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3-10-13   680

<안국동 窓>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결정, 그 상황인식은 올바른가

10월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온 나라가 술렁거리고 있다.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노 대통령 특유의 정치적 승부수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무엇이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런 승부수를 던지게 했는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의 국회 해임이나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의 부결에서 보여지듯이 한나라당을 비롯한 국회에 대한 경고를 의미하기도 하고, 또한 최도술 씨의 SK비자금 사건 연루 등 측근비리 등으로 인한 정치력 악화 국면을 정면돌파하려는 시도로 비치기도 한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국회에서 사사건건 참여정부와 대치한 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지속적인 비난적 보도와 그에 따라 70%에 이르던 지지율이 20∼30%대로의 하락한 점, 그리고 최도술 등 측근의 비리 연루로 인한 지지율의 추가하락과 참여정부의 도덕성 논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사사건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며 사사건건 보수언론의 비판을 받고, 사사건건 시민사회단체들의 도전에 직면하는 상황이 재신임 결정을 내린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사안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라고 느낄만한 조건에 놓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재신임은 한 정권이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던지는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나는 재신임 결정이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위기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을 ‘위기를 주관적으로 인식해서’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도 단기적 이익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과연 지금의 상황이 그런 최후의 승부수를 던질 정도로 위기적 상황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대통령의 위기의식은 본질 아닌 현상에 매몰된 결과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재신임 결정을 내렸을 때에는 그러한 위기적 상황인식을 전제로 하여 내렸다고 보고 싶다. 사사건건 좌ㆍ우ㆍ옆으로부터 도전을 받는 상황, 김두관 장관도 해임되고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 인준도 부결되는 등, 뭔가 해보려고 하면 제동이 걸리는 상황, 그러면서 측근비리도 계속 돌출하는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대통령으로 하여금 위기적 상황이라는 인식을 촉발했다고 생각한다.

현상적으로 보면 분명 지지율도 70∼80%대에서 20∼30%대로 떨어질 정도로 위기적 상황이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전혀 위기적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기적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사실은 ‘현상’ 만을 본 것이지 ‘본질’을 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기적 상황의 객관적 지표는 분명 지지율의 하락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지지율의 하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나는 대통령이 사사건건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사면초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노무현 특유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고 전제하고-대통령의 위기적 상황인식이 없는데 오히려 지지층에게 위기의식을 부추겨 궁지를 탈출하려는 정략적 발상에서 나왔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는데-과연 그러한 위기의식의 인식내용이 타당한 것인지, 나아가서 노 정부가 사면초가라고 인식하는 상황을 객관적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분명히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재신임카드를 던졌다고 보고, 과연 대통령을 못해먹을 ‘위기적 상황’인가를 되짚어보고, 그 위기적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검토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지지세력을 결집시킬 정책은 시도조차 안돼

한국사회의 정치ㆍ사회 제세력들은 보수세력ㆍ중도자유주의적 개혁세력ㆍ(급진 및)진보적 개혁세력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세력들은 각각 ‘정치적’ 세력과 ‘사회적’ 세력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와 같이 무정형(無定型)의 개인들이 모여 있다기 보다는, 일정한 이념적ㆍ정치적 의견을 공유하는 세력으로 분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보수세력은 지속적으로 참여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반면에, 참여정부의 주요한 지지기반인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을 결집시킬 참여정부다운 정책은 시행해 본 바가 없고, 동시에 진보적 개혁세력들의 요구사항들에 대해서 어느 것 하나 시원한 해결을 해주지 못한 데에 노 대통령이 위기라고 인식하는 상황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위기적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지 않으면, 설령 재신임 투표에서 노 정부가 승리하더라도-일정 기간은 유효하겠지만-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먼저 이른바 위기의 직접적인 계기라고 할 수 있는 보수세력의 도전과 비판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노정부 이후의 새로운 상황을 나는, ‘보수세력의 능동화’로 표현한다(이에 대한 분석논문은 http://dnsm.skhu.ac.kr의 집필란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권위주의정권에 대항하여 진보적ㆍ중도자유주의적 세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저항적 행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이후에는 보수세력이 권력을 박탈당했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하여 더욱 능동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비판과 저항을 하고 있다. 특히 제도정치 내의 ‘정치적’ 보수세력은 참여정부 이후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비판을 하고 있다.

