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22-01-17   798

[유권자의스케치북] ⑦ 세대 간 연대 없는 청년 공약은 허구

매주 월요일 유권자들의 대선 수다, 유권자의 스케치북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거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듣고 계신가요? 후보자의 말이나 의혹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과 무관하거나, 무분별한 의혹 제기 기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 대선을 앞두고 과연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유권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게임의 룰은 문제가 없는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꼼꼼히 파헤쳐보는 대선 <유권자의 스케치북(유스케)>을 연재합니다.

<유권자의 스케치북(유스케)> 연재 종합 페이지 바로가기 > https://bit.ly/유권자의스케치북 

세대 간 연대 없는 청년 공약은 허구  

장선화 (대전대 글로벌문화컨텐츠학과 교수)

2022년 대선과 청년

2022년 대선의 최대 화두는 ‘청년’이다. 후보 지지와 정당일체감이 뚜렷하지 않은 청년 부동층이 선거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청년의 표심을 잡기에 여념이 없다. 선두 경쟁을 하는 여‧야 대선후보들이 개인적 자질 논란과 사건사고로 네거티브 여론전의 늪에 빠져 있는데다, 정권교체론을 등에 업고 부상하던 야당후보가 당과 후보의 불협화음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양 후보 간 예상 득표율 격차가 박빙으로 줄어들자 ‘청년 모시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대선 주자들의 청년 공약은 최저 생계비, 주거 독립을 위한 금융 지원, 교육비 지원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무차별 경쟁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청년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 공약은 보편적 지원 정책인 반면, 윤석열 후보의 청년도약보장금‧도약계좌‧원가주택은 선별적 관점의 지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약들을 선뜻 반길 수 없는 까닭은 이와 같은 청년 공약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임시방편이기는 하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선거는 누가 더 많이 표를 얻느냐의 게임이므로 지원금 경쟁으로 청년의 마음을 사려는 작금의 시도들이 당연하다 할지 모른다. 하지만 달콤한 공약을 담은 처방전에 열악한 처우 속에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파견근로 청년 노동자, 현장 실습생, 임시직‧아르바이트 노동자 문제에 대한 처방약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 우선 지원 주택 보급과 교육비 지원은 또 다른 집단 내 경쟁을 예고한다. 역세권 청년 주택이 청년 혹은 신혼부부 수요자 전체에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저리의 모기지라도 원금까지 상환하기 위해서는 퇴직 때까지 쉼 없이(운이 좋다면!) 일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청년들이 무한경쟁의 쳇바퀴를 도는 생애 전망은 그대로일 것이다. 청년 세대들이 한국 사회의 주요 해결 과제로 손꼽는 젠더 갈등, 기후위기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아쉽다.

세대 간 연대 없는 청년 공약

한국 사회는 경제 성장과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근대의 터널을 막 빠져나왔다. 87년 체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성장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개헌을 포함하여 정치 제도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에서, 청년 문제의 해결 방향은 곧, 미래 한국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대 간 이해 충돌과 갈등 가능성을 모른 척 하고 청년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거대 양당 후보들의 청년 공약은 과연, 한국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대안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가? 도전자 정당의 후보들은 차별성 있는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가계를 책임지는 중장년층 노동자들이 일자리 나누기와 근로시간 축소에 동의할 수 있을까?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노년층이 자신들이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금과 혜택이 축소될지 모르는 개혁에 과연 동의할까? 한편으로, 2022년 청년 세대들은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는가? 현재 청년 세대들이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에도 다음 세대와 청년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인가? 세대 간 연대, 젠더 갈등의 통합, 미래 의제에 대한 숙고 없이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대선을 목전에 둔 현재 여야 주요 대선후보의 청년 공약에서 이와 같은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년, 제도와 현실 사이

