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4-12-08   2249

[후기]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⑦ 국회는 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20명의 ‘국회 상임위 회의 시민방청단’이 11월 10일부터 28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방청을 시도했습니다.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회의 방청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체험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체험기 ①] 국회 회의 방청의 높은 벽, 소개의원 제도 (시민방청단 이영아) 

[체험기 ②] 시민과 담쌓고 있는 시민의 대변자, 국회 (시민방청단 주선하)

[체험기 ③] 방청이 보장 안 되면 허울뿐인 대의제로 전락할 수 있어 (시민방청단 David Lee)

[체험기 ④] 회의 당일까지 방청 허가 여부 통보 않는 상임위 (시민방청단 박병찬) 

[체험기 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공개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시민방청단 윤보름)

[체험기 ⑥] 안건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소위원회 회의도 공개해야 (시민방청단 이정혜)

[체험기 ⑦] 국회는 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시민방청단 이조은)


두드리고 또 두드려 시민의 힘으로 국회를 바꾸자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 ⑦] 국회는 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이조은 ( 시민방청단 )

 

그저 알고 싶었다. 내가 낸 세금으로 세비 받는 국회의원들이 일은 제대로 하는 건지 알고 싶었다. 회의장에 그냥 앉아서 시간만 보내다 가는 건 아닌지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국회 시민방청단 활동에 참여했다. 

 

 

시민방청단 프로젝트 주최 측은 직접 방청을 시도해보기 전에 두 차례에 걸친 사전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단순히 방청하는 일인데 왜 두 번이나 사전교육을 받아야 하지?’ 싶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이내 방청 신청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헌법 제50조 제1항 :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국회법 제55조 : 상임위원회 회의는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 방청할 수 있다.

국회법 제57조 제5항 : 소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헌법과 국회법에 보장 돼 있는 국회 회의 공개 원칙이다. ‘나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두 번의 사전 교육 시간 동안 시민방청단 활동의 취지를 공유하고, 국회에 대해 갖고 있었던 각자의 생각을 나눴다. 국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배우고, 방청 신청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실제 상황을 연습해보기 위해 스크립트를 가지고 시민과 국회 측(행정실 직원, 의원실 직원)으로 역할을 나눠 롤플레잉을 하기도 했다.

 

 

교육을 받으며 걱정됐다. ‘대체 국회가 얼마나 폐쇄적이기에 이런 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거지’, ‘국회 회의 공개 원칙이 대체 얼마만큼이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거야’, ‘설마 방청 한번 못해보고 끝나는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안녕하세요. 은평구에 사는 주민인데요. 이번 11월 12일 오전에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 방청을 하고 싶은데 소개의원이 필요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의원님께 방청 소개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11월 12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에 들어가기 위해 회의 이틀 전, 법사위 소속의 한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법사위 행정실에 방청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방청신청서에 ‘소개의원’을 섭외해서 기입해야 한다고 한다. 소개의원은 방청하려는 시민의 신원 보증 격이란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내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인데 소개의원 섭외까지 해야 한다니 장벽이 너무 높다. 내 신원을 보증해주겠다고 나서는 국회의원이 과연 있을까? 

 

 

A의원실의 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소개의원이 돼 달라’는 내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회의는 일반 시민도 방청할 수 있게 돼있고, 방청 신청을 위해서 A의원에게 소개의원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자, 비서는 보좌관에게 전화를 돌린다. 보좌관에게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안 됩니다.”

보좌관은 단호했다.

“왜 안 되나요?”

“방청을 위해서는 법사위 위원장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방청이 불가능합니다.” 

방청이 안 된다고 통보하고 전화를 끊고 싶어 하는 눈치길래 내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국회법과 헌법을 읊었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방청이 안 된다는 이유를 쭉 나열하기 시작했다.

