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20-02-28   2223

[의감록] ⑩ 비례대표 정당 투표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하면 국민 신뢰도 꼴찌, 걸핏하면 싸우는 모습, “국회 문 닫아라” 등이 떠오릅니다. 이러한 국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불신, 무관심은 국회가 내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경험, 정치 참여로 인한 효능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가 밉다고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니 국회가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것은 유권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창립 순간부터 의정감시 활동을 해온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국회가 국회답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의감록’(議監錄)을 연재합니다.

 

* 본 칼럼은 10월 3일부터 격주 목요일에 <the300>에 게재됩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오는 4월 15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는 어떻게 소중한 표를 행사할 것인가? 이 물음이 이번 선거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는 국회의원선거제도가 지난 12월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선거제도 중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국회가 이처럼 선거제도를 개혁한 이유는 “국민의 의사를 왜곡 없이 반영하고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촉진” 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기존 국회의원선거제도 하에서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아 거대정당은 지지율에 비해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되고, 군소정당은 지지율에 비해 적은 의석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거대정당이나 군소정당 구분 없이 모든 표의 가치는 동등해지고, 이전에 비해 군소정당이 원내 집입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이어지기 어렵게 되었다. 거대정당 중 하나인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소위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을 지원했다. 미래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중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 포기를 선언한 이 중 5명이 당 소속을 미래한국당으로 바꾸고 창당을 주도했다.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만 공천함으로써 미래한국당에 대한 정당 투표를 극대화할 것이 예상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미래한국당은 47개 비례의석 중 절반이 넘는 25개 의석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 계산된다. 이에, 나머지 거대정당이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례정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선거가 다가오면,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정당들은 당연히 자신의 의석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한다. 정당 간 합당이나 선거연대, 정당 창당 등이 정당 간에 이루어진다. 물론 각 정당마다 정당 내에서는 훌륭한 후보자를 공천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권자는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는 투표용지 두 개를 받게 된다. 하나는 자신이 속한 지역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후보자 명단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른 하나는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들 목록이 포함되어 있다. 유권자는 선호하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에 투표하고,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국회는 총 300개 의석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중 253석(84.3%)이 지역구 의석이며, 47석(15.6%)이 비례대표 의석이다.

 

지난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47개 비례대표 의석은 각 정당이 득표한 정당득표율에 비례적으로 분배되었다. 정당 투표에서 33.5%를 득표한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17석을 획득하고, 26.7%를 득표한 국민의당이 13석, 25.5%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 13석, 7.2%를 득표한 정의당이 4석을 획득했다. 당시 유권자가 투표한 비례대표 정당 투표는 단지 47개 비례대표 의석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결정한 것이다. 당연히 거대정당들은 정당 투표보다 지역구 투표 극대화에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투표에서는 25.5%를 득표했지만, 지역구 의석 123석(48.6%)을 획득해 원내 1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즉, 유권자의 비례대표 정당 투표율과 정당의 의석 점유율과는 관계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의석배분 방식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선거제도가 도입되었다. 유권자와 정당 모두에게 정당 투표가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 못지않게 매우 중요해졌다. 제한적이지만, 정당 투표가 각 정당이 획득할 수 있는 총 의석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총 의석을 보장하게 된다. 이때 비례대표 47석 전체가 아닌 30석에 한정해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 17석은 기존 방식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기 때문에 완전 연동형이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칭하게 되었다. 이처럼 의석배분 규칙이 완전히 바뀐 새로운 선거제도에 대하여 유권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20년 2월 3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국회의원선거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유권자 절반(55%)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령별로는 18세에서 29세가 29%로 가장 낮았으며, 30대는 47%, 40대는 71%, 50대는 70%, 60대 이상은 57%가 알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아무래도 정치에 관심이 많고 투표에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40대 이상 응답자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회의원선거에 새롭게 도입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정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들은 60% 이상 알고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무당층은 41%만이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의 중요성에 비해 일반 유권자의 이해수준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새로운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유권자들이 선거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국회의원 선거 후에 정당 지지자들 간에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선거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은 유권자들이 새로운 선거제도를 바르게 이해한 후에 자신의 소중한 투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동일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6%, 미래통합당 23%, 정의당 7%, 무당층 27%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만일 내일이 국회의원선거일이라면 귀하는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 또는 단체에 투표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33%, 미래한국당 25%, 정의당 12% 등으로 조사되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례대표 정당 투표율은 정당지지율보다 낮게 나타났다. 반면,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정당 투표율은 미래통합당의 정당 지지율보다 높고, 정의당의 정당 투표율도 정당 지지도보다 높게 조사되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74%가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 정당 투표할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13%가 정의당에 비례대표 정당 투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응답자 중 88%가 소위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정당 투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의당을 지지하는 응답자 중 75%가 정의당에 비례대표 정당 투표할 것이며 11%가 더불어민주당에 정당 투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비례대표 정당 투표율을 기반으로 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비례의석수 배분을 계산해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약 7석, 미래한국당은 약 25석, 정의당은 약 13석을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 정당 투표한 유권자들이 과연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7석만을 배분받는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느 유권자도 자신의 표가 의석 배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선거에 즐겁게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라는 공공의 장에서 소비자인 유권자도 자신이 행한 표의 중요성이 제대로 평가받길 바랄 것이며, 공급자인 정당들도 유권자가 행사하는 표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상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조원빈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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