나아가 시민사회 내의 ‘사회적’ 보수세력들도 참여정부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1절 집회나 8.15집회에서 우익들의 적극적인 행동표출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러한 정치적ㆍ사회적 보수세력들을 대변, 보수세력 능동화의 전면에 서 있다. 보수언론의 적극적인 비판활동은 정치·사회적 보수세력들의 능동적 활동을 ‘고무’하고 결집을 촉진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을 갖는 국민들을 참여정부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이반시키는 데 이런 보수세력의 능동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물론 노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이라는 결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헤게모니가 강화된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이들 보수세력의 능동화된 활동과 발언이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주도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수세력의 힘이 강화된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 자신도 바로 그런 오도된 인식 위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의 급락을 초래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의 영향력은 커졌는가.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현상적 판단일 뿐이며,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의 영향력이 축소, 재조정되어가고 있는 과도기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오랜 동안 우리 사회에는 강력한 보수세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과거 국가권력을 수중에 가진 그들은 굳이 능동화된 발언과 행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보수세력에서 중도자유주의세력에게 이전되고,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인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 정부의 낮은 지지율이 보수세력의 능동적인 비판에 의해서만 초래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두 번째 주장이다. 오히려 문제는 참여정부가 노무현다운 정책을 한번도 시행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또한 자신의 중요한 사회적 기반인 중도자유주의적 세력이나 진보적 세력들이 지지하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지지할 정책이 없기 때문에 지지층이 이반한 데 더 큰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을 노무현 정부가 직시하여야 한다.

재신임 카드를 꺼내든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세력의 저항은 결코 상황을 완전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현재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인데, 그들의 위기의식에 기초한 능동적인 비판행위에 대해서 ‘위기의식’을 지레 느끼고 재신임 카드를 꺼내든 셈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러한 전도(顚倒)된 상황인식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경험적 단초가 되는 여론지지율의 하락은 보수세력의 비판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도자유주의적ㆍ진보적 세력들의 이반에서 더 큰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노사모를 포함하여 중도자유주의적인 세력들은 참여정부에 기대하였던 바가 실현되지 않음으로써 ‘실망’ 이반을 한다고 하면, 정치ㆍ사회적 진보세력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적극적인 요구를 하는 사항에 대해서 참여정부가 전향적이지 않다는 데서 역시 ‘실망’ 이반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결정 이후 여론추이에서 나타나듯이 반(反)보수세력이므로 적극적인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 주지하다시피 새만금, 북한산 터널, 부산 금정산 터널 등 과거 정부가 벌렸고 강행했던 많은 국책사업들이나 이라크 파병 등 새로운 사안에 대해서 진보적 사회세력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대해왔고 이를 강행하고자 하는 노 정부를 비판하면서 도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이러한 진보적 도전과 비판과 노 대통령이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탄식을 자아낸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진보적 비판들이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참여정부가 국민정부를 뛰어넘는 전향성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것이지, 이념적 보수성에 기인한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수세력의 이반과 진보세력의 이반은 성격이 다르다.

정치ㆍ사회적 진보세력의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은 보수세력의 비판과 외양에 있어서 유사할 뿐이지 보수세력의 비판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비판은 노 정부의 진보화를 촉진하는 동력이지 노 정부의 위기를 조성하는 동력이 아니라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가 진보적 세력들의 비판과 도전을 전향적인 정책구현의 동력으로 사용하지 않은 데에 오히려 문제가 있다.

물론 진보세력들의 요구에 대해서 참여정부가 다 수용적 입장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요구를 수용하는 정책결정을 할 경우 정반대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그것이 때로는 보수세력의 도전을 강화할 수도 있고 때로는 국민적 여론을 의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보적 세력들의 실망 이반은 참여정부가 이전 정부에 비해 거의 아무 것도 전향적인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한 적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보수세력은 적극적 저항을 하고(최소한 핵심적인 보수세력의 견인차인 보수언론은 적극적인 비판을 해서 보수적 대중을 노무현 정부와 분리시키고), 중도자유주의적인 지지층을 끌어들일 적극적인 자기정책은 없고, 노 정부의 진보화를 촉진하는 진보세력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이 결과적으로는 지지율 하락으로 수렴되고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위기의식을 갖고 재신임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보수정책으로 보수세력 지지 얻을 수 있다는 환상 버려야

셋째, 이상의 논지로 볼 때 이번 재신임 정국을 어떻게 넘어서느냐 혹은 재신임을 받느냐를 넘어서서 먼저 상황인식의 전환과, 국정운영의 방향전환과 그를 위한 인적 쇄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상황인식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대단히 동질적인 ‘국민’이 존재하고 있다는 환상을 넘어서야 한다. 이미 우리사회는 보수ㆍ중도자유주의ㆍ진보적 지향을 갖는 의견집단 혹은 세력들로 분화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전과 달리 정치적ㆍ이념적 지향이 일정하게 고정화된 집단으로 분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보수세력들은 참여정부가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정책을 취한다고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반 국민들은 그때그때의 이슈에 따라 지지를 변화시킬 수 있지만 최소한 조직화된 정치적ㆍ사회적 세력들은 이미 명백한 자신의 정치적ㆍ이념적 입장을 설정하고 그것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 수십년 동안 노동당 지지자나 보수당 지지자로 고정화되어 있는 것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이 참여정부가 자신들이 요구한 정책을 수용한다고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비판’ 자체가 목적이고 중도자유주의적인 노무현 정부의 탈(脫)권력화를 지향하는 것이지 사안별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은 진보적 세력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명백한 분화상황을 전제로 상황진단을 하여야 한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점에서 판단이 흐렸다고 본다.

