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4-12-08   1877

[후기]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공개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20명의 ‘국회 상임위 회의 시민방청단’이 11월 10일부터 28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방청을 시도했습니다.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회의 방청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체험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체험기 ①] 국회 회의 방청의 높은 벽, 소개의원 제도 (시민방청단 이영아)

[체험기 ②] 시민과 담쌓고 있는 시민의 대변자, 국회 (시민방청단 주선하)

[체험기 ③] 방청이 보장 안 되면 허울뿐인 대의제로 전락할 수 있어 (시민방청단 David Lee)

[체험기 ④] 회의 당일까지 방청 허가 여부 통보 않는 상임위 (시민방청단 박병찬) 

[체험기 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공개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시민방청단 윤보름)

[체험기 ⑥] 안건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소위원회 회의도 공개해야 (시민방청단 이정혜)

[체험기 ⑦] 국회는 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시민방청단 이조은)

 

회의 공개는 국회의원이 자기PR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 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공개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윤보름 ( 시민방청단 )

작년에 시민단체에서 인턴활동으로 국회 모니터링하면서 국회 소위원회 회의의 속기록을 본 적이 있었다. 법안에 대해서 실질적인 심사를 하는 과정이 담긴 소위원회 속기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정말 배운 것이 많다. 소위원회 회의에 직접 들어가 보면 회의록을 문서로 읽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방청 신청 전부터 매우 기대가 됐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이 곳 저 곳 상임위에 소위원회 회의 방청을 문의했으나 “소위원회는 원래 일반인에게는 공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과 “자리가 부족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소위원회 방청 시도를 거의 포기할 무렵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심정으로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신청 절차가 매우 간단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팩스로 보내면 끝. 다른 위원회 회의 방청 과정과 다르게 국회의원 소개를 받아오라는 조건도 없었다. 보건복지위에서 이렇게 쉽게 방청 허가가 되고 보니 다른 위원회 소위는 왜 공개를 안 하는지 더더욱 의문이었다.

하지만 신청서를 내놓고, 허가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초조했다. 회의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보건복지위 행정실로부터 방청을 허가한다는 답변이 오지 않았다. 방청을 못 하는건가 포기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을 무렵, 소위가 열리기 이틀 전날 밤 10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보건복지위 행정실에서 방청 허가가 되었음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방청 허가를 알리는 이 전화 한 통은 ‘드디어 소위원회 회의 방청을 하게 되는구나’ 하는 기쁨, 늦은 시간에 걸려온 전화에 대한 불편함, 그 시간까지 업무를 보고 있는 국회 직원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 등 여러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의원 없이 시작된 소위 회의

11월 19일 회의 당일, 회의 시작 5분 전, 드디어 보건복지위 행정실의 최종 확인을 거쳐 위원회 회의실에 들어갔다. 앉아 있는 사람 중 의원은 3명, 나머지는 모두 보건복지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었다. 의원들의 지각으로 2시 회의는 14분 늦게 시작했고, 시작할 때 참석한 의원은 총 4명뿐이었다. 회의 시작 후 10~30분 정도 지나면서 3명의 의원이 더 왔고, 1시간 쯤 지나서 의원 1명이 더 들어왔다.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소속된 의원 수는 총 10명이다. 그런데 회의를 과반수도 안 되는 의원들이 참석한 상황에서 시작하다니 과연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늦게 오거나 출석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분위기를 보면서 상임위 회의에서 의원들의 지각과 불출석은 일상화되어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법안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기 위해 논의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다. 기본을 소홀히 여기는 국회의원이, 다른 일을 잘한다고 주장한다면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소위원회 회의에서 발견한 국회의 존재 이유

회의 진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안건은 출산 크레딧 문제였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안건설명이 끝나자마자 여야 모두 정부를 비판했다. 이 안건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의원들의 비판이 타당하다고 느낄 만큼 정부의 정책은 부실했다.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인 정책 설계, 홍보 미비로 인해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비판은 결국 저출산 문제까지 번졌고, 의원들이 정부의 임시방편이 아닌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회의가 막 시작했을 때는 의원들의 출석문제로 실망도 많이 했지만, 30분 남짓한 안건 심사 시간에서 “행정부 견제 기능, 낭비되는 재정방지, 민의 전달”이라는 국회 존재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회 존재의 이유를 일반 시민들은 실제로 체감하기 어렵다. 물론 방청이 어렵기도 하지만, 회의가 끝나면 날카로운 비판을 했던 의원들도 더 이상 이 안건에는 관심 갖지 않고 후속 조치도 없기 때문이다. 이 회의를 방청하면서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출산 크래딧 정책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2014년이 되기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출산 크레딧 정책의 미흡한 점이 해결될 때 까지 국회가 지속적으로 정부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국민들에게도 알리는 후속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

소위 방청으로 국회의원의 재발견도 있었다. 언론을 통해 접한 국회의원의 모습은 주로 싸우거나 비리를 저지르는 모습이라 나에게는 매우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번 소위원회 회의 방청으로,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논의하며 제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의견 한마디 내지 않는 의원도 일부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알리는 방식으로 언론 노출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언론에는 자극적이고 연출된 모습만 비춰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이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활동을 알리고 싶다면, 회의를 공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도 방청을 통해서건, 언론 보도를 통해서건, 소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논의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나처럼 국회의원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씩 바뀔 것이고, 이런 것들이 쌓이면 국회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날이 올 것이다.

소위원회 공개야말로 의원 스스로 자기PR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국회가 이 점을 생각하고, 법에 따라 자유로운 방청을 허용하길 바란다.

◎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국회 개혁을 위한 시민 행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시민정치포럼이 함께 결성한 그룹입니다. 국회 공간 및 회의 개방․국민 청원권 보장․의원윤리 강화를 위해 2013년 6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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