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유권자의 선거 참여의 자유를 허하라
만약 선거를 앞두고 게시판에 쓴 댓글 몇 개, 블로그에 펌질한 기사 몇 개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법원에서 재판까지 받아야 한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아마 더 이상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토론장을 기웃거리지 않을 것이다. 선거 기사에는 관심도 두지 않을뿐더러 블로그조차 폐쇄해버릴 지 모른다.
지난 17대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가 ‘UCC물 운용기준’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논의는 유권자의 입과 손발을 묶는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의 실체를 드러내주었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를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93조 1항, △사실상 후보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규제하고 있는 선거법 251조 등은 선거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들이다. 17대 대선 기간, 이 조항의 적용으로 수 백 명의 유권자 선거사범이 생겨났고, 수 만 건의 글이 삭제되었다. 가히 유권자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 무소불위의 독소조항이었다.
우리 헌법은 유권자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저비용 고효율의 공론장이 등장함으로써 이러한 권리는 더욱 쉽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규제중심적인 현행 선거법 하에서는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선거법의 몇 몇 독소조항은 유권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검열하고, 정치적 의사 표현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다양한 피해 사례와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통해 지난 공직선거법 93조와 251조, 두 독소조항과 이에 기반한 중앙선관위 ‘선거UCC물 운용기준’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당 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할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지난 12/4일(지방선거일 180일 전)부터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유권자 행위는 이미 단속 대상이 되어 있다. 국회가 이번에도 유권자의 입을 막는 93조, 251조 폐지를 외면하면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또다시 ‘들러리’ 신세일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는 ‘UCC물 운용기준’을 전면 폐기하고, 국회는 지금이라도 선거법의 독소조항을 개정하여, 유권자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슈리포트 목차>
1. 요약
2. 유권자 참정권·표현의 자유 제약하는 공직선거법 독소조항
– 조용한 선거를 꿈꾼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 유권자는 쉿!
– 공직선거법 93조, 251조 적용사례
– 공직선거법 93조, 251조 문제점
– 해결방법
: 중앙선관위, UCC운용기준부터 전면 폐기해야
: 국회, 공직선거법 독소조항(93조, 251조)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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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용한 선거를 꿈꾼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 유권자는 쉿!
예상사례1
서울에 사는 대학생 A씨는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기사와 사진, 만평 등을 엮어 ‘서울시장 OOO, 괜찮은가?’라는 UCC 몇 편을 만들었다. UCC는 모두 해당 후보의 말바꾸기와 도덕적 논란에 대해 언론이 보도한 자료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A씨는 이 UCC를 인터넷 여러 사이트에 게시하였으나 선관위의 삭제 요청을 받아 삭제하였고, 급기야 검찰 조사를 받고 법원에서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예상사례2
대구에 사는 회사원 B씨는 평소부터 대구시장 선거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시장 예비 후보로 활동을 시작한 전직 시의원 X씨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해온 일은 물론이거니와 인품에 대한 평판이 좋지 못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러던 중 지역 인터넷 신문에서 후보자 X와 관련된 비판 기사를 몇 가지 발견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언론 기사를 스크랩하여 게시하였다. 며칠 후 B씨는 경찰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출두 요구를 받았고, 이후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이상 2가지 사례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상으로 구성해본 사례임. 그러나 ‘지방선거를 대선으로’, ‘시장을 대통령으로’ 바꾸면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임. 따라서 6월 제5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직면해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음.
현행 규제 중심의 공직선거법은 유권자의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 대표적으로 ‘공직선거법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유권자의 정치적 의견개진을 원천 봉쇄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251조(후보자비방죄)’는 사실상 후보에 대한 평가나 비판을 어렵게 만들고 있음.
특히 93조, 251조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특히 인터넷상에서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 국민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고,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억제하도록 만들고 있음.
17대 대선에서 이 조항의 적용으로 수많은 유권자 선거사범이 탄생했고, 이후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의견개진은 급속히 위축되었음. 2007-2008년 시민단체와 피해 네티즌들은 해당 조항 폐지를 위해 입법청원, 헌법소원 등을 비롯한 다양한 개정운동을 펼쳤으나, 소극적인 정치권의 입장(한나라당의 경우 당론으로 외려 ‘인터넷 규제 강화’ 주장)에 가로막혀 개정되지 못했음.
2. 공직선거법 93조와 251조 적용사례
<17대 대선 당시, 검․경에 소환됐던 대표적인 유형 5가지>
유형1. 언론기사 인용한 UCC 제작이 사전선거운동
– 피해자 A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명박 후보의 기사와 사진, 만평 등을 엮어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UCC포토’를 게재(1편~5편).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만을 게시하였으나 검사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 등 위반으로 200만원 구형(1심 재판에서 80만원 선고). 최종 벌금 80만원에 선고유예
유형2. 내 블로그에 후보 UCC와 기사 스크랩도 불법
– 피해자 B는 위에 언급된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UCC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하여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 받음. 또 다른 피해자 C는 동일한 UCC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했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 4년 구형
– 피해자 D는 대선 후보의 정책 소개글을 블로그에 스크랩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자 E는 대선 후보에 관한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하여 게시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 받음.
