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는 인정되지만, 의원직은 유지해라?

서울고법, 선거사범 솜방망이 판결

서울고법이 3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현역의원 7명에 대해 1심에 비해 감형 선고를 내려 선거법 재판이 `솜방망이’ 판결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강병섭 부장판사)는 이날 민주당 장성민 의원의 선거사무장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회계책임자에 대해 각각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반면 민주당 장영신 의원 등 5명의 여야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벌금 50만∼8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당선무효형이 내려진 의원은 장, 최 의원과 지난 5월 부인에게 실형이 선고된 한나라당 김호일 의원 등 3명으로 늘어났다.

’80만원 정찰제’, 법원의 정치권 눈치보기

지난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받아 의원직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던 민주당 장영신, 이호웅, 한나라당 신현태 의원은 2심에서 벌금 80만원으로 감형됐다. 현행 선거법은 의원 본인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직계존비속, 배우자 등이 징역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3일 논평을 발표해 “이번 항소심 선고결과는 선거법 재판에 있어 법원이 단계적 감형을 통해 의원직을 유지시켜온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역의원 선고형량에 있어 소위 ’80만원 정찰제’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의원직은 유지시키는 편법적 선고형량으로 법원의 정치권 눈치보기”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지난 4·13 총선이 끝난지 1년이 지났는데도 현역의원 관련 선거법 위반 사건의 1/3이 아직도 1심 재판조차 끝나지 않았다”며 “이는 ‘국회의원의 초법적 재판기피’와 ‘법원의 신속한 재판진행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선무효 확정판결, 단 한명도 없어

16대 의원 가운데 본인 또는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친인척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를 포함, 총 74건(의원 54명, 중복포함)이다. 그러나 이중 32%인 24건이 아직 1심 재판조차 끝나지 않았다.

1, 2심을 포함해 현재까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된 의원은 이강래, 문희상, 박용호, 심규섭, 장성민 의원 등 민주당 5명과 최돈웅, 김형오, 김일윤, 하순봉, 김호일, 유성근 의원 등 한나라당 6명, 자민련 송석찬 의원 1명 등 12명이다. 이는 본인이나 선거책임자, 친인척 등이 기소된 전체 의원의 22%에 불과하며,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확정판결을 받은 의원은 아직 한 명도 없다.

선거사범의 재판이 이토록 지연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초법적 재판 기피도 원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한나라당 정인봉 의원은 재판에 의도적으로 참석하지 않아 기소 1년이 넘도록 1심 단계에 머물고 있다. 법원은 선거사범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1심은 6개월, 2심은 3개월, 3심은 3개월로 선거사범 처리시한을 명시하고 있으나 국회의원들이 이를 무시,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한편 15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4명,국민회의 1명, 자민련 1명, 무소속 1명 등 모두 7명이 선거법 위반에 따른 법원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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