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2-01-18   2485

[칼럼] 정당 공천개혁의 바람직한 방향

 

정당 공천개혁의 바람직한 방향

  – ‘국민참여’가 만병통치는 아니다

 

국민참여경선은 당 정체성에 ‘물타기’ 불러올 우려 있어

반면 비례대표·전략공천에선 시민참여로 소수자 배려 필요

공천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하늘 높은 줄 모르자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주는 국민참여 경선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물에 빠진 심봉사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게다. 그러나 제도적 이해를 결여한 긴급처방은 언제든 ‘테르미도르의 반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국민참여 경선제가 만병통치약인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후보 선출 권한이 정당 보스 개인에서 선출직 당기구를 거쳐 당원이나 일반 국민들에게 내려갈수록, 그리고 중앙당에서 지구당으로 내려갈수록 정당 민주화가 더욱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참여 경선은 시민역량 강화를 통한 정당 민주화의 길을 택한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들은 주의를 요한다.

첫째는 정체성의 문제이다. 현대 정당들은 크게 국가와 시장의 역할을 두고 보수와 진보라는 정체성으로 대조된다. 그런데 국민참여 경선은 이러한 이념적 정체성에 ‘물타기 효과’를 지닌다. 즉 각 정당의 이념을 중도화시켜 정책 경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 아울러 당심과 민심의 분리 현상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제도의 도입 이전에 각 정당은 어떻게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에 걸맞은 후보를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선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를 30% 반영했듯이, 국민참여 경선과 더불어 지역구 당원들의 당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둘째는 국민참여 경선제가 지역구민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현역 의원이나 지역구의 당원협의회 위원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점이다. 정치신인이나 정치적 소수자는 이 벽을 쉽게 넘지 못한다. 인적 청산에 의한 정치권 물갈이라는 현재의 국민적 바람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한 가지 대안은 비례대표 공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직능별 대표 할당뿐만 아니라 정치신인이나 정치적 소수자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은 50여석밖에 안 된다.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더구나 기존 각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지도부 간 나눠먹기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비례대표 공천이 정당 엘리트들의 기득권 재생산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이든 시민(혹은 당원)들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야권 일각에서 시도했던 시민배심원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셋째, 각 정당의 전략공천 몫 또한 정당 지도부의 나눠먹기 대상이 되어왔음에 주목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공천의 20%를,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대략 30%를 책정해 놓은 상태다. 전략공천이 자당의 선거 경쟁력을 제고하고 단 한 석이라도 늘리고자 하는 고도의 정치전략의 영역임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각 정당 최고위원회나 공천심사위원회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천제도 혁신 문제가 정치권의 태풍으로 몰아치고 있는 이때, 한 석의 후보 자리라도 구태의연한 밀실공천으로 결정되는 날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패착이 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최소한 전략공천의 과정이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더불어 전략공천이 밀실협상의 종속물로 퇴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비례대표 공천과 마찬가지로 당원 혹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 보장과 시민참여의 제도적 장치는 정당을 더 민주화시키고 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조처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문제들이 있다. 각 정당은 부패했거나 각종 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거나 반인권적이었거나 의정활동에 성실하지 못했거나 혹은 그 밖의 자질에 문제가 있었던 정치인들을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수 있는 기준 또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발 제대로 된 후보들이 국민참여 경선에 나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 이 글은 한겨레 신문(1/18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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