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12-02-10   3706

[칼럼] ‘나경원 의혹’ 제기하면 징역1년? 가증스럽다

 

‘나경원 의혹’ 제기하면 징역1년? 가증스럽다

‘나경원법’이 노리는 꼼수 특혜… “정치인은 귀족인가”

 

 

새누리당이 소위 ‘나경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골자는 공직선거법 상의 허위사실공표죄(법 제250조)와 후보자비방죄(법 제251조)의 형량을 높이는 게 아니라 원래 없었던 최저형량을 1년으로 정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나는 꼼수다>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의 피부숍 가격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선거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새누리당 측 시나리오의 재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마디로 가증스럽다.

 

일반인에 대해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거나, 진실의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최저형량이 없고 최고형량만이 있을 뿐이다(진실 2년, 허위 5년, 비방목적의 출판의 경우 각각 3년, 10년). 그런데 선거후보자에 대해 허위나 진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최소한 1년은 감옥에 가두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정치인의 명예는 특별히 더 중요한 것인가? 정치인들은 무슨 귀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후보자비방죄는 피부숍 논란과 관련도 없어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나경원 피부숍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후보자비방죄까지 최저형량을 정한 것이다. 후보자비방죄는 법원의 해석을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후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정도로 깎아 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도2910 판결,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7도2824 판결 등 참조). 즉 진실을 말하는 경우에도 그 후보자의 사회적 평가에 불리한 내용을 말하면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씨는 이미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자신이 스스로 특정다수인에게 BBK주식회사의 회장이라는 명함을 수교한 바가 있고,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동 사업을 직접 수행한다고 한 이상, 이제와서 김경준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자신은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고 도의적인 책임조차 질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비판한 글도 유죄판결을 받았다.(2008노2090)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최소한 징역 1년을 살아야 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게다가 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책임을 지우는 현행법에 대한 위헌논란은 뜨겁다. 이미 민주당은 당론으로 소위 ‘정봉주법’을 채택하여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진실적시명예훼손을 폐기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진실을 말하려 할 때도 그것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하여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회는 정당한 평가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내용 자세히 보기)

 

이런 와중에 선거후보자에게 불리한 진실을 말하는 것에 대해 형량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최소 1년의 징역형 선고를 의무화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정치인은 귀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후보자비방죄 자체가 문제다

 

후보자비방죄 자체는 폐지되어야 한다. 진실적시명예훼손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 본질이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인 선거에서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허위주장에 오도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중요하여 이미 허위사실공표죄를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또다시 진실을 말해도 처벌하는 법을 둔 것은 불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선거에서 진실을 추방하겠다는 것이고 결국 유권자에 의한 후보자의 평가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오로지 공익을 위한 진실”은 면책된다고 되어 있지만 유권자로서 후보자들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유죄판결이 내려지는가? 바로 후보자들에 대해 경멸적인 표현을 쓸 때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망한 ○○건설의 부도원인은 중동에서 미수금 회수 못한 게 주요 원인인데, ‘땅바기’는 아직도 중동의 사기꾼들을 들먹이며 경제를 살린다고 ‘구라’를 치고 다닌다”고 이명박 후보를 비판한 글도 유죄판결을 받았다(2007고합324). 표현이 과격하면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안내문구를 봐도 이러한 추측에 부합한다. “(진실)이 적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상당히 공격적이고 악의적이어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또는 알권리를 감안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평균인이 참기 어려운 정도인 때”에 후보자비방죄가 적용된다고 하고 있다. “사회통념상” 그리고 “참기 어려운 정도”? 진실을 말했는데도 참기가 어렵다고? 이런 표현을 어디서 보았더라? 바로 모욕죄 판결문들이다.

 

필자는 후보자비방죄는 후보자에 대한 경멸적 표현을 막는 모욕죄로 기능하고 있다고 감히 예측한다. 물론 법원은 견해와 감정의 표현은 후보자비방죄에 해당되지 않으며 허위이든 진실이든 사실적 주장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면 실제로는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 단지 후보자에 대한 경멸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유죄가 선고된다.

