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2000총선연대 2003-04-12   1332

“낙선운동이 정말 위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시민운동가의 이유있는 항변

현재 반전평화운동, 파병반대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파병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제시됐고, 파병을 결정한 한국이 너무나 부끄럽다며 국적포기운동을 벌이겠다는 일부 단체도 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꾸었을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서 활발히 토의되는 것 자체는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진전일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늘 그렇듯이 시민사회운동의 주장의 사실과 핵심은 전달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격받는 문제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낙선운동” 아닐까 한다.

낙선운동은 불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낙선운동은 불법이 아니다. 이미 2000년 총선 전에 매우 미흡했지만 선거법이 개정되어 시민사회단체가 기간의 제한 없이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 반대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하는 것이 합법화되었으며(선거법 58조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 행위), 또한 선거운동기간 중에도 “단체가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선거법87조 단체의 선거운동금지의 예외조항).

즉 2000년 선거법 개정으로 공천과정에 시민단체가 감시자로 참여하는 등 선거과정에서의 낙선운동은 이미 합법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낙선·지지운동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거나 집회 및 가두행진, 동일한 복장을 착용하거나 확성기를 사용하는 등의 행위까지를 세세하게 규정해놓은 방법적 금지가 너무 많아 낙선운동이 실제로는 무력화될 위기에 놓여있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는 일관되게 국민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선으로 선거법이 추가로 개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선관위, 정치권 일부에서도 낙선운동과 관련한 일부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2000년 총선연대 지도부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바로 이러한 방법적 제한에 대한 불복종으로(헌법과 자연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에 의거한) 집회 및 가두행진 등 몇 차례 진행했던 부분이 재판과정에서 문제가 되었고, 그 정당성에 비해 위법성이 너무나 경미하다고 판단한 많은 재판부(광주지법, 전주지법, 대구지법 등)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박원순 변호사, 최열 대표 등 총선연대 지도부 역시 서울고법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계류 중이다. 이번 파병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추진은 노동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되었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낙선운동이 불가피하지 않겠냐 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국회 주요정책결정에 대한 낙선운동은 금물?

입법이나 중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국회를 향해 다양한 목소리를 제기하고, 공익적 로비도 벌이며, 고도의 압박행위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매우 중요한 정책결정이라면 이에 대한 찬반의사를 밝히거나 낙선-지지운동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만금개발을 찬성하는 의원이 매우 개혁적이라 해도 환경운동진영은 그 의원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낙선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요 정책의 판단에 따른 낙선-지지운동은 보편적인 유권자의 선거참여행위이기 때문이다.

선거시기에 후보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정보가 시민사회에 의해 공론화 되고, 유권자들에게 상세히 알려지고, 낙선운동이나 지지운동, 또는 유보적 입장들이 서로 각축을 이루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유권자가 판단해 투표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게 무슨 문제인가.

다양한 유권자의 판단에 따라 후보의 당락이 결정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주의 아닌지 역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파병동의안 처리과정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국익을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낙선운동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 각자 판단이 다른 데 ‘국익도 국제법과 정의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며, 평화와 인권을 확고히 지지하는 것이 진정한 국익’이라는 판단에 의거 낙천, 낙선운동을 전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면 시민들의 뜻을 대변해야지 웬 낙선운동?

민주주의-다원화 된 시민사회에서 각각의 시민사회단체는 자신들의 주장과 지향, 목표에 부합하는 시민들과 함께 하기 마련이다. 이제 시민들도 자신들의 주장과 지향에 맞는 시민사회단체에 참여하거나 정치세력에 지지, 지원을 보내는 능동적 주체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도 자신들의 주장과 지향에 맞는 시민사회단체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파병을 찬성하는 운동을 하는 일부 단체들이 있듯이 -그리고 그 단체들에도 일정한 지지 세력이 있듯이- 하나의 진보적 시민단체도 파병거부를 호소할 수 있는 것이고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시민들을 비난한 일을 본 바 없다. 다원화된 시민사회의 여러 입장과 행동을 최대한 존중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 헌법, 선거법에 이미 보장된 낙선운동, 각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창립정신과 신념에 의거해 정치사회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제기하고 행동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국회의원들께도 묻고 싶다. 부패사범만 낙선운동 하라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결정을 한 국회의원에게 반대를 표시하고 개인이든, 단체든 낙선운동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2004년 총선에서 대규모 낙선운동이 전개될 것인지, 낙선운동을 전개한다면 파병찬성의원을 대상으로만 할 것인지 부패전력, 불법행위, 의정활동평가, 철새정치행위, 고문 등 반인권전력, 독재정권부역, 헌법파괴행위경력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낙천·낙선 대상자를 선정할 것인지는 현재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파병동의안에 대해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이 불가피하지 않겠냐, 또는 낙천·낙선대상자 선정 시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입장과 강력한 의지가 발표된 것뿐이다.

또한 범국민적 정치개혁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치권은 전혀 정치개혁으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4.24 재보선 과정 등을 포함한 여러 정치구태도 반복되고 있어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낙선운동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은 높아만 가고 있는 것이다.

안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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