유형3. 후보자 별명 금지
– 피해자 F는 특정후보를 지칭하지 않은 채, ‘땅박이’라는 호칭을 인터넷 댓글에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251조(후보자 비방) 위반으로 검사가 300만원 구형(1심 재판에서100만원 선고). 또 다른 피해자 G는 ‘정똥’이라는 별명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 받음.
유형4. 풍자와 패러디 금지
– 피해자 H는 노래 ‘땡벌’을 개사해 특정 후보에 대한 의혹을 풍자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 공직선거법 251조(후보자 비방) 위반으로 경찰 조사 받음. 아래는 노래 가사 일부
“아~ 당신은 사기친사람. 아~ 당신은 쪽박찰사람. 아무리 핑계대도 주식사기꾼. 양심도 없는 경제사기꾼. 오늘은 비비케이 또 내일은 위장취업. 사기 사기 사기치다가 쪽박차겠지. 난 이제 지쳤어요 수구냉전! 난 이제 지쳤어요 부정부패! (후략)”
유형5.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글(댓글 포함) 게시 금지
– 피해자 I는 ‘이회창은 스페어’라는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 게시판에 “이회창이 스페어면 이명박은 빵구난 타이어다“는 댓글을 올렸다가, ‘빵꾸난 타이어’가 나쁜 뜻이기 때문에 이명박후보를 비방할 목적이라는 이유로 경찰 조사 받음.
– 피해자 J는 인터넷 포털 정치게시판에 언론기사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BBK’사건 등에 대한 의견글을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조사 받음.
<현재 적용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93조, 251조와 중앙선관위 ‘UCC관리운용지침’>
현행 공직선거법은 93조와 251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 있음.
제251조(후보자비방죄) 당선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조항과 관련해 처벌조항으로서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255조(부정선거운동죄)를 두고 있음.
한편, 17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위 공직선거법 조항에 근거하여 인터넷 상의 ‘선거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발표하였음(2007. 1). UCC(User Created Contents)란 일반적으로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제작하여 인터넷에 유통시키는 글,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포괄하는 컨텐츠를 일컬음. 이 운용기준에는 ‘단순한 의견개진과 사전선거운동의 판단기준(93조 관련)’과 ‘사전선거운동죄와 후보자비방죄의 관계(251조 관련)’, ‘UCC물의 제작행위와 퍼나르기의 관계’에 대해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음.
⇒ 오프라인 상에서 일상적인 대화 중에 선거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될 때 “인품이나 경력으로 볼 때 △△가 되었으면 좋겠어, □□는 떨어져야 돼…” 등의 이야기는 흔히 주고받을 수 있는 말로서 특정 입후보예정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일련의 계획 하에 하는 것이 아닌 한, 선거에 관하여 선거인이 가지는 관심의 일단을 표현하는 행위로서 대부분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과 의사표시에 해당될 수 있음.
⇒ 그러나 특정 사이트에서 또는 사이트를 옮겨 다니며 토론방·자유게시판 등에 위와 같은 글을 계속 게시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개진·의사표시의 범위를 벗어나 특정 입후보예정자를 당선 또는 낙선되도록 하기 위한 조직적·계획적 행위로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음.
⇒ UCC물에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하더라도 그 내용이 상당히 공격적이고 악의적이어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또는 알권리를 감안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평균인이 참기 어려운 정도인 때에는 후보자 비방 게시물에 해당될 것임.
⇒ 비방성 게시물은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하지 아니하더라도 이미 입후보예정자를 반대하는 내용으로서 반복게시 되는 경우 선거운동에 해당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시물이므로 선거운동기간전에는 공직선거법 제254조 또는 제93조에 위반됨.
⇒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이용자들이 상호토론과정에서 특정 입후보예정자를 지지·반대하는 단순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이를 반복하여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계속 유포시키는 행위는 그 행위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한 행위로 볼 수 있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을 것임.
⇒ 비방·허위사실공표에 해당되는 UCC물을 인터넷사이트에 게시하는 경우 이를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후보자비방죄·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되며, 이를 퍼나르는 경우에는 그 퍼나르는 자의 행위도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임.
<선관위의 유권자 단속사례 폭증>
2007년 이후 이러한 공직선거법과 선관위의 ‘UCC물 운용기준’ 적용으로 선관위의 단속 실적은 급증하였음.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 해당 기준이 적용된 17대 대선은 이전 4회 지방선거와 17대 총선에 비해 위반행위 조치가 급증했음을 알 수 있음.
