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2004총선연대 2004-02-04   1669

“결혼·군대·노동·세금, 국민 의무는 다하는데, 왜?”

선거연령 19세 인하 요구하는 청년들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

“이름 김바다, 나이 만 19세, 신분 대한민국 국민.

19세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도서관에서 조용히 공부하기, 어른들이 말하면 고개 끄덕이기, 어른들이 시키면 아무 생각없이 따라하기.

19세 신분으로 할 수 없는 일-내 의견 똑바로 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갖기. 어른 여러분, 이번에는 꼭 선거하고 싶습니다!”

선거연령 인하를 요구하는 청년들이 여의도에 모였다. 투표권을 요구하는 대학생, 고등학교 졸업생 등 청년들 40여 명은 4일 정오 12시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 모여 “선거연령 19세 인하”를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 논의에서 “오는 4월 총선 전에 최소한 만 19세는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선거연령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2월 내내 집회와 1인 시위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이 날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한 정대화 상지대 교수(총선물갈이국민연대 집행위원장)는 “우리 성인들이 잘못해서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서 집회까지 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여러분을 보니 청년들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교수는 “영국에서는 노동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던 시절 민중들의 차티스트 운동으로, 미국에서는 흑인에게 투표권이 없던 시절 민권운동으로, 남아공에서는 흑인들의 반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으로 투표권을 쟁취했다”면서 “여러분도 2월내 선거연령 19세 인하를 이루고 오는 4월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정치권에 할 말을 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졸업하면 투표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2월생, 친구는 10월생이어서 친구는 아직 투표권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왔다.”

“기성세대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우리 세대가 투표권을 가져야 세상이 바뀐다.”

“18세도 말하고 싶다. 우리 선배님들은 고등학교 시절에 4·19혁명에 나섰다. 그런데 우리들은 18세도 아니고 19세도 선거권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파시즘이 판치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군대와 학교라고 한다. 왜 그렇겠는가?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 권리가 없어서 그렇다.”

이들이 들고 나온 피켓의 내용도 선거연령 인하를 한사코 거부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야유와 원망을 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선거권 후진국’이라는 피켓에는 선거연령 17세 3개국, 18세 138개국, 19세 2개국, 20세 7개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열 아홉 살 아빠, 내 가정을 위한 한 표가 없다”고 호소하는 피켓도 있었다. 또 다른 피켓에는 “우리는 결혼도 한다, 군대도 간다, 세금도 낸다, 그러나 투표권은 없다”고 야유했다.

선거연령 인하를 주장하는 청년들은 최병렬 대표 면담을 요청했으나, 최 대표는 “선거제도에 관한 모든 권한은 이재오 정개특위 위원장에게 위임했다”면서 면담을 거절했다. 이에 청년들은 선거연령 인하에 가장 반대하는 한나라당 당사 앞에 일렬로 늘어서 구호를 외치며 항의의 의사표시를 했다.

이들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선거법 논의가 진행되는 2월에 집중적으로 집회와 1인 시위를 지속하기로 결의하고 집회를 마쳤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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