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09-01-16   4582

헌법교수들 학술대회에서 “야간집회금지는 위헌” 주장


지난 2008년 10월 9일 서울중앙지법 제7단독(판사 박재영)은 일출 전 또는 일몰 후의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0조에 대하여 위헌 심판을 제청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야간 옥외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는 현행 집시법 제10조와 처벌조항인 집시법 23조가 헌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를 물은 것이다. 이로써 집시법은 14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 앞에 서게 되었다.

2008년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검찰이 집시법의 야간 옥외 집회 금지 조항에 근거해 처벌하면서 다시 촉발된 옥외야간집회금지의 위헌 여부는 헌법학자들 등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서강대 법학연구소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및 법과사회이론학회가 공동으로 1월 16일 오후 2시 야간집회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토론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그동안 옥외 야간집회의 위헌성을 주장해 온 헌법학자들은 현행 집시법상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가 사실상 사전허가제이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사전허가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우리헌법 2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여 왔다. 헌법이 집회의 사전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야간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현실과 야간통금이 있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집시법이 일몰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2008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주거안정 등의 이유로 일몰 이후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써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 측은, “야간옥외집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각종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그 개최와 집회방식의 일정부분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검찰은 평화적 집회만이 헌법상 보호되는 것이며, 야간옥외집회 금지규정이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막는 악법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폭력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야간옥외집회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옥외야간집회의 금지가 우리 헌법 21조 2항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옥내집회 및 주간 옥외집회에 대해서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형식을 취하지 않고 “다만 야간이라는 시간적 특수성과 옥외집회라는 장소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전체 체제를 고려한다면” 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는 지난 1994년에 헌재가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고 벌칙을 규정한 집시법 해당조항에 대해 “야간에도 옥내 집회가 가능하고, 일률적 금지가 아니라 문화 행사 등에 대해서는 제한을 붙여 허가해 주고 있다”는 이유로 집시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논거와 다르지 않다.
 

당시 헌재는 “집회의 자유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며 ” ‘야간’이라는 특수성과 ‘옥외집회’의 속성상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개연성이 높고, 형법 또한 야간의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부득이한 경우 조건을 붙여 야간 옥외집회를 허용하는 점, 예술·종교 등의 집회는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집회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 측은, 러시아, 일본(동경도 조례),중국, 미국의 일부 지방도시 등에서도 야간 집회, 시위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집시법이 원칙적으로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되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예외적 허용을 인정하므로 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검찰 등의 집시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학술대회 발표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첫 번째 발표자 김종철 교수는, 야간집회금지규정은 헌법 제21조 제2항과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여 위헌이므로 이에 대한 위헌제청은 인용되어 위 규정들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의 발제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야간집회금지규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설령 야간집회금지가 집회의 시간 및 장소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어서 집회여부에 대한 허가제로 볼 수 없다는 일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역시 위헌이다. 규제대상시간이 일몰 후의 모든 시간대로서 현대인의 생활환경을 고려할 때 과도하게 넓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핵심적인 기본적 인권을 최소한 제한하여야 한다는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사전신고제, 광범위한 집회 금지 및 제한 장소제도, 확성기를 포함한 광범위한 집회수단의 규제를 통하여 집회의 자유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음에도 일률적인 시간기준을 들어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은 집회규제의 방법상 한계를 벗어나고 역시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한다. 야간집회금지규정은 상당수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불법집회로 낙인찍음으로써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공허한 자유로 만들고 경찰권과 집회자의 불필요한 마찰을 촉진하여 사회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악법이므로 하루빨리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되어야 한다.

검찰이 외국의 입법례를 통해 야간 집회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발표자들은 이들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같이 전면적 제한을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의 입법례에 대한 발표자들의 발표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 헌법과 마찬가지로 독일 헌법 제8조 제1항은 평화적 집회는 허가 없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집회는 사전허가 없이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또한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장소, 시간, 방법과 내용을 선택할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고, 집회법 규정들은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집회의 자유의 기본권으로서의 근본적 의미에 비추어 기본권 친화적으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독일 집회법에는 우리 현행 집시법 제10조와 같은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은 없다. 다만 집회금지장소와 관련하여 독일 집회법 제16조와 1955년 연방집회금지구역법 등에서 연방의회, 연방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였다. 이 법률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위헌론이 제기되었다. 독일 헌법 집회의 자유 규정의 ‘원칙-예외 관계’가 이 법률에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1999년 독일 연방의회는 연방집회금지구역법 개정을 통하여 연방의회 근처 등에서 원칙적으로 집회를 허용하였다(남경국 쾰른대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연구원).
 