선관위는 18대 총선에서 17대 대선에 비해 사이버 범죄가 크게 감소한 이유를 ”관련 법규정에 대한 사전안내 등 지속적인 예방활동과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계도·홍보 활동 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인 것(18대 국회 선거사무총람, 중앙선관위 2008)”으로 분석하고 있음. 그러난 이러한 분석은 17대 대선에서 보여준 선관위의 과도한 단속이 18대 총선에서 네티즌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축시켰다는 점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음.
3. 공직선거법 93조와 251조 문제점
< ‘이현령비현령’, 모호한 규제 기준>
공직선거법 93조, 251조와 선관위의 ‘UCC운용물 기준’은 매우 불명확한 기준임. 이른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어떤 기준에서 제한하는지 판단하기 모호함.
93조, UCC에도 적용할 수 있나? 중앙선관위의 ‘UCC물 운용기준’ 발표 당시에도 UCC물이 선거법 93조의 적용대상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음.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리기 위한 인원에 한명이 부족하여 합헌 결정을 유지하였으나, 다수(5인)가 93조에 대한 위헌의견을 제시한 바 있음. 이 결정에서 다수의 재판관(5인)은 93조 적용 대상 중 ‘기타 유사한 것’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음으로, 국민들이 금지 또는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였음.
‘반복 게시’, 기준이 있나? 2009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앙선관위의 ‘UCC물 운용기준기준’이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 집행가능이 크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하였음.
단순 의견개진과 선거운동, 어떻게 구별하나? 선관위는 UCC물 운용기준에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는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음. 이는 선거법 58조에 규정된 바(‘선거에 과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음)와 같음. 그러나 ‘단순한 의견개진’과 93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은 명확하게 구분되기 힘듦.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주기를 바라면서 의견을 개진하고, 선거에 있어서 의견개진은 후보자의 선택에 대한 동조를 의미할 수밖에 없음. 결국 정치적 의사표현에 있어 ‘단순 의견개진’과 선거운동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하는 ‘지지·추천 또는 반대 의견개진’은 명확하게 구분하게 힘듦.
후보자 비방과 비판, 어떻게 다른가? 선거법 규제 조항의 모호함은 ‘후보자 비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임. ‘비방’이라는 추상적인 의미에서, 일반 유권자들은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비판행위가 비방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움. 17대 대선 당시 발생한 여러 피해사례들을 살펴볼 때도 일상적으로는 가능한 ‘비판’이 선거시기의 ‘비방’의 의미로 확대해석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음. 결국 이러한 비방의 모호성은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한 평가나 진실로 밝혀진 것들에 대한 공표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음.
<93조 입법 목적과 무관한 과잉 해석과 적용>
93조의 경우, 후보자들 간의 경제적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를 막고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규정된 조항임.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 배포되는 UCC물의 경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UCC물을 금지하는 것이 93조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 힘듦. 지난 2009년 헌재결정에서도 93조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음.
17대 대선의 공직선거법 93조 위반과 관련된 몇 몇 재판에서도 피해자에게 선고유예 혹은 무죄를 선고하며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의 제한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우려하였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인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그 제한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합헌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청주지방법원 2008. 4.28. 2008고합14)
<궁극적으로,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침해>
공직선거법 93조와 251조, 선관위의 ‘UCC물 운용기준’은 불명확한 규제 내용으로 인해 유권자가 표현행위에 앞서 자기검열을 하고, 표현행위 자체를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
또한 해당조항들은 인터넷 공간의 특수성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음.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 의사표현을 막고 포괄적 의미의 후보자 비방죄를 적용하여 사실상 후보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통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
4. 해결방법
중앙선관위, UCC운용 기준부터 전면 폐기해야
2003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서 인터넷 선거운동의 폐해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되, “인터넷을 통해서는 누구든지 선거기간 전·중에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음.
그러나 2007년,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발표하면서 앞서 사이버위반행위 단속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모호한 법 규정을 과도하게 해석했고 적용하였음. 9만여 건에 달하는 게시글이 삭제명령을 받은 상황에서 인터넷 공론장의 기능이 위축되지 않을 도리가 없었음.
정치권의 입법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활발한 정보유통과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는 현행 UCC 운용기준을 폐기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합헌적으로 해석·적용해야 함.
국회, 공직선거법 독소조항(93조, 251조) 폐지해야
지난 17대 대선을 앞두고 많은 네티즌과 시민단체가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의 폐지를 요구면서 ‘선거법 개정운동‘을 벌인 바 있음.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외면한 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였음.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들이 활발하게 정보를 소통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보다,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제출한 바 있음(2007. 5. 28. 장윤석 의원 대표발의)
지난 2009년 12월 4일은 지방선거 선거일 180일 전이 되는 날이었음. 따라서 이미 93조 등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의 적용으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기간임. 설령 많은 네티즌들이 해당 조항의 적용으로 범법자가 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한 정치 참여는 위축될 수밖에 없음.
인터넷은 다른 어떤 수단보다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국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임. 투표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선거가 공론의 장,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국회는 속히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을 폐지하고, 유권자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푸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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