청년세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세대를 위한 사회경제적 안전망 설치 필요성과 청년 대표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개선안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2010년 이래 정부와 시도 지자체 차원에서 법적 제도적 정비가 지속되어왔다. 2010년 이후 청년 실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고용시장 불안정성 증가, 집값 상승 등으로 결혼 및 출산율이 줄어드는 등 이른바 “3포세대”로 명명되는 청년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경기도와 서울시를 비롯한 주요 시‧도에서 청년 고용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고, 2015년 이후 대부분의 광역단체에 청년협의체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청년기본법(19-34세)이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2021년 1월부터 한국형 실업부조를 표방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어 고용 사각지대에 처한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새해로 접어든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청년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은 나아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난 1년간 지표상으로 청년(15-29세) 실업률은 개선되었지만(7.8%/ 2021년 기준, 전년대비 1.2% 하락)(통계청), 체감실업률은 증가했다(27.2%/ 2021년 1월 기준, 전년 8월 대비 2.3% 증가)(통계청). 안정적 일자리와 불안정 일자리로 나누어진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는 노동시장 진입 문턱을 높이고, 다양한 청년 창원 지원 프로그램에 힘입어 자영업으로 출발한다하더라도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경우가 20%가 넘는다(2020년 기준). 

청년협의체에 참여했다가 자진 탈퇴한 청년대표들로부터는 청년참여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과밀 현상과 주택 가격 상승 현상이 심각하고,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지방 일자리와 교육 및 문화 인프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청년의 발걸음은 중앙으로 향한다. 3포세대는 N포세대가 되었고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2%(2020년 기준, 통계청)를 기록해 인구 감소의 위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런 문제들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고령화, 청년실업, 수도권 과밀화와 집값상승 현상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0년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EU 회원국과 OECD 가입국들의 평균 청년 실업률은 한국보다 높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한국과 여타 국가들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EU 경제위기로 청년 실업이 중요한 사회경제적 문제였던 주요 선진국들에서 청년 실업이 완화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위기가 덜 심각했던 한국에서는 문제가 지속되거나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모두를 위한 대한민국

정치‧사회‧경제 제도의 정비와 개선에도 불구하고 양적‧질적 차원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2006년부터 저출산 대응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더 떨어지게 된 배경에 미혼 청년이 증가한 것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지목된다. 또한 고학력 고소득 여성의 출산율이 늘어난 반면 저학력 저소득층의 출산율이 줄어드는 현상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생산인구 감소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방증이다. 미혼청년 증가와 출산율 저하는 사회에 대한 무언의 저항이다. 자본주의적 경쟁과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이용할 수 없거나, 할 수 있더라도 인간적 자존을 지킬 수 없는 형태로 적용되어 결국 사각지대로 내몰린다면 정책과 제도는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흔히 현재 20~30대, 소위 MZ세대는 공정성의 가치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정성의 개념과 의미에 대한 해석은 매우 다차원적이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태도가 MZ세대 고유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생애 주기적으로 청년 세대에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이라는 국내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된 바 있다. 논란을 뒤로 하고 문재인 정부가 내건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에 공감과 실망을 동시에 경험한 청년 세대들은 공정성을 요구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공정 개념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평가받는 대상에서 평가의 기준이 되는 규칙을 새로이 정립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정치적이어야 한다. 

작년 말과 올해 초 다른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 비해 연령의 문턱이 높았던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된 데 이어 2021년 12월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 피선거권 연령이 하향(만 25세에서 만18세로)되었다. 2022년 1월에는 정당 가입연령 하향(만 18세에서 만16세로)을 내용으로 하는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청소년기부터 정당 활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보다 이른 나이에 나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적 이슈들에 관심을 갖고 사회 속에서 조직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 세대의 규칙과 질서가 갖는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풀어가며, 다음 세대가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체제를 위해 미래 어젠다를 고민해야 한다.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의 씨앗은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다. 2021년 청소년 기후행동이 조직되어 기후시민회의를 이끌었고, 2022년 1월 13일 대선청년네트워크가 4당 대선 후보에게 청년 정책 질의서를 발송했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요구하는 청소년과 플랫폼 청년 노동자에서부터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청년 공약에 소외된 지방 청년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청년 세대의 문제제기와 다양한 미래 사회 담론이 발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이다. 한 달 반 정도 남은 대선 일정동안 청년은 지속적으로 대안 사회에 대한 구상을 모색하고 이를 후보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한편으로 청년 내에서도 이념적 지평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고 젠더 갈등이 새로운 균열로 떠오른 지 오래이며, 다른 세대와 이해 충돌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적 전망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 정치의 할 일이다. 이를 외면한 채 표를 쫓는 후보에게서 희망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본 칼럼은 오마이뉴스,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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