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이 합의한 정치개혁안, 대전제가 빠졌다

대선자금 수사를 피하기 위한 정략적 발상을 경계한다

1. 11월 5일, 4당의 원내총무들이 모여 정치개혁 방향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하였다. 골자는 완전선거공영제 실시, 지구당폐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구성 등이다. 정쟁만 일삼던 4당이 모처럼 정치개혁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2. 그러나, 과연 4당의 합의가 비등하고 있는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곰곰히 따져볼 일이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치부패의 척결이다. 부패, 불법자금에 연루된 정당, 정치인에 대해서 이번 기회에 철저하고도 엄중한 심판이 이뤄져 이 땅에서 더 이상 정치부패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치부패 척결을 위한 철저한 제도개혁이 이뤄지길 고대하고 있다. 정치부패 척결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권의 답변이 완전 선거공영제, 지구당폐지 합의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3. 우선, 우리는 지금까지 정치개혁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각 정당이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하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정치개혁에 나서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그 배경과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이 대선자금 등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검찰의 전면수사를 피해보고자 하는 정략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정치권이 진정 정치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불법 정치자금 전모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하게 고백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나라당이 전격적으로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검찰 수사에 불응하고, 특검제를 강행 추진하는 등 검찰 수사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려 하는 것이나, 열린우리당이 애드벌룬만 띄우며 여전히 대선자금 전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어떤 정치개혁 논의도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정략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4. 지금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의 핵심은 정치부패 근절과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이 지구당 폐지, 완전 선거공영제 실시, 선거구제 변경 논의를 우선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특검 논쟁과 더불어 정치적 쟁점을 이동시킴으로써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우리는 완전 선거공영제와 관련하여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지만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수수를 완전히 차단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전면 보장하지 않는다면 완전 선거공영제의 실시는 오히려 국민의 부담과 정치비용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선거공영제의 논의 이전에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정치후원금의 전면 공개, 단일 계좌를 이용한 입·출금, 신용카드 및 수표 사용 의무화, 돈세탁 방지법상의 고액현금거래자동통보제 도입, 차명계좌 불법화 등 정치자금 관련 제도개혁을 전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5. 4당 총무단이 합의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말 그대로 자문기구의 성격이라면 당초의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것으로서 정치권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정치권만의 협상으로는 정치개혁의 본질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합의기구’의 성격을 갖는 특별기구를 국회 내에 설치하고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정치개혁특위나 본회의에서 훼손 없이 입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국회의장의 추천에 의해 자의적으로 구성되고 그 위상 또한 정치개혁특위의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면 굳이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4당 총무단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성격과 구성에 대해서 전면 재검토하고 당초의 취지를 살려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적 합의기구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그 구성에 있어서도 시민사회의 의사를 명확히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6. 정치권의 정치개혁 합의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천의지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정치개혁 논의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그동안의 불법정치자금 일체를 고백하고, 검찰수사에 협조하는 등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우선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선거제도 협상 이전에 강도 높은 정치부패 차단책을 전면 수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

의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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