 2) 프랑스의 경우에도 우리와 달리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1881년 제정된 집회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원칙적으로 집회는 23시를 넘어서까지 할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23시 이후에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프랑스 집회법은 단지 23시 이후의 심야집회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달리 우리 현행 집시법 제10조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어, 저녁시간과 심야시간까지 너무 광범위하게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남경국 쾰른대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연구원).

 3) 영국은 전통적으로 사유재산권과 공공질서에 대한 강한 보호를 위해 커먼로상의 집회 및 시위규제를 허용하고 경찰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야간옥외집회를 법령상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또한 1998년 인권법의 제정과 더불어 경찰의 광범위한 재량권의 한계가 확충되고 강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특히 영국의 집시규제법제의 특성은 사회적 해악의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규제정도를 달리하는 융통성있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집시규제의 범위와 방법이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지만 집시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도 있는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입법적 제한은 자제함으로써 입헌민주국가의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집시문화를 구축해 오고 있다.
 
이런 법문화와 법제 속에서 야간의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입법은 쉽게 상상상하기 힘든 법적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영국에 야간집회를 금지를 하는 법률이 없는 것은 이러한 배경하에 이해되어야하며, 경찰의 집회 및 시위에 대한 폭넓은 재량적 규제권이 인정되며 이러한 재량권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집회및시위에 대한 규제법제를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

  4) 야간집회 관련해서는 일본에서 직접적으로 그 위헌성이 논의된 바는 없지만, 동경도공안조례의 경우 제3조에서 부가조건으로서의 “야간의 평온 유지에 관한 사항”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것은 허가를 전제한 것이어서 야간의 집회와 시위가 허용되되, 그 평온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조건으로 부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야간이라는 이유로는 집회와 시위를 전혀 금지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야간집회 전면 허용을 전제로 평온 유지를 위한 조건부’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집시법 제10조는 일본의 공안조례보다 더욱 엄격한 제약을 가하여 집회시간 선택의 자유를 중대하게 그리고 명백하게 침해하고 있다. 즉 ‘야간집회의 원칙적 금지를 전제로 예외적 허용, 그것도 단순 질서 유지 조건부’의 태도인 점에서 일본과 정반대이다. 대한민국 집시법의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일본국헌법과 달리 대한민국헌법이 제21조 제2항에서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집시법의 야간집회에 대한 규정은 헌법에 대한 법률의 정면 도전으로서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위반인 것이다(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
 
 5) 미국은 집회를 연방차원에서 단일적으로 규율 하지 않을 뿐 아니라, 50개의 주로 이루어진 나라의 특성 상 각 도시나 마을 등이 자치단위의 인구규모, 주거환경, 역사 등에 의해 자치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자치조례와 법을 통해 집회를 규율하고 있으므로 도식적으로 한국의 집시법과 미국의 Parade Ordinance 를 비교해서는 안 될 것이다. 뉴욕, 디트로이트, 시카고, 포트랜드, 시애틀, 오틀랜드, 오스틴, 애틀란타 등의 도시에서는 ⒜시간제한규정(Time regulation)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 위헌제청인의 주장대로 일몰 전후 등으로 주간집회와 야간집회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c) 그리고 보스턴과 매디슨 등에서는 시간제한규정이 있더라도 ‘오후 10시’까지 집회를 허용하므로 사실상 시민들의 생활 양식을 고려해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집회의 본질적인 기능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의견을 나누고 표현하는 데 있으므로 단지 야간이라는 이유로 집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수정헌법 제 1조에 반할 뿐 아니라, 지자체의 공공질서유지라는 이익으로도 제한할 수 없는 본질적인 권리로 보기 때문이다.

 설사 시간제한규정이 있더라도 ‘예외적인 허가조항’을 두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국보다 훨씬 자세하게 허가권자가 예외적으로 규정된 제한시간 외에 집회를 허가할 수 있는 경우를 규율하고 있어 기속재량을 구현하고 있다. 미국 집시법 중 ‘특정한 시간대를 제한하는 규정’들 또한 본질적으로 시민들을 교통 방해 등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데 제한의 목적이 있는 것이지, 야간집회를 주간집회와 구분하여 달리 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야간집회 금지의 위헌성” 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서강대 법학연구소 임지봉 소장의 사회로 진행되며, 김종철 연대 법대 교수가 “한국 헌법상 야간집회 금지입법의 위헌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남경국 독일 쾰른대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연구원이 독일과 프랑스,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가 영국,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가 일본,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가 미국의 야간집회금지입법에 대해 비교법적으로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가 “미국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명백,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를 중심으로 야간집회금지입법의 법치주의적 한계”를 발표한다. 이후 발표자 전체가 함께 하는 종합토론이 이어진다.

집시법10조위헌성자료집20090116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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