 자유도 없냐고 마치 내가 선거에 나선 형편없는 후보나 되는 것처럼 흘겨보고는 방문을 닫았다. 너희들이 투표를 안 하는 사이에 그런 왕짜증들이 열심히 투표를 해서 왕짜증 나는 정치판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거니까 세상이 아무리 나빠져도 불평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사회체제에 의문을 갖지 않고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것에 안심하고 조직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회체제나 구조 혹은 국가의 정책이 변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손해를 보지 않을 뿐더러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조직을 등에 업고 있으면 익명성이 보장되어 그 안에 있는 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0대의 요즘 젊은이들, 개인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 익명성보다는 자기존재가 중요하고 조직의 권위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의 사람들은 국가권력의 횡포, 집단이나 권위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각종 정책이나 제도와 개인적 권리나 자유와 부딪치면 가장 상처를 많이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무제한의 자유란 있을 수 없다. 국적도 마음대로 선택하고 교육도 의료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본인은 물론 자녀도 군대에 안 보낼 수 있고 이곳이 싫으면 저곳으로 옮아가며 살수 있는, 권리는 누리되 의무는 안 해도 되는 극소수의 특권층이라면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와 이런 저런 관계를 맺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 교육도 받아야 하고 돈벌이도 하고 군대도 가고 세금도 내고 결혼도 하고 자녀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시스템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두 공평하게 한 표씩을 행사하여 국가의 미래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노동 복지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선거는 합리적인 제도이며 개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문화가 지연과 학연, 그리고 자신의 이해관계와 사회적 친분 등, 여러 가지 다른 요소에 의해 왜곡됨으로써 국민의 여망이 제대로 반영된 선거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정치에 대한 혐오나 냉소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인 관계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20대야 말로 현실을 왜곡하는 여러 요소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가장 순수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층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20대는 전체유권자의 23.5%인 816만 명이다. 3500만 유권자들 가운데 이 땅에서 가장 오래 살아나가야 할 세대들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20대가 모두 투표함으로써 자신들이 살아나가야 할 21세기 한국을 자신들의 손으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선주 『한겨레』 논설위원 sunj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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