 

예를 들어 “이명박이 이야기하는 샐러리맨의 신화는 현대 정영감의 후광을 이용해서 재창조한 ‘×나’ 비열한 종자의 짓거리며 한반도 대운하는 국토를 ‘×창’내서 제 배를 불리자고 하는 ‘개×랄’이며 제 비리를 마누리한테 떠넘기는 ‘×나’ 파렴치한 인간이며 해외에서 사기나 당하는 경제관념없는 멍청이이며….이야 늘와놔도 늘어놔도 끝이 없네.”(2007고합1365 제93조제1항 경합) “친북동지 정동영… 역사는 흐른다”(2007고합716, 제93조제1항 경합) 등 위 내용에 사실적 주장이라고 할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고 거의 전적으로 견해의 영역인데도 유죄가 선고됐다. 후보자비방죄의 모욕죄로서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욕죄 자체도 문제인데…

 

또 지금까지의 판례나 선관위 해석에 따르면 사실의 적시가 들어가 있는 경우의 예를 보더라도 ‘박근혜의 아버지는 군사독재를 했던 박정희 대통령이다’라는 말은 후보자비방이 되지 않고 ‘독재자의 딸, 박근혜’는 후보자비방이 될 수 있는데, 그 차이는 표현이 경멸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나경원법의 봉건성은 더욱 명확하다. 결국 후보자비방죄는 정치인(선거후보자)모욕죄로 기능하고 있다. 모욕죄는 최고형량이 1년인데 나경원법은 정치인모욕죄의 최저형량을 징역 1년으로 정하려 한다. 똑같은 욕설을 해도 정치인들에게 하면 쉽게 처벌되고 더 엄하게 처벌받도록 하다니… 다시 묻는다. 정치인이 무슨 귀족인가?

 

게다가 모욕죄가 어떤 죄인가? 모욕죄는 전 세계에서 독일, 독일에서 법제를 의식적으로 계수한 일본,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당한 우리나라와 대만, 이렇게 4개국에서만 존재하는 법이다.

독일에서 귀족들은 자신의 위신을 보호하기 위해 모욕죄를 만들었다. 결국 1800년대 독일의 모욕죄는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가 위법성구성요건이었다. 그것이 1930년대 포퓰리스트 정권인 나치가 집권하면서 모든 국민(사실은 아리안족을 의미한 것이었음)은 보호받아야할 민족적 자긍심이 있다며 일반인들도 모욕죄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모욕죄가 탄생한 배경이다. 

 

결국 일제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모욕죄도 사회적 평가가 아니라 명예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명예감정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가진자’의 위신을 보호하는 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의심이 가는 사람은 모욕죄 고소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잘 살펴보라. 모욕죄 폐지 논란을 벌이는 지금 정치인모욕죄의 최저형량을 1년으로 정한다고? 정치인이 무슨 귀족인가?

 

 

 

정봉주 판결이 보여준 허위사실공표죄 개정의 필요성

 

지금 허위사실공표죄를 손대야 한다면 제250조를 개정해야 한다. (관련 내용 자세히 보기) 정봉주 판결은 사법부가 허위사실공표죄를 해석하며 선거판에서 후보자에게 의혹제기를 하는 자에게 먼저 ‘소명의무’를 부과했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후보자검증을 어렵게 만들어 선거에서 진실을 추방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제2, 3의 정봉주’를 막기 위해서는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를 개정해 의혹제기자에게 먼저 ‘소명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의 정봉주를 법개정으로 석방시키기 위해서도 이러한 개정이 필요하다. 다른 방식의 개정은 개정된 법 하에서도 정봉주를 유죄로 남게 할 가능성이 있다.

 

 

박경신(유권자자유네트워크 정책위원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글은 2/9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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