다음으로 이처럼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고정된 의견집단으로 기본적인 대중들이 분화되어가고 있음을 전제로 할 때, 자기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바탕에서 선택적으로 보수적 지향을 갖는 대중을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혁적 정치성을 분명히 하는 기본 위에 현실주의적 배합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정체성을 갖는 정책을 통해서(이는 때로 진보개혁세력의 요구가 보수적인 세력의 요구를 중화하는 계기도 된다), 정치ㆍ사회적 지지의 ‘기본’을 잡고, 보수세력의 요구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을 통해서 지지를 ‘확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히려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수용소 발언이나 잡초 발언 등등과 같이 ‘자살골’을 부르는 발언은 현재의 논의 맥락에서는 대단히 주변적인 것이다). 국회에서의 보수세력의 적극적 저항이나 보수세력의 일부로서 보수언론의 적극적인 비판에 의한 지지율 하락은 현재의 문제의 일부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더구나 그러한 보수세력의 적극적인 행태 자체는 국민적 수준에서 보면 전면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지지율 추이인 것이다. 문제는 바로 자기 지지층이나 진보개혁적인 요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지지층 또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개혁적인 진보적 대중에 호소하는 노력이 없이, 보수세력들의 저항에 대해서 ‘불평’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현재와 같이 정치ㆍ사회적 보수세력들의 적극적인 행동화 속에서, 보수세력의 적극적인 비판에 의한 지지율 하락만을 사태의 전부로 파악하고, 중도자유주의적인 개혁정책 자체는 적극적으로 실현하지도 못하고 진보개혁세력의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태도를 지속한다면, 재신임 국민투표가 끝나도, 혹은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의석변화가 있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보수세력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고자 하는 보수언론의 적극적인 참여정부 비판을 크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책을 통해서 이 부분은 상쇄하지 못하고 진보개혁적인 세력들의 신뢰를 잃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위기는 동일하게 지속될 것이다. 그때도 보수세력은 적극적 저항을 할 것이고, 현재와 같이 자기정체성을 드러내는 정책구사 등이 없는 경우 지지층은 이반할 것이다. 보수언론은 이를 교묘히 이용하면서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이반을 가속화할 것이고 지지율은 바닥을 길 것이다.

보수세력과 대치선다운 대치선을 쳐라

나는 바로 상황인식에서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떤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결정의 상황적 근거로 제시하는 사안들, 예컨대 사사건건 국회에서 일어나는 비토는 어떤 점에서 크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재신임 카드는 일정 측면에서, 역설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나 보수세력의 상황판단과 동일한 잣대로 상황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상황인식 틀 자체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보수세력은 보수세력대로 계속 비판할 것이다. 국민투표 이후에도 현재와 같이 보수언론의 ‘융단폭격’이 진행된다면, 보수언론의 보도에 영향받은 지지율 하락은 상존할 것이다(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그것은 어떤 점에서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는 것이고 보수언론의 여론독점 구조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과잉대표’되는 측면도 있다).

참여정부 다운 새로운 전향적 개혁정책 및 국정운영 방향의 쇄신을 통해서, 중도자유주의적인 대중이나 진보적 대중들의 지지를 획득하고, 사안별로 보수세력들 자체의 분화 및 보수언론의 영향력 하에 있는 대중들의 이반을 이끌어내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재신임 카드라는 결연한 카드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국정운영 방향의 전반적인 쇄신을 위한 인적쇄신도 물론 이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새로운 전환의 모습이 정책과 인적 쇄신에서 나타나야 한다.

나는 솔직히 재신임 소식을 들으면서 정말 참여정부다운 정책 하나도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못하고 이런 선택을 국민들에게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느냐 하는 생각을 하였다. 정말 자신을 위기로 몰아넣은 보수세력들과 정면 대결하는 전향적 정책을 통해서 대치선 다운 대치선을 한번도 긋지 못한 상태에서 재신임을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도권 내의 보수세력의 도전을 국민투표로 돌파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자기정체성을 전향적 태도로 구현하는 것은 미해결된 과제로 남게 된다. 이번 재신임 파동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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