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6-03-30   546

<안국동窓> ‘신나는 지방선거’를 제안합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아니 이미 선거국면에 들어섰는지 모르겠다. 지방선거 출마 선언들이나 당내 후보자 경합 상황이 언론의 머릿기사를 장식한지 오래다. 지역발전에 대한 고민과 선거에 대한 열정이 넘실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10년이 지났으나 선거도 후보도 공약도 어느 무엇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지방선거가 올해도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이 무엇을 어떻게 챙겨야 정치적으로도 올바르고 지역주민 삶에도 이로운 지방선거를 만들 수 있을까.

선거는 후보가 핵심이다. ‘후보’를 둘러싼 공방에서 벗어나면 그 어떤 고상한 운동도 ‘팥소 없는 찐빵’이다.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벌였던 두 차례의 낙선운동이 그나마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후보의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운동방식을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두 달여 후면 지방선거다. 이번에 시민운동은 또 어떤 기획을 내놓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엔 ‘정책’이다.

‘정책’하니까 벌써 하품하시는 독자들 눈에 보인다. 이 운동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결합하고 있는 필자도 솔직히 좀 재미는 없다. 투표율 50%도 간당간당한 것이 지방선거 아닌가, 자기 지역 후보 이름도 모르는 판인데 누가 공약 들여다 보기나 한다고! 게다가 두루뭉실, 하나마나, 그게 그거인 고만고만한 이야기들에 되면 좋고 안되도 그만인 것이 소위 지방선거 정책이고 공약 아니던가.

그런데 놀랍게도 전국 260여개 시민단체들이 이 ‘정책’ 때문에 모였다. 지난 3월 21일 ‘2006 지방선거시민연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전국 시민단체들 사이에 일종의 위기의식이 일고 있다.

‘청계천 학습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사업을 절찬(?)리에 이뤄내고 당당히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는 것을 보고 이제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화끈한 ‘개발’로 공략해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서해안에서 중국까지 이어지는 해저터널을 뚫겠다, 내륙을 관통하는 운하를 뚫겠다”는 분들, “대전에 200층짜리 건물을 올려 랜드마크를 만드시겠다”는 분들이 호기롭게 나서고 있다. 모 정당의 경기도지사 후보가 내놓은 지역공약을 제대로 지키면 경기도민이 1600만명을 넘어설 판이다. 이들의 약속대로 하면 수만 킬로미터의 도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또 수백 개의 다리를 새로 지어야 한다. 전국을 온통 다 파헤치고 개발과 토목에만 혈세를 쏟아 붓겠다는 것이 유력정당 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이다.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뭔가 짓고 올리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자치단체장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강화된다는 이 황당한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전국의 시민단체들 사이의 공감대이다.

예를 들어 지금 주요 대도시에 지하철이 개통되고 있다. 어떤 대도시 같은 경우 지하철을 운행할 경우 한해 적자만 500억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 돈이면 시내버스를 모두 공영화해서 무료로 시민들을 이용하게 해도 된단다. 이 어마어마한 돈이 텅텅 비어 운행되는 지하철 건설과 운영에 쓰인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서울 부산을 제외하고 도저히 채산성이 안 맞는데도 다른 도시가 지하철 뚫는데 우리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무턱대고 공사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실정이다. 수천억씩 들어가는 대규모 토목공사는 웅장한 건축물을 남겨 자치단체장에게는 정치적 성과물을 남겨주고, 건축업계에는 생존을 위한 돈줄이 된다. 그러나 시민들에게는 무엇이 남나?

마을마다 자그마한 도서관을 짓는다고 상상해 보자. 일부 지역에서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는 마을 도서관은 아이들이 책과 문화와 어울려 놀고 어른들도 자연스레 문화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하는 문화공동체의 터전이 되고 있단다. 동단위마다 마을도서관을 짓고 그 운영에 필요한 문화예산을 넉넉히 배정하겠다는 후보가 있다면 어떨까? 보육정책을 돌아보자. 늦은 시간까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맞벌이 부부들에게 정말 절박하기 짝이 없는 24시간 보육시설을 공공시설로 만들어내겠다는 후보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공동체 문화공간, 공공보육시설들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선거는 사실 이런 유권자들의 생활상의 요구가 분출되고 수렴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건설족’들만 배불리는 헛공약 말고 실제로 유권자 자신에게 필요한 ‘문화, 복지, 환경’과 같은 삶의 질을 보장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이를 실현가능한 구체적 계획으로 만들어 내놓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방선거는 전국 어디서나 서울시장이 누가 되는가에만 온통 관심을 쏟아오지 않았나? 광주시민들이, 부산시민들이 서울시장이 누가 되는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작 자기 동네 지방의원은 누가 되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유권자들이 의견을 제시(유권자정책제안운동)하고 막개발 헛개발 공약을 들춰내서 단단히 검증(헛공약감시운동)해야 한다. 이러한 운동을 해보자고 전국 시민단체들이 모였다. 지역마다 지방선거연대기구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 260여개 시민단체 회원만 해도 어림잡아 30만명이 된다. 시민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4월에는 각 지역별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크고 작은 토론마당을 열 계획이다. 온라인에서도 제안을 받을 생각이다. (2006지방선거연대 http://humanbelt.net/531/) 이를 모아 4월말에는 유권자 정책제안전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선거의 핵심쟁점으로 만들자는 전략이다. 헛공약 감시, 막개발공약 감시도 같이 진행된다. 200층짜리 빌딩을 짓겠다는 황당한 공약이 아니라 사람이 숨쉴만한 공기의 바로미터라는 나팔꽃이 피는 동네, 어린이들이 어울려 노는 마을도서관이 들어서는 그런 동네를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아주 ‘눈이 맑은 후보자’의 공약이 더 빛이 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이 운동에 힘 한번 모아주면 좋겠다.

김민영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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