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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13.09.05
  • 1690

 

국회는 원래 우리 것이다!

 


홍재우 인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참여연대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20년쯤 전이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이집트 의회를 찾은 적이 있었다. 건물은 화려했으나 분위기는 삼엄한 경계 속에 질식할 정도로 고요했다. 군인들은 관광객에게마저 날카로운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마치 감옥에 온 것 같았다. 이집트 민주주의는 그렇게 수감된 상태였다. 반면 얼마 전 방문한 또 다른 의회는 달랐다. 의사당 건물은 소박했고 거리의 중심에 있었으나 풍경을 압도하지 않았다. 크지도 않은 의사당 광장에는 이런저런 모임과 거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의회 앞 사자상은 아이들이 타고 노는 놀이터였다. 본회의장에서는 국민의 일상이 창밖에 바로 펼쳐져 보였다.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인 노르웨이 의회의 모습이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시행되던 아고라 광장은 목청 높인 연설과 아우성이 가득 찬 시장 내지 마실 나온 시민들의 친근한 놀이터가 아니었을까. 민주주의는 원래 시끌벅적해야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고 그것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의회는 그 소란스러움 한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의회의 기능은 논의를 일으키는 것이어서 공원 같은 고요함보다는 현재에 대한 불만을 창출하거나 사람들을 자극하여 분노하게 할 때 그 목적을 더욱 잘 달성할 수 있다.” 1972년 미국 대법원이 의회 앞 집회를 무조건 금지한 법률이 위헌임을 판결한 내용 중 일부이다. 그나마 이런 미국조차 조건과 제약이 많은 편에 속한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의회에 대한 국민의 접근을 최대한 보장한다.

 

여의도에 있는 우리 국회는 어떤가. 국회의사당 건물은 수만평 잔디광장을 앞에 두고 멀리 물러나 있다. 그 압도적인 풍경은 국회가 국민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최근 한 시민운동가는 국회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등을 이유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법원은 이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제청 신청도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것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국회의 주요한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각했다. 민주주의 광장이 의회로 대체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보면 우리 법원은 사실상 국회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집회나 시위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이 국회의 여러 시설을 이용하거나 회의 모습을 참관하는 것조차 복잡한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우리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이를 고칠 수 있는 당사자는 국회밖에 없다. 법원의 판결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다가와 문을 열어야 한다. 국회 잔디광장을 개방하고 의원들이 정기적으로 나와 국민의 소리를 직접 듣고 또 자신들의 입법 과제 내용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의정 박람회를 여는 것은 어떤가. 의원만 다닐 수 있는 국회 중앙 계단을 수많은 국민이 시끌벅적하게 오르내리며 자신들의 대표를 만나러 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가. 행사마다 찾아다니며 축사를 하고 헤픈 웃음으로 막걸리를 같이 마셔줘야 일 잘하는 의원이라고 표를 주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어설프지 않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정치 정서는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의원의 권한까지도 특권이라고 비난한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행정부와 싸우고 수많은 입법 사안에 매달려 열심히 일하는 의원은 때만 되면 나오는 언론의 특권 트집 때문에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딱히 억울해하지 말길 바란다. 당신들이 국회를 우리에게 돌려주지 않는 한 당신들을 믿고 지켜줄 이는 아무도 없다. 국회의 문을 열고 누가 원래 국회의 주인인지를 잊지 않도록 해라. 국회는 원래 우리 것이다.

 

※ 이 글은 2013년 9월 5일자 한겨레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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