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04-02-09   1513

민주주의 첫 걸음 “국민경선제도”

대학생 안성 국민경선 참가기

2월 8일 일요일 안성시민회관에서는 열린우리당 제 17대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국민경선이 열렸다. 그 안성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다.

그런 국회의원 후보를 또 다시 ‘국민’이 뽑는다고 한다. 그것만 생각한다면 이 경선은 무슨 의미인가? 그렇다면 국민경선은 사실 중복되고 비효율적인 절차 아닌가? 국민이 뽑을 사람을 또 다시 국민이 뽑을 게 뭐람.’ 이렇게 생각했다.

그 생각대로라면 이 ‘국민’경선은 불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 속에서 ‘국민’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의 주체가 아니다. 단지 계파 정치 속에서 당수의 지명에 의해 정해진 국회의원 후보 중 하나를 그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그런 국민이 이제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민’경선은 바로 그 증거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귓가에 노래 소리는 흥겹게 들렸고, 안성의 하늘은 더욱 크고 푸르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이 경선이 정책으로 사상으로 뭉쳐진 사람들로 이룬 정당, 그 정당의 틀에서 경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국민경선’은 우리의 비정상적인 국회와 정당의 틀을 개조하기 위해 ‘국민’의 뜻을 모으고, 힘을 빌리는 작업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아직은 ‘당원’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생활화되는 것은 조금은 먼 미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경선장은 노란 봉에 뒤덮혀 있었다. 노래에 뒤덮혀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도 눈에 띄었다. 아이가 노란 봉을 들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이 아이가 성장해서 자신의 아이를 또 다른 정치의 ‘장’을 데리고 오기 바란다.

그런 흐름 아래에만 우리의 민주화는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선장에 가득 찬 사람들의 수에 놀랐다. 연단에 오른 사람은 ‘국민경선’을 ‘축제’라 지칭했고, 두 후보자는 ‘공정한 경쟁’을 다짐했다. 투표를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행렬이 즐겁게 보였다. 처음이지만, 경선은 무난히 진행되었다.

행사를 만들고 진행하는 사람들. 투표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경선 후보자들. 경선 후보자의 운동원들. 경선을 감시하기 위해 온 사람들. 민주주의는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이다. 하지만, 사익을 위해 민의를 왜곡하고, 패거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나누는 소수의 권력집단이 국민에 주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절차와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만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에 참여함으로서 사람들도 사람 사는 법을 배우지 않는가?

하지만 ‘국민경선’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행사장에서의 많은 사람들은 이 경선의 존재를 최근까지 잘 몰랐다고 했고, 경선장에 와서야 경선 후보자들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경선이 사람들에 잘 알려지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경선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현행 선거법상에서 경선을 홍보할 방법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경선 후보자는 자신의 지지운동을 경선장 안에서만 할 수 밖에 없고, 경선에 대한 여러 홍보 방법 자체도 사전선거운동에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경선장은 유세장이기도 했다.

돈 선거, 부정 선거를 제재하기 위한 선거법이 ‘국민경선’의 원활한 진행을 가로 막고 있었다. 그동안 선거법이 제 기능을 다 했다면 분한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법의 투망은 돈선거를 잡지 못하고, 경선장으로 향하는 국민들의 발걸음을,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잡았다. 우리 사회의 아쉬운 단면이었다.

감시를 위해 경선장에 왔는데, 구경만 실컷 하고 돌아왔다. 혹시나 봉투를 건네는 장면을 보면 반드시 붙잡으리라 마음 속 심각히 다짐했는데, 오히려 “5천원짜리 설렁탕을 얻어 먹다 걸리면, 25만원 벌금이 부과되는데.”라며 말하는 할아버지의 말에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별로 걸릴게 없었다.

부정한 현장을 포착할만큼 내 눈치가 빠르지도 않았다. 그냥 어벙하게 구경만 했다. 실적은 없었다. 하지만 보람이 없지는 않았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시민회관 마당에는 도장을 파는 사람, 공구세트를 파는 아저씨, 신기한 돋보기를 파는 아줌마, 우동파는 아줌마가 있었다. 사람들은 팔고 사고 그것으로 생활한다. 안산시민회관은 사람들의 생활공간이었다. 국민경선장은 그러한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이 사람들의 오늘의 정치행위가 모든 사람들의 생활이었으면 싶었다. 그렇게 될 것을 믿는다.

허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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