“법사위 위원장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데 허가가 힘들 겁니다, 일반 시민이 방청한 전례가 없습니다. 전화 준 시민분의 신원을 저희 측에서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졌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소개의원이 돼 줄 수 없다니 말이 됩니까? 그 말 의원실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간주해도 되나요? 그동안 방청한 시민들은 전례가 아닙니까? 재직증명서랑 신분증을 팩스로 보내드리면 신원보장이 되는 겁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좌관은 의원과 상의 후 연락을 주겠다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통화는 끝났고, 그 뒤로 지금까지 그 의원실에서는 연락이 없다.

 

 

A의원실의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어 여러 의원실에 전화를 돌렸다. B, C 의원실 또한 A의원실과 마찬가지로 계속 소개의원을 거절했다. 

 

 

‘위원장 허가가 필요하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원래 안 된다’, ‘이해관계자나 사법피해자 등이 방청을 해서 과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사례가 있는데 당신이 그 사람인지 어떻게 아느냐’ 등등.. 아, 데자뷰.. 내가 지금 같은 의원실에 계속 전화를 걸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똑같은 답변뿐이다. 이해도 안 되고 납득하기도 어려웠다. 현기증이 났다.

 

 

대체 국회 법사위 회의를 왜 주권자들에게 공개를 못한다는 것인지, 왜 모든 시민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인지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진짜 사법 피해자들이 방청할 가능성이 높은 법원의 일반 재판도 신청 없이 들어가는데, 국회는 왜 공개를 못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국회는 이미 불미스러운 일을 우려해 국회 회의장마다 경위들을 배치해놓고 있다. 

 

두드리고 또 두드리자

 

수차례 실패 끝에 포기를 할까 생각이 들 즈음, 허무할 정도 순식간에 방청이 허가됐다. D의원실에는 ‘조금 더 창의적인 거절 사유를 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기대 없이 전화를 걸었다.

 

 

“소개의원이 되어주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담당 보좌관님을 연결해드리겠습니다.”

 

 

보좌관이 내 이름과 직장 등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소개의원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몇 가지 개인정보를 넘겨주자 의원실에서 행정실에 직접 방청 등록을 해준다기에 감사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당황했다. 갑자기 왜 방청허가가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법에 따르면 방청 허가는 당연한 것인데, 하도 여러 번 거절을 당하다보니 허가된 것이 마냥 신기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의원실은 이미 ‘뚫린’ 의원실이었다. 나 말고도 많은 시민방청단이 앞서 소개의원을 부탁했고,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소개의원이 되기 시작한 의원실이었던 것이다. 앞선 시도가 없었다면 난 여기서도 아마 거절을 당했을 것이다. 

 

 

시민이 지속적으로 국회의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방청단은 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하고 있는 우리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같이 공부하고 같이 국회의 문을 두들겼다. 문을 닫아걸고 있는 폐쇄적인 국회였지만 같이 두들기다보니 작은 틈새가 생겼고, 그 틈이 점점 넓어져 결국 문이 열렸다. 혼자였다면 국회 회의 방청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멀었다. 법사위 방청 이후에 국방위 법안심사소위 방청을 위해 수차례 소개의원 섭외 전화를 걸었지만, ‘국방위 소위원회는 원래 공개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 ‘국방위는 대부분 군사비밀을 다루므로 비공개한다’ ‘소위원회 회의장은 회의실이 좁아서 안 된다’ ‘전례가 없다’ ‘국장급 공무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다’ 등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다른 시민방청단도 비슷한 이유로 거절당했다.

 

 

국회 회의 방청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시민들이 국회의 문을 두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민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면 국회도 조금씩 변화할 것이다. 국회가 폐쇄적이고 통제된 공간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국회로 변모해 더 이상 국민들에게 불신과 냉소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것이다.

 

◎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국회 개혁을 위한 시민 행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시민정치포럼이 함께 결성한 그룹입니다. 국회 공간 및 회의 개방․국민 청원권 보장․의원윤리 강화를 위해 2013년 6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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