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03-05-13   640

국회의원은 평생직장이 아니다?!

정치개혁 설문조사에 대한 의원들의 답변 천태만상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을 열자’란 주제로 지난 11일(일요일) 밤 11시 진행된 문화방송 ‘끝장토론(100분토론)’은 정치개혁연대와 공동으로 ‘정치개혁을 위한 16대 국회의원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총 73명의 여야 현역 의원이 답변에 응한 이번 조사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국회의원의 이권추구 방지 제도화, 정치후원금 공개 등 시민단체의 개혁안에 대해 의외로 반대의견을 표출한 의원들이 많았다.

각종 개혁안에 반대 이유로 제시한 답변 중에는 일반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한 상식 이하의 답변이 종종 눈에 띄어, 시대적 요구인 정치개혁의 입법 주체인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정치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겸직금지 하면 지역구 관리에 필요한 재원 마련 어렵다”

‘국회의원의 이권 추구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원외소득 제한 기준 마련, 겸직금지 조항 도입, 제척·회피조항 신설 등 방안 도입’에 대해 한나라당의 Y의원은 “지구당 및 지역구 관리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겸직금지는 또 다른 부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제기돼온 지구당 개혁문제는 외면한 채 현재 지구당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국회의원은 평생직장이 아니다”면서 반대의견을 밝힌 한나라당 K의원의 답변 역시 일반 국민들에게는 ‘국회의원직에 있을 때 가능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로 충분히 오해를 살 만했다.

민주당 K 의원은 “겸직 금지, 제척 회피 조항은 지금의 법령에도 있다”고 답해 시민단체의 현실인식과 큰 괴리를 나타냈다. 또 다른 민주당 K 의원은 “문제가 있는 소수 국회의원으로 인해 전체를 구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답하면서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남성의 벽 절감한 여성정치참여 확대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를 위해 당직과 지역구 30% 여성할당 의무화, 지역구 당내 경선에 여성 20% 가산점 제도를 정당법에 명문화’하는 안에 대한 답변도 초보적인 수준의 성평등 인식도 갖추지 못한 남성의원들이 국회를 점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성의원들의 답변 속에는 여성의 정치참여 지체의 원인을 여성의 정치적 열등이나 미성숙 등으로 돌리는 시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선진국가 대부분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륻 위해 과거 혹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여성할당제나 가산점제도에 역차별, 위헌 등의 논리를 끌어들이는 것도 우리 사회 여성이 넘어야 할 절벽의 높이를 느끼게 한다.

민주당 K 의원은 “30% 할당은 찬성하지만 가산점 제도는 문제가 있다”면서 “여성의 주체적 정치역량 축적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P 의원 역시 “인위적인 여성 진출 확대는 진정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진정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수단’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민주당 J 의원은 “여성할당제나 가산점 제도는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대했다. 민주당 C 의원은 “과도한 여성우대는 역차별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C 의원 역시 ‘과도하지 않은 여성우대’가 어느 정도인지는 별 관심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K 의원은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는 짧은 말로 반대의견을 밝혔다. 정치에서 양성평등을 위한 시민단체의 개혁안에 대해 반대하면서 그 반대 이유로 ‘남녀평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은 “여성 정치참여 확대는 인적자원 확대 후”라고 말해 여성의 정치진출의 어려움을 여성의 정치적 능력 문제로 돌렸다.

그러나 여성할당제가 또 다른 정치개혁안인 상향식 공천과 모순된다는 지적은 제도적 보완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경청할 만했다.

후원금 공개 주장에 ‘사생활 침해’로 맞서다

정치자금 투명화와 관련된 개혁안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점점 거세졌다. ‘후원금, 당비 등 수입내역에 대해 일시, 성명, 주소 등 신고의무를 의무화하고 일정액 이상은 유권자에게 전면공개’하는 안에 대해 민주당 P 의원과 S 의원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C 의원은 “현재의 어려운 후원회를 더 어렵게 할 소지가 있다”고 아주 솔직한(?) 답변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의원으로서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M 의원은 “야당 후원자에 대한 보호장치 필요하며 특히 기업의 경우 후원자가 커다란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기간을 불문하고 낙선운동을 포함한 유권자운동을 대폭 허용’하는 안에 대해서도 예상대로 만만찮은 반대가 있었다. 민주당 J 의원은 “평소에도 정치 분위기가 과열돼 있다”고 반대했다. 대통령 선거 투표율 저하 경향,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보인 최근 재보선은 남의 나라 일이라는 식이다.

한나라당 P 의원은 “항상 선거운동을 하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 국정수행에 신경이 분산됨”이라고 적었다. 압권은 한나라당 H 의원. “현재 시민단체는 엔지오라고 보기 어려움”이라고 썼다. 앞으로 시민단체는 “우리는 엔지오다”고 국회 앞에서 데모라도 해야 할까.

이번 설문조사, 그냥 웃고 넘기기엔 국회의원들이 맡고 있는 책임이 너무 크다.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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