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유권자위원회] 자율·대학개혁·창조·평등…교육관 차이 선명

2007 대선 정책토론회 – 교육정책

지난 20일 열린 ‘100인 유권자위원회 정책평가 워크숍’에서 4명의 후보를 대표한 정책 책임자들은 교육관과 교육정책에서 선명하게 대립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쪽은 자율과 다양성을 내세웠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 신설과 대입 자율화 등이 간판 공약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쪽은 2008년을 사회적 교육대협약의 해로 만들어, 교육개혁의 물꼬를 트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분야별 세계 5위권 대학 20개 육성, 국립대 교육여건 강화 등 주로 고등교육 개혁에 중점을 뒀다.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는 교육의 창조력 극대화를 차별성으로 내세웠다. 봉사, 리더십 등으로 내신 평가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교육 주체들이 모여 대입제도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는 평준화 확대와 공교육 강화를 뼈대로 한 교육권 평등을 강조했다. 3불 법제화, 대학 평준화 네트워크 구성 등은 민주노동당의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워크숍엔 이명박 후보 쪽을 대표해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동영 후보 쪽을 대표해 김하수 연세대 교수, 문국현 예비후보 쪽을 대표해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 권영길 후보 쪽을 대표해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 각각 참석했다. <한겨레>는 이인제 민주당 대통령후보 쪽에도 참석을 요청했으나, 이 후보 쪽은 “준비가 부족하다”며 다음 기회로 참여를 미뤘다.

이 “명품고교로 해결” …권 “학원규제”

사교육비 대책

사교육비 대책에서 이명박 후보와 권영길 후보의 정책이 선명하게 갈렸다. 이 후보는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은 반면 권 후보는 엄격한 규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고교 다양화 300 공약’을 간판 대책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은 △시험이 아닌 내신과 면접을 통해 뽑는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 설립 △농어촌과 도시 낙후지역의 학생을 우선 입학시키는 기숙형 공립고 150개 신설 △명품실업고인 마이스터고 50개 설립이 뼈대다. 이 후보 쪽을 대표한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특히 100개의 자립형 사립고에 들어갈 2500억원의 학교 지원금을 나머지 1850여개 고교의 특성화 사업에 1억5천만원씩 지원하면 학교가 상향평준화 된다”며 “공교육의 명품화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자율형 사립고 등을 준비하는 사교육비와, 입학 뒤 자사고 안에서도 사교육비 증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 토론자는 “지금의 자립형 사립고도 부자들이 많이 간다. 부자를 위한 교육정책이란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 최고위원은 “결코 부자를 위한 공약이 아니다. 맞춤형 장학제도를 통해 장학비도 지원하는 등 가난의 대를 끊는 교육을 하려한다”고 답했다.

권영길 후보는 △학원에서의 선행학습 금지 △학원 수강료 상한제 도입 △온라인 사교육이나 학원의 과잉광고 규제 등 적극적인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권 후보 쪽의 정책 설명자로 나선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해외 사교육, 고액 과외, 심야 학습 등 과도한 사교육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조절하고 규제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원 선행학습 금지 공약은 사실상의 사교육 금지 조처 아니냐”는 지적에 “아직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으로 보완을 해가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문국현 후보는 새로운 평가제도 확립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 쪽은 석차 경쟁을 없애고 봉사나 리더십, 에세이 능력 등을 평가하는 내신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유권자위원들로부터 “새 제도 도입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객관적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동영 후보 쪽은 다른 세 후보에 견줘 구체적인 사교육비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유권자위원들은 “사교육비 대책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 ‘2불 폐지 적극적’…세 후보는 ‘유지’

3불정책 찬반

대학입시에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 정책에 대한 태도에서도 네 후보의 견해가 엇갈렸다.

이명박 후보 쪽은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폐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 쪽은 현행 3불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고, 권영길 후보는 3불 정책을 아예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3단계 대입자율화 정책’에서 궁극적인 3불 정책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3단계 대입자율화 정책은 대입전형 때 학생부, 수능 자율 반영→수능과목 대폭 축소→대학별 입시 완전 자율화로 진행되는 공약이다. ‘대입 완전자율화=3불 폐지’라는 의미가 강한 탓에 참석자들은 이에 질문들을 쏟아냈다.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 상위권 대학들이 본고사나 고교등급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또 이 후보가 만들려는 자율형 사립고가 대입에서 일반 고교에 견줘 더욱 우대받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 쪽을 대표해 참석한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금 바로 대입자율화를 하면 그런 우려가 나타날 수 있지만 고교·대학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가 완전히 이뤄지게 된 뒤에야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고교간의 성적 차가 있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게 한나라당의 교육관이다”라며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인정했다.

문국현 후보는 일단 단기적으로는 3불 제도를 유지해야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문 후보 쪽은 국가표준학력검사를 통해 성적이 뒤쳐지는 학교를 파악하고 지원해 교육의 상향평준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쪽의 손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각 교육 주체들을 대변할 대표성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대입개혁사회협약기구를 발족시켜 논의과정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권영길 후보 쪽은 3불 법제화에 더해 고교평준화와 자립형 사립고 폐지도 주장했다. 이에 윤지희 교육과시민사회 대표는 “제도적인 차원 외에 현재 낮은 차원인 중등교육 내용 개선에 더 섬세한 처방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짚었다. 정동영 후보 쪽은 문제의 근원은 대학이라며, 3불제에 대해선 유지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견해만 보였다.

정 ‘대학원 중심대학’ 주된 화제 올라

대학 서열화 해소 해법

교육문제의 또다른 핵심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학서열화 문제에선 정동영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정 후보 쪽은 자신의 7대 교육공약·협약 가운데 절반 이상을 대학교육 정책에 할애했다. 여기에는 △대학을 대학원 중심대학과 교육 중심대학으로 이원화 △분야별 세계 5위권 대학 20개 육성 △국립대 전임교원 5천명 확대 등의 정책이 들어 있다. 정 후보 쪽을 대표해 나온 김하수 연세대 교수는 “교육제도를 살펴보니 대학이 책임질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초중등 교육 정상화를 가로막는 게 대학교육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토론에선 대학 이원화 정책이 화제에 올랐다.

토론자로 나선 윤지희 교육과시민사회 대표는 “이른바 연구중심(대학원 중심) 대학은 교육 중심대학의 1, 2학년생들 가운데 성적 우수자를 뽑는다고 하는데 이러면 여전히 대학서열화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연구중심 대학은 일반기업 취업이 목표가 아닌 프로젝트 중심으로 초점을 맞춰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답했다. 교원 확대 등 국립대 지원방안은 윤 대표 등으로부터 “학생 수가 줄고 있고, 사립대가 더 열악한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문국현 후보는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제안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국립대들을 서울대나 포항공대 등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학점교류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토론자들은 “서울대 등이 편입에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문 후보 쪽을 대표해 나온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반발이 당연하겠지만 국가적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답했다.

권영길 후보는 국공립대 평준화 통합 네트워크를 만들고 부실사립대는 국공립화해야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권 후보의 정책은 “대학까지 평준화하면 전문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겠느냐”, “긴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란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권 후보 쪽의 이용대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지금 대학들은 세계 10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며 “한 대학에 맡겨 세계와 경쟁하라는 것보다 국가가 국립대를 통합해 지원한 뒤 함께 경쟁하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평준화를 적극 옹호했다.

이명박 후보는 대학 서열화 해결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유권자위원들은 “서열화, 학벌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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